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2] 베이스 악기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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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필객 2] 베이스 악기 입문기

2023.06.07

베이스악기 낭만필객Ⅱ
글 이찬우 실무관(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베이스 악기 입문기

20세 중반이 넘어서까지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축구를 좋아하셔서 주말마다 조기축구회 출석
도장을 찍으시는 아버지와 달리 나는 운동신경이 없어 운동은 아주 젬병이었고, 독서를 취미로 삼자니 종이 위 빽빽하게 인쇄된 활자들을 눈으로 훑는 행위는 학교 수업 시간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라는 결과물로 보았을 때 실제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 흔한 컴퓨터 게임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피로감만 느낄 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면 이어폰을 꽂고 침대에 송장처럼 누워 음악만 들었기 때문에 학창 시절 학기 초 자기소개서의 취미와 특기를 적는 란은 그 어떤 시험 문제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반려 악기로 베이스 선택
시간이 흘러 법원 서기보 시험에 합격 후 집에서 나와 혼자 살게 되면서 여느 때처럼 음악을 들었다. 그러던 중 인디밴드의 음악에 흥미가 생겼고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배워보고 싶다는 능동적인 학습 욕구가 생겼던 건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밴드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각기 다른 장점이 있어 악기별로 호기심이 생겼지만 접근성과 집 밖에서 활동하기 꺼리는 나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드럼은 나의 ‘반려 악기’ 후보에 넣기 어려웠고 결국엔 기타와 베이스 두 갈림길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귀에도 잘 들어오는 기타와 잘 들리지는 않지만,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여러 악기들을 한데 묶어주는 베이스, 두 악기 중 어떤 것을 배울지 고민하던 차에 나는 베이스를 배워보기로 했다. 꽤 오랜 기간 고민했던 것과 달리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줄이 네 개이기 때문이다.
‘기타를 배울지’ ‘베이스를 배울지’ 고민하는 기간과 ‘어떤 베이스를 사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기간만 합쳐도 족히 반년은 더 걸렸던 것 같다. 긴 고민의 시간을 끝냈던 건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이성이 희미해진 틈을 탄 충동구매였다. 그 와중에 생존 본능으로 얇은 지갑 생각은 났던 건지 입문자용의 저렴한 베이스를 구매했다.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습을 받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를 배운 이후로 악기는 오랜만에 잡는데다가 현악기는 아예 처음이었다. 배송된 악기를 받아 들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베이스를 앰프에 연결하고 주변 세대에 소음피해가 가지 않도록 헤드셋을 연결한 후 첫 번째 줄을 튕겨 보는 것이었다.
그다음엔 내가 한 가지 깜빡한 사실이 생각났다. 나는 베이스를 연주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베이스는 갑갑한 가방에 감금된 채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첫 연주 후 학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지만 퇴근하고 학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앰프에 먼지만 두껍게 쌓여가던 중 일단 등록이라도 해두면 박봉에 수강료로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집 근처 실용음악 학원에 등록하여 주 2회 강습을 받게 되었다. 학원 첫날 강사님께서는 나의 수준 파악을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다. 코드는 알고 있는지 지판은 다 외웠는지 등,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질문 중 하나쯤은 하얀 거짓말로 ‘그렇다’라고 할 법도 했는데 지나치게 정직했던 나의 대답은 전부 ‘아니오’였다. 강사도 ‘no base bass’는 처음이었는지 멋쩍게 웃었다. 강사는 지판을 제대로 잡는 법부터 여러 가지 기초를 알려 주었다. 확실히 그동안 혼자서 영상만 보고 배우던 것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배움의 속도 차이가 있었다. 박자가 틀려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알려주신 자비로운 강사님 덕분에 어느 정도 연주의 틀은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봤자 백지장에 선 하나 그은 수준으로 ‘베이스를 연주할 줄 안다’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연습 중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강습을 받고 1월 인사이동으로 인해 학원 등록 연장을 잠시 미루었으나 연습은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하고 있는 편이다. 악보를 구매하고 출력해서 보면서 연습을 할 때도 있지만 유튜브로 재생되는 악보를 보며 음악과 함께 따라 치는 때가 더 많다. 실력을 키우는 데는 전자의 방법이 확실히 낫다. 하지만 후자의 방법이 재미가 있는 편이다.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스트레스받으면서 반주도 없이 악보의 같은 라인만 연주하는 것보다 조금 틀리더라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재미를 느끼는 방향대로 연주하는 것이 취미를 길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실력은 피아노로 비유하자면 바이엘도 버벅대며 겨우 치는 수준이다. 스스로 연주하는 소리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다. 이 듣기 역한 소리가 처음에는
‘너무 저렴한 악기를 산 게 원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학원 강사가 내 베이스를 ‘한번 쳐보겠다’라며 가져가 연주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는 간결하고 명쾌한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연주했던 소리는 베이스가 외치는 비명소리 정도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적잖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동안 꾸준히 연습한 한 덕에 살려 달라 외치는 비명소리에서 앓는 소리쯤으로 줄어든 편인 것 같다.
‘네 줄 기타’ 또는 ‘슈퍼 메가 우쿨렐레’ 등 농도 진한 조롱이 섞인 대우를 받는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 베이스를 고른 이유는 현이 네 개인 데다 기타처럼 코드를 잡을 필요가 없어 비교적 덤비기 쉬워 보였다. 또 음악을 듣다 보면 저음의 둥둥대는 베이스 소리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 가끔은 전자 기타의 소리에 혹해 ‘기타로 갈아타 볼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기타 외에도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지인이 종종 옆에서 바람도 잡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흔들리지 않고 내가 고른 선택지로 밀고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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