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2] 오직 나만을 위한 힐링시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뮤지컬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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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킹키부츠

낭만필객Ⅱ

오직 나만을 위한 힐링시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뮤지컬 <킹키부츠>

글 임선경 실무관(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거창 토박이 거창지원서 법원 생활 시작

2022. 1. 1.자로 거창지원으로 발령을 받아 첫 법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 나는 1월 2월은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작은 지원의 특성상 실무관 한 명이 담당하는 일이 여러 가지이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관이 한 명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을 배우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배님들과 계장님, 판사님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몇 달이 지나고 나서는 무사히 적응하게 되었다. 1월에는 가족들, 친구들에게 ‘시보 기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게 단골 질문이었고,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될 거 같다’며 하소연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다행히 그 시기는 잘 지나갔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업무를 다시 배워야 하지만 작년처럼 멘붕에 빠지진 않았다. 거창지원은 전임자가 다른 법원으로 인사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서 전임자가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다행히 올해는 전임자 선배님이 함께 계셔서 작년보다 걱정을 덜었다.
거창 토박이로서 법원 생활을 하기 전에 초등학생 때부터 법원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거기다 집 근처 법원이라는 기관이 생활권에 있다는 걸 예사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작은 시골에 법원이 있는 건 특별한 경우라고 들었다. 격오지 인센티브가 있는 등 거창지원이 격오지라는 표현을 들을 정도의 상황이라는 게 잘 와 닿지가 않았었는데 1년쯤 지나고 보니 왜 그런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작년 6월에 울산지법을 잠시 구경 간 적이 있었는데 어느 회사처럼 12층이나 되는 건물에 굉장히 넓었고 한 과당 자리가 여러 자리 있는 걸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첫 발령을 거창지원으로 받게 됐고 대학교 생활을 한 것 외에는 거창에서 지냈다. 도시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으니 다른 법원에서는 어떻게 일하며 생활하는지 궁금했는데 <법원사람들>에서 사진이나 글을 보며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매달 재밌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역도서관에서 마지막 수험생활을 보냈는데 거기에 <법원사람들>이 꽂혀있어서 공부하다가 쉴 때 자극도 받을 겸 종종 찾아 읽었고, 합격하고 이 책에 내가 나오는 날이 있을까 상상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이런 글을 쓰게 될 기회가 찾아와서 참 신기하다.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많은 게 달라진 거 같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과 동시에 법원 생활을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열심히 새로운 업무들을 배우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런 내가 오로지 나만을 위한 힐링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바로 뮤지컬 <킹키부츠>를 혼자 보러 간 날이었다.
보러 가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여느 때와 같이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알고리즘에 킹키부츠의 <raise you up>이라는 영상이 떴고, 그 영상을 보는 순간 신나는 음악과 동작에 빠져 다른 뮤지컬 넘버 영상도 찾아서 들었다. 그전까지는 이런 뮤지컬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 영상을 본 뒤로 마치 수능 금지곡처럼 귓가에 맴돌아 한동안 계속 들었던 거 같다. 계속 보다 보니 에너지와 무대를 직접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한번 꽂히는 일이 있으면 갑자기 무작정 지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가 딱 그랬다. 마침 그 시기쯤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때라 기분을 환기하기 좋겠다 싶었고 그렇게 그날은 작년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하루 중 하나가 되었다.

아트센터에 도착해서 본 뮤지컬 <킹키부츠>의 소개 글은 이러했다.

전혀 다른 두 남자의 환상적인 팀워크!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는 생각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 롤라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도전을 시작한다.
남자가 신는 80cm 길이의 부츠인 킹키부츠를 함께 만들기로 한 것!
밀라노 패션쇼에서 핫하고 섹시한 킹키부츠 라인을 선보이려 하지만, 협업은 어렵기만 하다.
결국 찰리는 밀라노 런웨이에 홀로 서게 되는데.. 두 남자가 함께 완성한 ‘킹키부츠’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시선을 사로잡는 황홀한 무대, 뮤지컬 <킹키부츠>

영국 노샘프턴 수제화 공장들의 경영 악화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브룩스 신발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킹키부츠는 듣기만 해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독성 강한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 다채로운 의상 등 시선을 사로잡는 황홀한 무대 연출로 매 시즌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구두공장을 되살리기 위해 80cm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하는 초보 사장 ‘찰리’,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아름답고 유쾌한 남자 ‘롤라’, 모든 일에 열정을 다하는 열혈 공장직원 ‘로렌’, 불같은 성격으로 이따금 갈등을 일으키는 구두공장 직원 ‘돈’ (-킹키부츠 프로그램 북 설명 中)이 등장하는 이 뮤지컬은 알고 보니 이미 해외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유명한 작품이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 공연되었던 2020년 시즌은 관객 평점 9.8을 기록하며 힘든 시기 속 힐링과 위로를 건넨 유일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고 한다.
보러 가게 된 계기도 유튜브에서 본 영상 하나로 가게 된 거고 즉흥적으로 가게 된 거라 뮤지컬 줄거리나 내용은 모른 채로 관람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이나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주는 감동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킹키부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 중 하나는 1부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주인공 찰리에게 오스카와일드의 말을 인용한 대사였는데, “오스카와일드는 말했지, be yourself.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많다고 찰리.” 본인이 원하는 삶과 정해진 길 사이에서 갈등하던 주인공에게 조언을 주던 대사였다. 드랙퀸의 삶을 사는 롤라의 이야기도 참 인상 깊었다. 처음엔 드랙퀸이라는 단어도 알지 못했는데 주위의 편견에 맞서야 하는 삶과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었고 그걸 완벽히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특히 내가 본 공연은 롤라역으로 강홍석 배우가 연기를 했는데 건장한 몸으로 <Land Of Lola>를 부르는데 자존감 높은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당당한 모습이 느껴져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이 뮤지컬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타인에 대한 혐오를 쉽게 하고 또 그만큼 가볍게 하는 시대에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고민과 투쟁, 자기수용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내용에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찰리와 롤라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결국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종종 잊고 사는 메시지를 온 마음을 다해 전달한다. 3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또 영상을 찾아보게 되는 중독 현상을 겪었지만, 눈과 귀가 즐겁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쇼뮤지컬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2번, 3번 봐도 질리지 않을 거 같고, 기회가 된다면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 가볍게 보기 좋으면서도 함께 또 각자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힐링 뮤지컬 킹키부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기회 되면 유튜브로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Raise You Up> 가사

두려웠었지 널 만나기 전엔
날 믿어주고 밀어준 건 너뿐이었어
길을 잃을 때 나를 지켜준 건 너
이젠 내가 더 큰 사랑 돌려줄 거야
꿈을 따라 자 날아올라
네 열정에 불을 붙여봐
삶의 축제 날개를 펴네
가끔 넘어질 땐 내 손을 꼭 잡아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
함께해

따분한 인생 꿈 따윈 없없어
내 삶에 당당하게 와서 불을 붙인 너
우뚝 일어설 거야
뭐든 해낼 수 있어
이런 나를 울 아빠도 보고 있을까

꿈을 따라 자 날아올라
네 열정에 불을 붙여봐
삶의 축제 날개를 펴네
가끔 넘어질 땐 내 손을 꼭 잡아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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