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포’에서 ‘쉼표’로, 일상에서 구현하는 다섯 가지 쉼에 대해
3년여간 영국에서 체류하며 생활하는 동안 한국인들이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인들이 ‘일’을 중심으로, ‘일’에 방점을 두고 자신의 삶과 일상을 살아간다면, 영국인을 비롯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일보다는 ‘쉼’에 초점을 두는 것 같았다.
글. 선안남(선안남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심리학 박사)
다시 생각해보는 ‘쉼’의 의미
영국 사람들에게 쉼은 거창하거나 큰 계획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소소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의 초점과 관점 역시 서비스 수혜자(고객)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나 관리자(일하는 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역시 무척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이런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12시에 방문하겠습니다”라고 약속을 정하면 이후에는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사정과 입장을 중심으로 일정을 조율하지만, 영국에서는 반대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의 입장을 먼저 존중하는 것이 당연한 태도다. 이런 차이를 경험하며 우리가 일하고 쉬는 일상의 구조와 전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일하는 구조는 ‘쉼’이라는 요소가 쉽게 틈입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고, 한국을 대변하는 심리 키워드로 ‘일 중독(Workaholic)’은 아직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일에 많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일을 많은 것보다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면서 지금 우리는 일과 일상의 경계가 상당히 무너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 속에서 ‘쉼포(쉼을 포기했다)’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휴식의 방식을 돌아보고 실천하기 위한 일상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일상의 ‘쉼표’가 되는 네 가지 쉼의 요소
첫째, 호흡
일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외부의 긴장과 압력에 휩쓸리고 그것에 집중하느라 우리 내면의 리듬을 놓치기 쉽다. 그럴 때는 시간을 내어 호흡을 살피고 수시로 심호흡을 하며 밖으로 흩어지는 우리의 에너지와 마음을 한데 모아야 한다. 이 시간은 우리에게 필요한 쉼을 제공한다. 호흡을 살피는 것은 가장 일상적이고 소중한 쉼의 실천 방법이다.
둘째, 잠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단지 신체적인 휴식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인생의 삼 분의 일이나 되는 시간을 잠에 쏟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잠을 통한 휴식이 우리에게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수면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된다.
셋째, 대화
대화 시간은 중요한 쉼의 시간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단지 타인과 하는 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쉼이 되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 내 마음속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수시로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 나누는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는 소중하면서도 값진 쉼을 경험할 수 있다.
넷째, 새로움
익숙함을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새로움이 우리가 지향하는 안정성과 항상성을 깨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쉼이라고 해서 모든 삶의 긴장과 압력이 풀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새로운 자극이 되는 시도는 우리에게 쉼이 된다. 그래서 쉼을 위해 새로움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쉼이 될 수 있는 어떤 실천이든 시도해보는 것, 그 시도로 우리는 새로운 자신을 더 발견하고 일상을 더 생생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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