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동료가 선물하는 네 가지 행복_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이민규 명예교수

人사이드인터뷰

2019.04.02

직장 내 인간관계는 어려운 수학문제 같다. 한번 꼬이면 좀체 풀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직장에서 쿵짝이 잘 맞는 ‘짝꿍’ 동료를 만난다는 건 행운과도 같다. 이민규 교수는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형성하는 방법부터 친한 동료가 주는 삶의 긍정 효과까지 직장 내 인간관계에 관한 다양한 도움말을 전했다.

늘 어려운 직장 내 인간관계

직장 내 인간관계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사뭇 다르다. 업무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는 위계가 있다. 아무리 호칭을 통일하더라도 입사 동기를 제외하면 상사와 부하 또는 선배와 후배라는 수직관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직장 내 관계에 대한 정의를 착각하거나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망각한 채 친밀한 관계만을 추구할 경우 ‘개념이 없다’라는 평가가 돌아오곤 한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직장 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이민규 명예교수를 만나 직장 내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맺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등 다양한 심리학 저서를 통해 행복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등을 대중에게 알려왔다.

그는 인간의 행복과 불행, 가벼운 우울증부터 심각한 정신병까지 인간의 모든 마음상태에는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직장 내 인간관계가 마음상태는 물론 업무 성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의 많은 업무가 협업을 통해 이뤄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구성원과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원만한 인간관계가 곧 ‘능력’이 되는 것이죠.”

'짝꿍' 동료가 필요해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음이 잘 맞는 ‘짝꿍’ 동료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곁에 있다고 믿게 되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효과라고 한다. 이민규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지지 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정서적 지지 효과이다. 친한 동료가 제공하는 존중, 믿음, 애정, 관심, 경청 등의 정서적인 지지 효과는 우리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된다.

둘째는 정보적 지지 효과이다. 친한 동료로부터 받는 진솔한 조언이나 애정이 담긴 제안, 업무나 인간관계와 관련된 정보들은 우리가 성장하는 데 가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셋째는 도구적 지지 효과이다. 친한 동료는 다른 사람들이 베풀지 않는 친절을 베풀고, 내가 힘들 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자신의 자원을 나눠주기도 한다. 도구적 지지는 힘든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

넷째, 평가적 지지 효과이다. 평가적 지지란 다른 사람이 다 틀렸다고 해도 친한 동료는 내게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면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 시켜준다. 그래서 친한 동료로부터 받는 평가적 지지는 우리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이민규 교수는 “많은 심리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친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라고 말했다.

나를 바꿔야 상대도 바뀐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다양한 갈등 상황에 직면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떤 사람은 이러한 갈등을 너무도 쉽게 해결하는 반면, 날이 갈수록 갈등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뭘까?

이민규 교수는 사람 간에 갈등이 생기는 이유가 “나와 다른 상대방의 성향이나 행동을 나쁘거나 잘못된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며 갈등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잘못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의 잘못은 잘 보지 못하죠. 갈등을 쉽게 풀고 싶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바뀌어야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살아남는 종(種)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다’.”

웃으며 거절하는 법

사람은 열 번 잘 해주다가도 한 번의 실수로 관계를 망칠 수 있다. 그만큼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이 인간관계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상대방의 부탁을 잘 거절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이민규 교수는 “상대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상대를 좌절시키는 일이므로, 그의 상심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입장과 기분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다. 누구나 부탁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거절당할 때의 무안함이나 수치심 때문에 몇 번을 망설인다. 그러므로 상대가 얼마나 어렵게 부탁했는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진심을 담아 전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또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도 정중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거절 후 대안이 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좋은 관계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말한다. 어떤 이유로든 상대방의 요청을 거절하면 관계가 단절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안이 되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상황상 일을 도와줄 수 없다면 그 대신 저녁식사를 사겠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나는 상대를 돕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은 거절당했다는 생각을 훨씬 덜 갖게 된다.

이민규 교수는 마지막으로 직장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를 거듭 당부했다.

“상대방이 내게 좋은 동료, 좋은 선배와 후배가 되어주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은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이고, 세상에 거울이 먼저 우리를 향해 웃는 법은 없으니까요.”

글. 최덕철 _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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