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3] 수린이(수영과 어린이를 더해 줄인말)의 수영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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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5

수영도전기

낭만필객Ⅲ

글 이해용 실무관(충주지원)

수린이(수영과 어린이를 더해 줄인말)의
수영 도전기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이상 <날개> 中 -

수영 도전…‘두려움과 설렘’
“저기,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요, 등록하면 바로 나갈 수 있나요?” 이렇게 수영에 대한
도전은 문의 전화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수영과 나와의 인연이라고는 그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를 중계방송으로 보거나 가끔 물놀이를 마지못해 따라가는 사이 정도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나도 돌고래처럼 물속을 자유롭게 노닐고 싶다’라는 욕망이 숨죽이고 있었는지 바닷가나 호텔 수영장 또는 워터파크에서 유아용 풀장이 아닌 넓고 깊은 성인풀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상상을 자주했었다. 그러나 매번 용기를 가지고 갔던 수영장에선 발이 땅이 닿지 않으면 죽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이내 남들 수영하는 것만 구경하거나 발만 담그는데 만족했던 나로서는 헤엄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수영이 건강에 좋다’는 접근동기와 만약 소중한 사람이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하는 회피동기에 의해 몇 번이고 배우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그럴수록 수영에 대한 두려움은 더더욱 커져갔다. 이번 생에는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벽처럼….그러다 어머니를 아픔 없는 하늘나라로 보낸 이듬해의 일이었다. 어머니를 보내면서 ‘인간의 생은 생각보다 짧고 그 시간을 해보지 못했던 일에 대한 도전을 해보는 것 또한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 끝에 수영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두려움과 설렘’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상황. ‘누구라도 처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처음이라 두렵고 설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편에 집중을 하자’라고 마음을 정리하니 한결 가뿐해졌다.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도전’이라는 단어는 묘한 설렘까지 생기게 하였다. 대망의 수영장으로 향하는 첫날.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 낯선 지역, 낯선 사람들과 수영을 하러가는 복잡다기한 심경과 반대로 천안의 겨울 새벽길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차창에 반사되는 내 모습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내가 이 시간에 여기에 있다니….’ 매일 작은 목표를 세우다
수린이로서의 첫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새벽타임 기초반. 기초반이지만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가 강습을 받고 있었다. ‘음~, 파’ 호흡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된 수영강습은 생각대로 힘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버티며, 어찌어찌해서 겨우 물에 뜨는 것까지 하였지만, 킥판없이는 그마저도 불가능하였다. 당시 킥판은 나의 생명줄과 같았다. 25m 레인을 한 번도 쉬지 않다는 것은 그 당시 나에게는 커다란 도전과제였다.
아마 이때부터일 것이다. 매일 아침 나름의 목표를 설정해서 그 동작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킥판 잡고 2번만 쉬고 완주하기, 한 팔씩 번갈아 가면서 수영하기 등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하여 작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루하루 작은 목표를 이루고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니 ‘마치 0점 맞던 학생이 50점 맞았을 때’처럼 실력이 느는 재미가 들고 그 재미를 이어가고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가장 닮고 싶은 동물은 돌고래가 되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고 힘차게 돌핀킥을 차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바타2’, ‘블랙펜서:와칸다 포에버’를 보면서도 스토리보다도 등장인물의 수영실력과 수중생물들의 물속에서의 자유로움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아가미가 있으면 더 멀리 깊게 수영할 수 있을 텐데’라는 재미난 상상을 하며….

가고 싶은 수영장으로 탈바꿈
수영을 시작한 지 2달이 넘어가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마음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연습 시간을 더 늘려 새벽 6시 수영장에서 2시간 강습 및 자유 수영을 하고 퇴근 후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수영장 문 닫는 10시까지 수영을 하기를 반복하였다.
처음에는 가까스로 가던 수영장이 너무나 가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배운 내용이 하나씩 하나씩 성공할 때의 기쁨과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는 실력을 보면서 하루 종일 수영만 하고 싶은 정도였다.
하루 4시간, 일주일에 5일, 특히 월요일에는 새벽 수업을 들으려고 청주에서 새벽 5시에 천안으로 출근을 해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두 달간 연습 한 결과 수영 실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킥판없이 자유형 및 배영, 평영으로 25m 뿐 아니라 그 이상도 무리 없이 갈 수 있게 되었고 너무나 기분 좋게 중급반으로 승급되는 기쁨까지 함께하였다.
수영의 꽃인 ‘접영(butterfly stroke). 수면 아래에 있다가 웨이브를 이용하여 수면 위를 두 팔을 나비처럼 활짝 팔을 펴고 리드미컬하게 다시 수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난 매료되었다. 접영은 다시 시작된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직 목표는 부드러운 접영이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몸이 무거우나 가벼우나 처음 수영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연습도 쉬지 않고 하였다. 그 결과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의 접영도 어느 정도 날개짓을 하며 제법 앞으로 날아오르는 모양새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노력이 결과로 도출되는 이런 재미 때문에 수영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260여 일 동안, 190km 수영 삶에서 커다란 나비효과 불러일으켜
2022년 7월 충주지원으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수영장 등록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낯선 곳, 그리고 호기롭게 시작된 상급반에서의 첫날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새벽부터 청주에서 2시간여를 달려 수영장으로 향하였다. 그만큼 수영은 어느새 나의 삶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비록 아직 수영을 시작한 지 1년을 조금 넘긴 수린이에 불과하지만, 1년간 대략 260여 일 동안 수영장을 찾았고, 190km 정도의 거리를 수영을 하였다.
오랜 망설임 끝에 시작한 수영은 삶에 있어서 커다란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새벽 수영을 나가며 자연스럽게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상쾌하고 활력 있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이 긍정적인 에너지는 가족뿐만 아니라 내면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다.
가족들과는 2달에 한 번꼴로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나 리조트, 워터파크 등으로 여행을 다니며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고, 가족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벽에 하는 유영(游泳, 물속에서 헤엄치고 놂)이다. 수영하면서 눈을 감는다. 물속에 있지만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듯이 물살을 타면서 스트로크 하나에 어제의 스트레스를 스트로크 둘에 지난날의 아픔과 괴로움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지, 직장에서의 업무는 잘하고 있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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