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만나다] 차주희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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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Theme 만나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나’가 아닌 ‘우리’로 생존하기 위해 저마다 ‘배려’의 방식을 가집니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들은 영하 50~60도의 추위에 살아남기 위해 수천 마리가 몸을 밀착합니다. 얼룩말은 맹수가 나타나면 서로 의지한 채 뒷발차기를 하며 공격적인 방어를 하기도 합니다.
그중 동물이 가지는 가장 인상적인 배려는 바로 철새들이 보여주는 V자형 편대비행입니다. 철새들은 줄지어 이동할 때, 한 마리가 계속 앞서 이끄는 것이 아닌 서로 번갈아 가며 교대합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베른하드 보엘클 교수 연구팀이 철새들의 이동 추이를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힘이 가장 많이 드는 맨 앞자리는 한 마리가 계속 리드하는 것이 아니라 2~3시간 간격으로 교대를 하는 방식으로 전체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고 합니다. 즉, V자 대형은 누군가는 앞장서 상승 기류를 만들어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온몸으로 하강기류를 막아 전체 그룹의 비행을 돕는 일종의 배려체계입니다. 철새들은 동료와 함께할 때,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모두가 완주하기 위한 생존의 방식으로 배려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던 것이죠. 믿음을 동반한 배려는 수십만 킬로를 완주하는 V자 비행만큼이나 경이롭고 견고한 팀워크로 이어집니다. 좋은 팀워크는 믿음 위에 다져진 배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동물들에게서부터 배워봅니다.

차주희 부장판사 작은 배려를 시작으로, 배려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곳이 되기를

몇 해 전 어린 아들들만 데리고 뉴질랜드로 떠난 캠퍼밴 여행에서, 에스자 커브의 드라이브 스루 통로에 차량이 끼인 채 오도 가도 못하고 난처해하고 있었는데, 처음 본 외국인이 친절하게 운전 방법을 알려주어 무사히 두 아들과 함께 그곳을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로부터 배려받았던 따뜻한 경험들은 무의식 저편의 장기 기억장치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위기 상황을 극복하거나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내 일처럼 나서서 돕는 이타심 발로의 자양분이 되기도 합니다. 배려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지 알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잘 배려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처한 입장과 상황에서 생각해보고, 내가 존중받고 배려받고 싶은 것처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 됩니다. 세상을 바꾸는 큰 변화는 언제나 개인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나의 작은 배려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일상에서의 배려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곳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차주희 부장판사(대전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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