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3] 나의 야구일기 2023년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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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야구장

낭만필객Ⅲ

나의 야구일기
2023년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리며

글 박병현 행정관(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2023년도 프로야구 개막 일정이 발표됐다. 2023 KBO 정규시즌은 2023년 4월 1일에 개막하여 팀당 144경기씩 총 720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아직 개막일을 기다리기엔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2023년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그 간극을 충분히 그리고 훌륭히 메워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 한쪽이 간질간질해 온다. 또한 KBO 정규리그의 긴 여정에 살짝 지칠 때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023년 9월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크~ 2023년의 야구 시간표는 완벽하다.

야구의 매력… 굴곡진 인생을 압축해 보여줘
스포츠 헤드라인 기사를 보는 듯한 서론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야구라는 운동을 좋아한다. 조악한(?) 손을 가지고 글러브가 아닌 벙어리장갑을 낀 듯한 수준의 글러브질을 하며 서로 공을 던지고 치는 운동회 수준의 야구를 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몸이 둔해 단순히 야구라는 운동을 보는 것을 무척 더 선호하는 편이다. 혹자는 ‘야구 그 운동 같지도 않은…’ 이라며 지루하고 역동적이지 않다고 무시하는 경향도 있지만 모든 야수들이 투수의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지루하거나 숨돌릴 틈이 없다.
경기장에서 투수가 서 있는 투수판에서 포수가 앉아있는 홈플레이트 사이의 거리는 18.44m이다. 이 거리에서 투수는 자기가 던질 수 있는 모든 공을 활용하여 타자와 승부를 겨룬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며 좀 더 그럴싸한 거짓말(?)로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낸다. 혼이 담긴 거짓말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 거짓말(?)이 통하기 시작하여 타자의 어깨가 움찔하기 시작하면 이미 판은 짜진 거나 마찬가지. 다음번 투구엔 타자가 알아서 투수가 던진 공에 반응하며 배트는 하염없이 허공을 가르고, 타자는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툭 치고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후회하긴 이르다. 어차피 한 경기에 보통 3~4번의 기회는 돌아오게 되어 있다. 물론 투수도 마찬가지다. 안타 한두 개쯤 맞는다고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한두 번의 실수로 안타를 맞더라도 나머지 아웃카운트를 잡으면 잔루 처리가 가능하기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홈런을 맞는다고 경기를 패배하는 것도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경기를 뒤집고 승리투수의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우리의 굴곡진 인생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야구의 매력에 더 빠지는 것 같다.

이글스에 빠지다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구구절절이 예찬했지만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다. 고인물은 맞지만 때때로 넘치기도 바짝 마르기도 해왔다.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로 기억되는 데 주말마다 막냇삼촌이 몇 시간씩 TV 앞에 앉아서 야구를 보고 있는 모습을 신기한 듯 보다가 나도 어느새 그 옆에 앉아서 야구 중계를 보기 시작한 게 야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어느 특정 팀을 응원하기보다는 특정 선수 또는 야구 중계 자체를 보기만 했었는데,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대표되는 빙그레 이글스의 전성기(1988년~1992년)를 접하고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게 되었다. 아마 빙그레 이글스의 연고가 충청도라는 것보단 전성기 시절 빙그레 이글스의 압도적인 성적이 자연스레 어린 아이의 마음을 끌었던 것 같다. 장종훈, 송진우, 한용덕, 정민철 등등… 1988년부터 1992년까지 가을야구만 5번, 한국시리즈를 4번이나 진출했던(전통의 강호이자 천적이었던 해태타이거즈에게 번번이 패했고 돌풍의 롯데 자이언츠에게 일격을 맞아서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 당시 명실상부한 최강의 팀이었으니 얼마나 매력적이었겠나. 그때의 빙그레 이글스 팬이라면 이글스의 전성기 시절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때가 나의 고인물이 넘쳐흘렀던 때였다. 특히 장종훈 선수를 좋아했었는데,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CF, TV 출연은 물론 장종훈 선수의 이름을 딴 만화까지 연재되었으니 그 인기는 요즘 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강렬했던 이글스의 전성기는 점점 기울어 갔고 가끔 가을 야구를 하면서 이글스의 명맥을 유지해 나갔다.

이글스 제2의 전성기를 즐기다
‘1999년 이글스의 우승’ 무슨 세기말 프로그램 오류가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한화 이글스는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만다. 한화 이글스의 우승 당일 날 나는 청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제천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야! 이글스가 우승했어”라며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나에게 한화 이글스의 우승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 당시 전화기 너머로 폭죽 소리가 들렸을 텐데 전화를 끊고 난 후 기차 창밖에서도 폭죽 소리가 들린 듯한 감정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글스의 우승이었지만 엄청 짜릿하거나 쾌감을 주진 못했다. 미뤄둔 숙제를 해결한 것 같은 시원함이랄까 안도감 이런 감정들이 더 컸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의 우승을 좀 더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 첫 우승이 현재까지 마지막 우승으로 남을 줄이야…
하지만 2006년 류현진이라는 초대형 신인의 등장과 그 해 삼성 라이온스와의 한국시리즈(한국시리즈 최초 3경기 연장승부 – 물론 이글스가 시리즈에서 졌고 선동열이라면 치를 떠는 이글스 팬에게 두 번째 치를 떨게 만드는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를 만들어 냈다) 혈투는 나의 야구에 대한 세포를 깨워주기에 충분하였고 한화 이글스의 제2의 전성기(2005년~2007년)를 맘껏 즐기고 있었다.

이글스에서 프로야구로 관심을 가지다
2008년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사의 기념비적 사건이 발생한 한 해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물론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이었다. 압도적인 경기 결과와는 달리 거의 모든 경기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었으며, 약속의 8회는 어김없이 등장하였다. 결승전인 쿠바전 9회 1사 만루 장면에서의 병살 처리 장면은 아직도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이날을 계기로 야구의 날을 제정했다고 하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의 기적으로 야구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열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한국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한국프로야구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화 이글스는 제2의 전성기(2005년~2007년)를 뒤로한 채 차갑게 얼어붙어 갔으며, 나의 관심도 이글스가 아닌 류현진 선수나 특정 선수, 특정 대회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육아를 시작하며 다시 이글스로
‘뜻밖의 계기, 육아를 시작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한동안 흥미를 잃었던 야구를 다시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육아를 시작하면서다. 육아를 해 본 사람들이 다 알겠지만, 육아 일과를 다 마치고 나면 아기도 자고, 내편인 듯 내 편 아닌 그 분(?)께서도 주무시고, 오롯이 나에게만 주어지는 시간이 온다.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고, TV 예능도 보고, 맥주도 한 캔씩 하고, 프로야구 전 구단 하이라이트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게 나의 루틴이 되었다. 세상 조용한 밤에 맥주와 함께 야구 중계를 보는 것이야말로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그렇게 야구 중계를 계속 보다 보니 야구가 아닌 이글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글스는 예전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이 아니었고, ‘8-8-6-8-9-9-6’ 라는 마치 비밀번호를 연상시키는 성적표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지만 나 역시 보살 팬이 되어 있었고 비록 최강 한화는 아니지만 짜릿한 역전승이나 진땀나는 투수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글스의 야구를 즐기고 있었다.
작년에 가족과 함께 야구장 나들이 시도(?)를 했다. 첫 시도치고는 나름 괜찮았다. 여전히 그분(?)은 지루해하시고 두 딸도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응원석 옆자리 티켓팅을 한 보람이 있었는지 ‘치어리더 언니들이 이쁘다’며 춤추는 건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한다. 물론 경기를 다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오긴 했다. 그래도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으니 올해도 도전해 보아야겠다. 포기를 모르는 보살 팬이 아닌가. 그래서 2023년 프로야구 개막이 더욱 기다려진다. 그리고 간절히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며 외쳐본다. 2023년 한화 이글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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