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읽다
글 이동규(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역발상의 비밀
세상을 바꾸는 최초의 생각
“태평성대는 강자의 지옥이고, 난세는 약자의 지옥이다. 평소 내공을 길러온 자는
난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영웅이 된다. 그 방법은 한마디로 역발상이다.”
인생에서 배움(學)과 함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생각(思)이다.
AI 메타버스 시대, 개인의 생각은 각자의 자본이자 생존의 연료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라고 가르쳤다.
향후 인간의 생존자격증은 획기적 창의성과 입체적 상상력이다.
원숭이가 아무리 진화해도 인간이 될 수 없듯이 인공지능은 가능해도
인공지혜는 불가능하다. 이하 새로운 시대적 변곡점에 서서 나만의
‘생각의 품질(Think 4.0)’을 높이기 위한 인사이트와 방법 등을
사례 위주로 설명해보기로 한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틀을 깨라, 단순화하라, 뒤집어서 보아라, 구조를 해체하라, 배우는 법을 배워라… 귀가 아프게 들어온 것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한 구멍에 10년 이상 빠져있으면 고유 패턴이 형성되어 거기서 헤어나오긴 쉽지 않은 법이다. 우스갯 소리로 “인간은 누구나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개 두 마리를 안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21세기 문맹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생각의 덫에 걸려(anchoring) 사고가 굳어버린 화석인간이다. 따라서 영원한 철학적 명제인 ‘Think out of Box’의 무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명한 IT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지적한 대로 이제 어떤 사람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것은 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거나 짐승을 직접 도살하는 것만큼이나 구식이거나 멍청한 일이 되어버렸다. 심리학에선 깊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런 현상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 부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선택적 인지’ 등은 사고의 아전인수 현상이다. 심지어 가장 공정해야 할 법관들조차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 검색보다 사색이다
현재 전국 방방곡곡에는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대신 핸드폰에 코를 박은 검색의 고수들이 넘쳐난다. 이는 결국 자신의 뇌를 외주(outsourcing) 주는 결과를 초래하여 정답만 되뇌는 고급 바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진짜 스마트한 사람은 찾기 힘든 이유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될수록 오히려 인간만이 지닌 아날로그적 상상력이 그 어떤 덕목보다 크게 인정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상상은 기존의 금기에 대한 도전이자 기분 좋은 반란이다. 검색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검색이 구슬이라면 사색은 목걸이다. 진정 사유는 고독을 먹고 자란다.
# 창조란 최초의 생각이다
요즘은 온 세상이 창조 열풍이다. 모범생보다 엉뚱한 괴짜(geeks)가 뜨는 시대다. 보통 사람들이 열광해온 천재들의 창조 습관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관점(觀點, perspective)의 이동이다. 르네상스 최고의 천재인 다빈치는 “관점은 안내자이자 출입문이다. 관점 없이는 아무것도 잘 할 수 없다”라고 주창했다. 관점이란 한마디로 생각의 각도다. 국가나 개인 모두 역사적인 지혜의 개벽은 모두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지만 코알라는 떨어질 일이 없는 동물이다. 일본 나고야의 한 동물원은 이 사실에 착안하여 입시나 승진 등 간절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알라 부적’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요컨대, 창조란 한마디로 ‘최초의 생각’이다. 언젠간 최고도 깨지고 최대도 깨진다. 그러나 최초는 영원하다.
이를 위해서는 늘 ‘생각의 물구나무서기’와 같은 역발상, 본질을 관통하는 영감 훈련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 근육을 길러야 한다.
# 위대한 역발상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회사인 IDEO사는 한마디로 역발상 왕국이다. 그들이 집행하는 일종의 역발상 파티인 ‘Idea Audition’은 언제나 크게 시선을 끌고 있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이 묻지 않는 주걱, 칫솔의 부드러운 손잡이 등이 이 회사 직원들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IDEO사의 기업문화는 바닥까지 닿는 낙서 칠판이 설치된 본사 화장실 등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세상의 히트작은 대개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역발상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진부하고 식상한 생각을 떨치고 나온 신선한 메뉴에 대중은 열광한다. 뻔히 그럴 거라고 예상되던 걸 깨고 나오는 모습에서 우리는 모두 깊은 산소 호흡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조직에서 전례를 깨뜨리는 식의 역발상은 기분 좋은 파괴이자 유쾌한 반란이다. 전례란 일종의 기업문화의 전관예우다. “전례가 없다”는 현실의 벽 앞에서 비겁한 타협을 해버린 젊은이가 어디 한둘이던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발상의 최고 수준의 게임은 전쟁(war)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긴 전쟁은 늘 기습이었다. 기습이란 말 자체가 상대의 예측을 능가하는 것이고, 때론 상상도 못할 비장의 수읽기다. 기울어가던 2차 세계대전의 전세를 단박에 뒤집는 계기를 만든 노르망디나 인천 상륙작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코끼리를 타고 그 험준한 알프스를 넘었다. 상상조차 못한 로마군은 혼비백산 전멸하고 말았다.
# 낯선 것들을 연결하라
누구나 지겹게 들어온 말 중에 발상의 전환이 있다. 일단 머리 속에 든 게 없으면 발상이 나올 수 없으며, 든 게 있다 해도 깨달음이 없으면 그 발상이 전환되지 않는다. 미국의 진보교육학자 루돌프 플레시(R. Flesch)는 창의력이란 “늘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이라고 갈파했다.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통섭의 ‘섭(攝)’자를 들여다보면 귀(耳)가 세개나 붙어 있어 그 의미가 자못 심장하다.
이 시대 창조적 역발상의 비밀은 바로 ‘낯선 것들의 연결’이다. 이것은 결국 본질과의 결혼이자, 익숙한 것과의 이혼이다. 호기심, 재미 그리고 연결을 통해 인간은 창조적 신세계로 진입한다. 이제 아는 것은 더 이상 힘이 아니며, 결국 나만의 차별적이고 유니크한 생각이 힘이고 경쟁력이다. 데카르트의 대명제조차 이제는 변한 지 오래다.
“나는 연결되어 있다, 고로 존재한다(I’m connected, therefore I am).”
따지고 보면 정상이란 말보다 비정상인 말은 없다. 뭐든지 거꾸로 보는 역발상적 시각을 길러볼 수 많은 필요가 있다. 단, 긍정적으로 부정하라!
언제나 ‘오히려’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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