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30대 남자입니다. 쉽고 재밌고, 또 다양한 인간관계도 맺을 수 있어서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인데요. 최근 들어서, 스스로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SNS 특성상 모두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올린다는 걸 알면서도 남들이 사는 모습과 자꾸 비교하게 돼요. 아예 SNS를 차단하면 될 텐데, 업무상 그럴 수도 없으니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이미 특별할 것이 없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소통 수단이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크게 성공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욕구가 존재하는지를 증명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소비하는 시간과 외로움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들이는 시간이 길수록 오히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즉 SNS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 즉 연결을 더 효율적으로 해주는 도구입니다. SNS 자체가 어떤 문제가 있어 사람을 외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받기 위해 아름답게 꾸민 SNS 안의 내 정체성이 실제 나와 괴리가 생길 때 스스로 초라해지고 외로워지는 느낌이 찾아오게 됩니다.
왜 사람은 외로움을 느낄까요?
왜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요. 내 환경이 외롭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요? 그것으로는 군중 속의 고독을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외로움은 환경적 결핍에 기인한 이차적인 감정 반응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본능과 연결되어 있죠. 생존을 위해서는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성적 본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힘, 외로움도 우리 유전자에 본능적 느낌으로 내재해 있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다면 사회적 관계를 열심히 만들지 않겠죠. 인간이 발달시킨 사회와 문화는 이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회적 유대감을 바라는 외로움이 없었다면 인간이 문화적 특성을 띠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외롭기 때문에 외롭기도 하지만, 외로움은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본능적 감정이기도 한 것이죠.
타고나기를 더 외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최근의 외로움에 대한 연구를 보면 답은 ‘그렇다’입니다. 어떤 특성의 유전적 경향을 알기 위해 하는 연구가 쌍생아 연구입니다. 유전자가 완전히 동일한 쌍둥이를 일란성 쌍생아라고 하죠. 일란성 쌍생아를 대상으로 한 외로움 연구에서 유전적 경향이 48%, 거의 절반에 이른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타고나기를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은 같은 환경에서도 더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죠.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유대감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외로움은 통증이지만 긍정적인 힘으로도 작용합니다. 덜 외로운 사람에 비해 정서지수 EQ가 발달하죠. 외로운 만큼 다른 사람의 반응을 잘 파악하고 응대하니까요. 외로움이 사회적 기능을 발달시키는 것입니다.
외로움의 특효약은 타인의 관심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것
외로움의 특효약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역설적입니다. 내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관심을 찾는 것보다 오히려 내 따뜻한 마음을 표현할 때 외로움이 행복감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Helper’s high라고 하죠. Helper는 봉사자, high는 마약 같은 중추신경흥분제를 복용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이죠. ‘나 외로우니 더 사랑해줘’보다 대단한 자선, 봉사는 아니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위할 때 외로움이 쾌감으로 전환된다는 것입니다. 배려의 쾌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윤리적인 차원에서 남을 배려하자는 것이 아니라, 뇌 과학 측면에서 외로움이 큰 사람일수록 남을 배려할 때 찾아오는 심리적 쾌감이 크다는 역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를 한 어르신들에게서 삶의 의미와 행복감이 증가하고 생리적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내 외로움에 갇혀 나를 외롭게 하는 주변에 섭섭한 마음만을 가지게 되면 내 외로움의 깊이가 더 커지는 것이죠. 벽을 부수고 외부 세계에 내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줄 때 내 외로움이 따뜻한 감성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도덕적·윤리적 요구이기도 하지만, 우리 뇌에 내재해 있는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행동이기도 한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달려가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분명히 존재하죠.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만 존재했다면 오히려 인류 전체에 위기가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유대감을 강렬히 원하는 외로움의 유전자가 함께 있기에 경쟁과 협동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인류의 존재감을 두텁게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쾌락의 3요소로 우정, 자유, 사색을 이야기했는데요. 자유와 사색이 독립된 개체로서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여유라면, 우정은 타인과의 따뜻한 관계죠. 우정에는 기본적으로 이타적인 관심이 포함되어 있죠. 상대방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여겨지는 것이 우정의 근간이 되는 공감 소통이라 생각됩니다.
행복과 관련된 첫 번째 요인이 진실한 우정, 즉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타인, 친구가 얼마나 존재하느냐입니다. 친구가 없어 외롭다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날 친구가 없다기보다는 나를 위로해주는 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겠죠. 좋은 관계, 우정을 만드는 일은 생존 이상의 뇌의 행복감을 위해 우선시해야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글_윤대현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서로는 <윤대현의 마음성공>, <마음 아프지 마> 등이 있으며, 라디오 <윤대현의 마음연구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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