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사람] 공정한 분쟁 해결의 새 지평을 열다 - 안희정, 손은성 상임전문심리위원

人사이드인터뷰

2021.06.04

안희정상임전문심리위원 손은성전문심리위원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관찰
공정한 분쟁 해결의 새 지평을 열다

공정한 분쟁 해결은 사건에 대한 전반적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2016년 민사 분야에 도입된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는 건설·의료 분야의 전문가가 소송절차에 참여해 재판부가 쟁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 지식을 통한 사건의 깊이 있는 분석으로 분쟁이 빠르고 원활하게 해결되도록 힘쓰는 것이다. 부산고등법원 의료 분야 안희정 상임전문심리위원과 광주고등법원 건설 분야 손은성 상임전문심리위원을 만나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의 특징과 강점,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글. 석수영 사진. 손호남

부산고등법원 의료 분야
안희정 상임전문심리위원

안희정상임전문심리위원

전문가의 식견으로 문제의 쟁점 파악
전문심리위원 제도는 전문 분야 사건에서 외부 전문가를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하여 충실하고도 신속한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2016년 민사 분야에 도입된 ‘상임전문심리위원’은 일반 전문심리위원과 달리 법원에 상근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어 공평하고 중립적인 법원의 조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전국 6개 고등법원에서 14명(건설 분야 7명, 의료 분야 7명)의 상임전문심리위원이 활동 중이다.
안희정 상임전문심리위원이 법원에 상근하며 의료 분야 사건의 조언자 역할을 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6년 전 중앙선을 넘은 한 운전사의 과실로 친언니를 갑자기 떠나보냈고 법원에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다. 가해자에 대한 원망과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고조된 감정을 많이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전문가의 설명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분쟁 해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의료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안 위원은 의료 소송절차에 참여했을 때 원고의 준비서면을 먼저 확인한다. 원고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사건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문제의 쟁점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수천 장에 달하는 의무기록 중 안 위원이 제일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원고가 왜 병원을 찾았는가?’이다. 어떤 통증을 호소했고 피고는 어떤 대처를 했는지 차근차근 짚어가다 보면 분쟁의 이유가 정확히 모습을 드러낸다.
“원고가 억울하다고 여기는 부분, 즉 의료과실이 일어났다고 판단된 지점의 기록과 관계자 증언을 분석하다 보면 원고의 생각과는 다른 곳에 문제의 쟁점이 있기도 합니다. 그때는 조정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상임전문심리위원이 조정기일에 출석하여 원고와 피고에게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하여 전문가로서 중립성을 유지하며 직접 설명하기도 합니다. 상임전문심리위원의 전문적이면서도 공정한 설명으로 양측의 오해가 풀리고 원만하게 조정이 이루어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재판부의 조력자로 공정한 판결 이끄는 역할
원고·피고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상임전문심리위원은 재판부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도록 돕는다. 원고·피고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감정서의 질문을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의도를 예리하게 알아차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질문을 선별하고 보충한다. 사건의 핵심이 될 의료기록을 권위 있는 전문의에게 감정 의뢰하고 감정서가 오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이해 재판부에 제공한다.
안 위원은 이 같은 적극적인 협조가 상임전문심리위원이 법원 소속 전문가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타 기관이나 단체에 속해 있지 않아 사건 해결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보조자, 재판부의 조력자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판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게, 성공적으로 분쟁 해결을 할 수 있게 든든한 발판이 되려고 힘씁니다.”
안 위원은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해 판결에 공정성을 확보하는 제도인 만큼 법원에서 능동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재판부가 전문적인 의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원고·피고 의견을 들어 참여결정을 한 후 상임전문심리위원의 자문을 구합니다. 상임전문심리위원은 법원에 상근하기 때문에 수시로 자문을 구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법원에서도 전자기록 열람 등을 통해 자문을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재판부가 전문가를 통해 공정한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주고등법원 건설 분야
손은성 상임전문심리위원

사건의 이면까지 파악한 전문적 지식 제공
손은성 상임전문심리위원은 지난 수십 년간 건설 현장에서 기술자와 소송관계자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문제가 있었다. 건설소송에서 올바른 감정이 이뤄지려면 감정인과 감정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감정은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감정인이 이해관계에 휘둘려 정확한 감정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전문 분야의 감정 과정을 또 다른 전문가를 통한 견제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손 위원은 2016년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가 법원에 도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반가워했다. 건설 분야 소송·분쟁 절차에 전문가가 참여하여 견제와 확인의 순기능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겉으로 드러난 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다룹니다. 민사 소송에서 건설 감정은 하자·부실공사 등의 원인을 찾고 그로 인한 피해 보상금을 산정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부적절한 감정인이 선임될 경우 부실한 감정 결과나 소송지연 등으로 당사자는 물론 재판부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는 효율적인 소송진행을 위해 전문 지식과 경험으로 사건의 쟁점을 분석하고 감정 결과와 관련사항 등을 재판부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 통해 공정성 확보 가능
건설소송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분쟁 해결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것인데도 쉽지가 않다. 원고·피고가 판결에 불리한 부분은 숨기고 잘못된 정보를 흘리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판부에서 알기 어려운 건축 관련 전문 용어와 업계 관행을 늘어놓게 되면 이를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건설 소송을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합니다. 시공자는 건축 분야 전문가인 반면 건축주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당사자가 고의로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저희가 재판부에 확인이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재판부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잘못된 정보를 올바르게 짚어주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 상임전문심리위원의 가장 큰 책무입니다.”
손 위원은 사건 조정에 참여해 당사자들의 이해와 양보를 이끌어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시공자와 건축주로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 부실공사와 대금 문제로 분쟁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설명을 통해 전문적인 시각으로 문제의 본질을 짚어주고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여 당사자들이 화해하고 쌍방 소취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 경우다.
손 위원은 다양한 분쟁 사례를 통해 건설소송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재판부와 법원 실무자들이 상임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상임전문심리위원의 경험치를 높여 보다 탄탄한 제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재판부와 상임전문심리위원 간의 긴밀한 교류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공정한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
“사건 해결에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경우는 많습니다. 건설과 관련한 사항이나 감정과 관련하여 상임전문심리위원제도를 활용한다면 효율적인 소송진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희정 상임전문심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의료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목동병원 가정의학과에서 근무했다. 2020년 5월 부산고등법원 의료 분야 상임전문심리위원에 위촉됐다.

손은성 상임전문심리위원
건축공학·건설법무를 전공했고 설계사무소와 시공사에서 설계·시공·법무 등의 업무를 맡아 진행했다. 건축사,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으로 법원감정인으로 활동하다 2018년 3월 광주고등법원 건설 분야 상임전문심리위원에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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