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로 동심을 펼치다_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

人사이드인터뷰

2017.05.02

김영만 원장은 2015년 7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통해 이제는 이미 커버린 어른들의 동심을 다시 펼쳐냈다. 오랜만에 우리 곁에 나타난 그는 사실 항상 그 자리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색종이를 접고 있었다. 늦깎이로 종이접기를 시작한 그는 어떤 고난이나 유혹에도 손에 쥔 색종이를 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지금 어른 세대에게도 여전히 ‘선생님’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다.

신세경

김영만 아저씨와 배우 신세경

Q. 2015년 7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모습을 보여주신 후에 벌써 2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근황이 비슷합니다. 여러분이 어렸을 때 보던 프로그램과 비슷한 어린이 프로그램에도 계속 출연합니다. 마산대학교, 수원여대 아동미술과에서 강의를 하고 유치원, 백화점 강의도 합니다. ‘마이리틀텔레비전’ 출연 이후에는 청·장년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나 인문학 강연을 위해 무대에 서기도 합니다. 최근 3월에는 200~300명 정도 되는 군인 코딱지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주기도 했고요. 이러한 국내 봉사 외에도 일 년에 한 번은 해외 봉사도 하고 있어요.

Q. 김영만 선생님께서는 종이접기의 선구자로 잘 알려지셨는데요. 국내에 종이접기가 보편화되지도 않았을 당시, 어떻게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드셨나요?
제가 미술을 전공하고 당시 대우실업에 광고, 그래픽 담당으로 입사했어요. 5년 넘게 근무를 하다가 제 사업을 하고 싶어져서 퇴사하고 에이전트 사무실을 차리려고 했어요. 사무실 계약까지 해두고 자료 조사차 일본에 있었는데, 갑자기 투자자가 투자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암담했죠. 그때 일본에 있던 제 친구가 차라리 좀 더 머리 식히고 귀국하라고 해서 당분간 그 친구 집에서 지내게 됐죠. 그러다 보니 그 친구 딸내미 유치원 등원을 제가 도맡아 하기 시작했어요. 그 아이가 유치원에서 종이접기를 배우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종이접기를 가르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 후 귀국하자마자 아동교육과 교수, 유치원 원장들에게 무작정 찾아가서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배우는지 물어봤어요.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종이접기를 가르치지 않더라고요. 그 이유가 정돈된 커리큘럼이 없어서였어요. 그때 저는 사명감을 느꼈어요. 그때까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우던 미술은 그리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리기는 평면 미술이고, 2D입니다. 그런데 종이접기는 입체 미술이고, 3D예요. 아이들이 입체 미술을 배우면 거리 감각과 창의성이 높아지고 인지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죠.

김영만

Q.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통해 많은 코딱지가 김영만 선생님과 울고 웃었어요. 결국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1위도 거머쥐셨고요. 그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마리텔 채팅방에서 많은 코딱지의 생각을 알 수 있었어요. 처음 출연했을 때는 ‘선생님 그동안 어디 가 계셨어요?’라는 반가운 반응이 있었고, 조금 어려운 단계로 종이접기를 하기 시작하면 ‘너 먼저 가’라는 재치 있는 반응도 있었고요. 그리고 막판에는 저도, 마리텔을 보고 있던 수많은 청·장년도 눈물을 흘렸죠. 사실 저는 한 시간 동안 녹화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너무 기쁜 동시에 슬프고 미안해서요. 녹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어렸던 시절의 ‘김영만’에 대해, 또 ‘김영만’을 보고 종이를 접던 시기의 자신에 관해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녹화 뒤에 ‘김영만’을 검색해서 나온 한 블로그의 글을 보고 한참을 울었어요. 그 글 내용이 이거였어요. 자신이 취업준비생인데 아르바이트를 두 개 하고 집에 들어와서 라면을 끓였대요. 그런데 다음팟에서 ‘김영만’이 나오더래요. 얼떨결에 저를 보면서 같이 깔깔대며 웃고 종이접기를 하고 났더니 그 사이에 라면이 다 불어서 먹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라면을 못 먹어도 배가 부르대요. 오랜만에 김영만 선생님과 재밌게 종이접기를 해서요. 그때 저는 이 일을 이렇게 오랫동안 하는 동안 수많은 코딱지들을 돌아보면서 왔어야 하는데 앞만 보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창 저를 보고 자라나던 아이들은 가장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 IMF로 직장을 잃은 부모들을 지켜봤고, 대학까지 나왔는데 아무 밑천이나 도움 없이 사회에 내던져져서 취직도 어려워요. 마리텔을 통해서 요즘 청·장년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Q. 지금까지 몇십 년간 매일매일 새로운 종이접기 방법, 만들기 방법을 생각해내고 계신데요. 그 비결이 궁금해요.
저도 한때는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우울증이 올 지경이었어요. TV유치원 ‘하나둘셋’ 할 당시에 매일 녹화를 했는데, 다음 날 아이템이 생각나지 않는 거예요. 그 상황이 매일같이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런 생활이 6년이 지나니까 아이디어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이제는 ‘가을’이라는 녹화 제목만 봐도 허수아비를 접어야겠다고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아마 어떤 경지에 오르고 나면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종이접기를 하던 중간에 다른 일을 하거나 한눈을 팔았으면 이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겠죠. 그런데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 머릿속 한구석에 종이접기 아이디어가 생겨날 공간이 자리를 잡았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프로’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법원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김영만

Q. 김영만 선생님께서는 누가 봐도 ‘법 없이도 살 사람’이신 것 같은데요. 평소에 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법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법과 정말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살아가면서 ‘법’을 떠올리며 행동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내고, 운전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해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법’이, 또 ‘법원’이 저와 멀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법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현재 법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앉아 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존경스럽고요. 한편으로는 우리 코딱지들이라고 생각하면 혹시 그동안 너무 힘차게 달려오느라 쉬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해요. 여유를 갖고 조금 천천히 걸어간다는 생각으로 즐기며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지켜나가는 훌륭한 코딱지들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김영만 선생님과 함께 요술꽃을 만들어봐요~

종이접기

글_강나은·사진 _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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