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최고의 마당발’이자 ‘인맥의 여왕’으로 꼽히는 이는 단연 ‘박경림’이다. 남다른 재치와 친화력으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대중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유쾌하게 하는 ‘방송인’이자 ‘예능인’이다. 가을의 향내가 묻어나는 어느 날 오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박경림을 만났다.
Q.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난 ‘방송인’으로 박경림 씨를 따라갈 자가 없는 듯해요.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도 뛰어나고요.
워낙에 제가 연예계에서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대중이 친근감을 가지고 좋게 보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제가 하는 일이 대중을 벗어날 수 없는 일이에요. 저는 방송인이고 예능인이잖아요. 대중에게 웃음을 주고, 대중과 함께 고민하고, 대중과 함께 웃고 우는 것이 제 직업인 것이죠. 제가 데뷔한 때인 19살에 그 나이의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했다면, 그 이후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느끼는 감정들로 대중과 소통하고, 현재는 ‘서른아홉 살’에 느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죠. 앞으로 제가 지향하는 목표점은 늘 대중과 함께하면서 소통해나가는 것입니다.
Q. 어린 나이에 데뷔해 ‘방송인’으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어요. 받은 사랑만큼 어떤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클 듯해요.
제가 여고생 때 데뷔했으니 비교적 데뷔가 빨랐고, 당시만 해도 제 캐릭터가 독특해서 대중에게 새로운 느낌을 준 듯해요. 라디오로 먼저 데뷔했고, TV로 데뷔한 것은 내년이 20주년이에요. 사실 제가 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고,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누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천운’에 가까울 정도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을 받다 보니 서서히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 순간 내리막을 걷게 됐어요. ‘내가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자만하면 혹독한 시련이 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고 깨닫는 순간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Q. 요즘 영화 관련 행사의 진행자로 독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진행자로서 영화는 어떤 매력과 즐거움이 있나요?
영화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영화 관련 일을 시작한 지는 8년이 됐어요. 영화를 처음으로 기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가 제작보고회예요.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요. 영화 한 편 제작하는 데 짧게는 2~3년, 길게는 7년에서 10년이 걸려요. 기획부터 캐스팅, 촬영, 후반 작업, 개봉까지 정말 많은 이의 노고가 들어가는데 이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가 제작보고회거든요. 보통 1시간 안에 영화 제작 과정을 전반적으로 보여줘요. 많은 영화인의 땀과 열정이 있기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진행에 임해요. 너무 무겁지 않게, 한 편의 토크쇼라 생각하고 주인공들이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도록 돕지요. 저는 사람들이 모인 행사는 메시지가 확실히 전달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 ‘유머’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고요. 메시지를 잘 전달하면서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진행자인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Q. 20대 초반, 한창 전성기에 2년간 미국 유학을 다녀왔잖아요. 떠날 때, 활동 공백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연예계 생활과는 상관없이, 중학생 때부터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떠나겠다!’고 저 자신과 약속한 상태였어요. 당시 방송 활동이 너무 바빠 잠도 제대로 못 잘 때였죠. 어떤 선택이든 쉬운 것은 없을 거예요. 무언가를 내려놓고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것을 안 해서 후회되네. 그때 갈걸’ 하면서 후회로 얽매이는 게 싫었어요. 결단을 딱 하고 나서는 오히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죠. 당시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너 이렇게 잘 나가는데 왜 그만두느냐, 너 갔다 와서 일 다 끊기고 돈도 못 벌 수 있다.” 그렇더라도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의 전성기는 아직 안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은 40대가 돼서 혹시 올지 모를 ‘전성기’를 위해 지금 더 열심히 노력하는 거예요. 제 30대의 경험으로 40대에는 좀 더 깊이 대중과 소통해야죠. 그래서 제 40대가 정말 기대되고 잘됐으면 좋겠어요. 잘된다는 것이 부와 명예가 아니라 방송인으로서 사람들의 삶과 마음에 깊이 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Q. 많은 연예계 후배가 닮고 싶은 ‘방송인’으로 박경림 씨를 꼽더라고요. 본인은 롤모델이 있나요?
예전부터 ‘오프라 윈프리’를 존경해왔는데요, 그녀의 삶 자체가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에게 불행이 닥쳐오기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존경을 받는 포인트가 ‘극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프라 윈프리는 가난, 외모, 차별 등 정말 많은 것을 극복한 사람이잖아요. 지금도 그녀에 대한 존경심은 여전히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이, 그녀의 삶은 저와는 많이 다르고 제가 ‘오프라 윈프리’가 될 수는 없기에 저는 나름대로 저만의 삶을 개척해나가야겠다는 거예요.
Q. 어느새 결혼 10년 차예요. 연예계 생활은 매우 불규칙하고 많이 바쁘잖아요. 가정과 일, 육아를 지혜롭게 병행하는 박경림 씨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저는 주중에는 많은 일을 하지만 주말에는 일을 안 해요. 저희 부부는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정했어요. 아이도 엄마, 아빠가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함께한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면 자기도 학교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죠. 그리고 주말 계획을 아이와 함께 짜요. 다음 주 주말엔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다음에는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파티를 하고, 다음엔 서점에 가서 사고 싶은 책을 한 권 사고, 다음엔 한강공원에 가서 같이 농구를 하는 등 매주 뭔가를 함께하는 거예요. 아이는 주말을 기다리면서 주중에는 자기도 바쁘게 지내려 해요. 또 주말에는 부부에게 서로 휴식을 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당신, 사우나 가서 피로 좀 풀어요!” 하면 남편이 사우나에 가고, 그동안 저는 아이와 마트에서 장을 봐요. 반대로 제가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하면 그동안 남편이 아이와 농구를 하는 식이죠. 그렇게 부부가 서로 하고 싶은 것을 조율해요. 안 그러면 부모가 쉬지 못하고 골병이 나죠.(웃음)
Q. 늘 유쾌한 모습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박경림 씨를 보면 꿈을 다 이룬 듯 보여요. 더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는지요?
저는 늘 대중과 함께하는 직업이잖아요. 즐거움은 기본이고. 앞으로 대중에게 행복과 희망을 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나이가 위로만 가잖아요.(웃음) 이제 저도 선배님들의 나이가 돼가는 거죠. 저와 멀어지는 나이의 사람들과도 소통이 되는, 누구와도 격의 없이 대화하는 방송인이 되고자 합니다. 막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방송인으로서 매력이 없는 것이죠. 제가 받은 과분한 사랑, 제가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저는 평생 보답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은 것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도록 평생 노력할 것입니다.
Q. 법과 원칙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떠한가요?
법과 원칙은 사실 누구나 알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배워왔고,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죠. 그런데 ‘이래도 되나?’ 하면서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너그러운 마음이 생기면서 법과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죠. 어쩌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 법과 원칙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꾸 관대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관대한 이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어지러워지는 것이죠. 남에게는 관대해도 자기 자신에게는 더욱 철저했으면 좋겠어요.
글_허주희 작가·사진_장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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