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찬 희망을 낚아 올리다! _우리나라 최초의 휠체어댄스 무용가 김용우

人사이드인터뷰

2018.04.03

무용가

휠체어 바퀴를 힘차게 밀며 앞으로 나아오는 그의 뒤편으로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온다. 국내 최초로 휠체어댄스 분야를 개척하여 장애인 무용가로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낚아 올린 남자, 휠체어댄스 무용가 김용우 씨가 이번 호 ‘그 사람과의 인터뷰’ 주인공이다.

하루아침에 이전의 내 몸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예전의 건강한 몸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바뀐 몸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갑자기 닥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절망과 당혹감이 먼저 밀려올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휠체어댄스스포츠를 알리며, 그 자신이 휠체어 무용수가 된 김용우 씨. 그는 국내 1세대 휠체어댄스스포츠 선수이자, 무용가로 활동하며 지난 15년 간 수많은 대회와 무대에서 열정적인 춤과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로 많은 이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하였다. 그는 아시아휠체어댄스스포츠 경기대회에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였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휠체어댄스 선수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 휠체어댄스스포츠의 역사를 써 온 그는 끊임없이 이 분야를 개척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용수가 함께 하는 영국현대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감명 받아 휠체어무용에 도전, 2009년 휠체어로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을 선보이며 ‘휠체어무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그 자신이 휠체어댄스 선수이자, 무용가, 안무가, 기획자로, 40대 중반인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휠체어에 의지

‘휠체어댄스 무용가’라는 직업에서 보듯 그는 평생 휠체어를 타야하는 장애를 가졌다. 20대 청년인 그에게 닥친 장애는 그 전에는 결코 생각지 못한 새로운 직업과 인생을 열어주었다. 약 20년 전, 아버지의 사업에 함께하기 위해 경영학을 전공하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던 그는 연수 과정을 마치고 캐나다에서 공부하던 동생과 만나 여행 후 귀국하기로 계획을 하고 캐나다로 갔다. 동생을 포함한 7명의 한국유학생은 기대감에 부풀어 로키산맥을 향해 달리다 그만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사고 후 캐나다 병원에 빠르게 이송됐고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받았어요. 병원에 몇 달 누워있었는데, 워낙 혈기왕성한 20대라 치료 잘 받고, 재활 훈련도 열심히 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또 함께 차에 있던 친구들과 동생은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으니까요. 얼마 후두 발로 병원을 걸어 나갈 것이라 생각했지요.”

현실은 그의 일말의 희망과 기대를 무너뜨렸다. “당신은 척추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캐나다 의사의 진단은 한창 꿈을 키워가던 20대 젊은이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이들 대부분은 처음에 이런 현실을 부정한다. 늘 쾌활하고 낙관적인 성격인 김용우 씨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자신의 상태를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더 이상 방황할 수는 없었다. 상심해 있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냉혹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했다.

(왼쪽 부터)김용우 씨가 안무한 현대무용 ‘Dreamer’/지금의 아내인 무용가 이소민 씨와 함께 작품 ‘Attractive Tango’를 공연하는 모습/ 댄스스포츠 선수시절 홍콩에서 우승하고 축하공연 중.

‘휠체어댄스스포츠’로 새로운 삶 개척

그가 사고로 장애를 입었던 1997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재활치료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는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여러 민간요법과 한의학 치료 등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치료를 위해 중국까지 가서 침도 맞고, 뜸도 뜨고, 마사지며, 지압, 운동 등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치료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2년여가 지나면서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몸이 아닌 그 자신에 일어난 변화였다.

“이전과는 다른 몸이지만, 그런 내 모습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사회에 나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아는 형의 소개로 휠체어댄스스포츠 동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세계선수권대회 영상이었는데, 처음 접하고 전기에 감전된 듯 큰 충격을 받았어요. 화려한 의상과 신나는 음악, 휠체어와 한 몸이 되어 춤을 추는 모습이 굉장히 색달라 보였고, 막연히 저걸 하면 내 인생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느꼈어요. 역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희망이 솟아났습니다.”

그는 매우 바빠졌다. 뜻을 모은 사람들과 연맹을 만들고 댄스스포츠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만나 강의실, 체육관 등지에서 기본 동작을 배우고 연습하면서 수없이 땀을 흘렸다. 마침내 2003년 봄, 경기도 일산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에게도 생소하던 휠체어댄스스포츠가 서서히 공연의 한 장르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감당하기에 벅찼을 그 시기를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조근조근 말을 이어가는 김용우 씨. 무대에 올라 혼신을 다하는 전문 무용수로서 그는 그렇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던 그때를 기억했다.

춤과 함께 한 몸이 된 ‘휠체어’, 그에게 ‘날개’가 되다

휠체어댄스는 독일 여의사가 창시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분야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13년 앞서 있고 유럽은 30년 전에 시작됐다. 사고 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김용우 씨는 자신이 관객들 앞에서 춤을 추는 무대 위 무용가가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만 지금껏 국내외를 통틀어 약 500회의 공연을 가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년이면 전국 곳곳, 해외로 30~40회 정도 공연을 펼친다. 그렇게 어느덧 15년이 되었다. 해외 공연은 일본에만 4차례 다녀왔고 대만, 홍콩, 중국 등 아시아와 핀란드 등 유럽까지 진출해 휠체어댄스 공연을 펼쳤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면 관객들의 반응을 즉각 알 수 있어 좋아요. 함께 기뻐하며 좋아하는 관객의 모습을 보며 저도 큰 감동을 느낍니다. 단지 무대에서 장애인이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용 장르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공연을 보며 재미와 즐거움 뿐 아니라 뭉클한 감동까지 느낀다는 관객들이 있어서 더욱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3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개막식에서 무용수 30명과 공연을 펼친 김용우 씨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동계패럴림픽대회 개막공연에 올라간다는 자체가 굉장히 뜻깊고 영광스럽다.”면서 “공연을 하면서 다른 무대와는 또 다른 벅찬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무대든, 연습실이든 그는 늘 휠체어와 한 몸이 되어 춤을 춘다. 춤을 추는 그 순간은 굉장히 자유롭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피가 끓듯 뜨거운 감동과 환희를 맛본다는 김용우 씨. 이제 휠체어는 그의 인생에서 뗄 수 없는 ‘날개’가 되고 있다.

책소개

김용우 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 <휠체어무용의 전설 김용우 - 휠체어를 소품으로 만든 춤꾼의 명연기> 김용우 저 | 솟대

취재 하은(자유기고가) |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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