뉴스가 영화보다 재밌다_무엇이 뉴스의 시대를 다시 열었나

트렌드에 주목하라

2017.02.02

트렌드 따라잡기

뉴스가 영화보다 재밌다
무엇이 뉴스의 시대를 다시 열었나
최근 벌어진 ‘최순실 게이트’는 그간 점점 힘을 잃어가던 뉴스에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때 예능과 드라마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흐름에 시선을 빼앗기던 대중은 이제 뉴스가 영화보다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블랙홀처럼 이슈를 빨아들인 뉴스들

지난해 10월 24일 최순실의 태블릿 PC 파일들을 분석하며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관해 첫 보도를 한 JTBC <뉴스룸>은 그간 비지상파에서 얻기 어려운 시청률이라는 시청률 4%(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새롭게 열리는 ‘뉴스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다음 날 두 배 수치인 8%의 시청률을 기록한 <뉴스룸>은 심지어 시청률 10%를 넘겨버림으로써 지상파 방송들의 뉴스를 압도했다.
JTBC의 <뉴스룸>이 올린 신호탄에 종편 채널들의 뉴스들도 쉽게 편승해 그만한 성과들을 냈다. MBN <뉴스와이드>는 시청률 5%를 넘겼고, 채널A의 <뉴스특급>은 3%, TV조선의 <뉴스쇼 판>도 3%를 넘어섰다. 이번 사태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고, 뉴스와 시사를 담지 않은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드라마틱했다. 혹자들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 제작자들이 현실이 더 영화 같아서 당분간 영화 제작을 포기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왜 지상파가 아닌 비지상파 뉴스였을까
그간 뉴스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던 지상파 뉴스들은 이번 사태에서 그다지 주목되지 않았다. 똑같이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도 <MBC 뉴스데스크>나 <SBS 8뉴스> 각각 시청률 4%, 5% 수준에 머물렀다. 어째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온 걸까.
애초 지상파의 뉴스 보도 프로그램들이 그 힘을 잃어가던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 때문이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더 빠른 속도와 양으로 뉴스를 압도해가는 상황에서 저녁 8시 혹은 9시에야 비로소 방영되는 뉴스 프로그램이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이제 뉴스의 특종은 발 빠른 기자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시민들과의 공조에서 나오게 된 지 오래다. 스마트폰으로 전 국민이 잠재적 기자가 된 상황에서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들은 변화를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이 변화를 이끈 것은 지상파가 아닌 비지상파였다. 손석희 앵커를 영입해 만들어진 <뉴스룸>은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모든 세상의 뉴스를 담겠다는 욕망을 접고, 대신 중요한 뉴스들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매거진 형태의 뉴스 보도였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뉴스룸>은 집중적인 보도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연일 단독 보도를 쏟아내며 그 어떤 지상파 뉴스들도 할 수 없던 심층 취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선택과 집중, 뉴스의 재미를 만들다
사실 뉴스 자체는 죄가 없다. 즉, 뉴스가 재미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 뉴스를 어떻게 선별하고 현시대의 소통법에 맞게 보도하는가 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것이 뉴스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만든 것이다. 이런 틈새를 주요 일간지를 모태로 세워진 종편 채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실제로 종편 채널들은 일찌감치 뉴스에 특화된 프로그램 편성에 집중해 성과를 만들었다. 지난 대선 정국 같은 크나큰 이슈들이 나왔을 때, 종편 채널들은 연령대가 있는 보수층의 눈높이를 맞춰 시청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또한 뉴스 보도와 토크쇼를 접목한 대담 프로그램들이 낮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편성되면서 뉴스의 고정적인 틀은 조금씩 깨져나갔다. 무엇보다 종편 채널의 뉴스들이 지상파를 압도하게 된 것은 백화점 나열식 뉴스를 지양하면서부터다. 손석희 앵커가 이끄는 <뉴스룸>은 뉴스의 매거진화가 얼마나 다채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어째서 객관적 팩트가 아닌 주관적 시각일까
최근의 뉴스 경향을 보면 팩트 전달만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그 뉴스에 대한 주석을 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 시각의 관여는 과거의 뉴스에서는 피해야 할 어떤 것으로 치부되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주관적 시각을 담은 뉴스가 오히려 호평을 받는 것일까.
이렇게 된 것은 지금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포함해 뉴스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숫자로 쏟아져 나온다. 이제 정보가 없어서 정보를 모르던 시대가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게 진짜인지를 알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새로운 뉴스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은 그래서 단순히 과거의 뉴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대신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팩트 그 이상의 맥락을 담은 뉴스들이 저마다의 방송사가 가진 시각에 의해 보도되고, 그 뉴스들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맥락은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에서 영화보다 재밌는 뉴스가 가능해진 가장 큰 이유다.

글_정덕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트렌드에 주목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