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면 더 행복해집니다!
부산고등법원 민형과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오늘은 부산고등법원 민형과 가족들이 함께 모여 도시락을 먹기로 한 날! 맛있는 음식과 흐드러진 이야기가 눈꽃처럼 만개했던, 즐거움이 가득했던 그 시간을 공개한다.
글. 이경희 + 사진. 홍승진
우리 같이 도시락 먹을까요?
직장인들이 하루일과 중 가장 기다리는 점심시간은 부산고등법원 민형과 직원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점심시간이 되자 하나둘, 약속한 곳으로 모여드는 직원들. 그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오늘 점심 도시락을 우리 과 직원들과 꼭 함께하고 싶다고 신청한 민형과 김호평 실무관이다.
“평소에 맛있는 밥 먹는 걸 좋아합니다. 같은 과지만 평소 워낙 바빠 직원들과 얼굴도 자주 못 보는 게 아쉬워요. 이번 기회에 점심도 같이 먹고 못다 한 얘기도 나누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모이니까 참 좋네요. 하하하.”
‘인싸’임에 틀림없는 김호평 실무관이 입을 크게 벌리며 웃자 모인 직원들 역시 덩달아 웃음을 터뜨린다. 기분 좋은 전염이다.
오늘 모인 직원은 총 5명. 신청자인 김호평 실무관을 포함해 정준호 사무국장, 김보무 사무관, 최인경 실무관, 노수정 행정관이다. 연령도, 성별도, 직급도 제각각이지만 편안히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이 왠지 감동스럽다. 주문한 도시락이 도착하기 전에 나누는 동료들과의 수다는 그 어떤 에피타이저보다 식욕을 돋우는 법. “라떼는 말이야~”가 아닌, 주고받는 즐거운 담소로 오늘의 주제 ‘초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정준호 사무국장에게 민형과는 어떤 곳인지를 먼저 물었다. 부산고등법원 전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는 민형과의 느낌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형과는 창원, 울산, 부산 전 지역의 사건을 처리하는 곳입니다. 민사과, 형사과 두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서 일이 굉장히 많은 곳이죠. 업무 특성상 한 치의 착오나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되는 과인데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일을 해 온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생생한 신입시절의 추억담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일의 시작에 대해서 묻자 모두가 잠시 숙고하는 표정이 된다.
“저는 1985년 8월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전체 직원이 8천 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1만7천 명 정도고 법관도 900명에서 3천 명으로 늘었죠. 지금은 많이 전산화돼 있지만, 그 당시는 등기부 등본 한 장 한 장을 다 손으로 복사해야 했어요. 당시 공공근로사업으로 오셨던 분들이 ‘세상에 노동도 이런 노동이 없다’면서 반나절 일하고 못 하겠다고 했죠. 그만큼 법원 일이 힘들었습니다.”
좋았던 기억도 있었다. 법원 입사 한 달 만에 지난 30년간 먹었던 고기보다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먹은 것이 그것이다. 늘 탕이나 국 안에 든 고기만 먹다가 회식에서 처음으로 고기를 구워 먹어 본 감동을 이야기하는 정 국장의 추억담에 모두가 빵 터진다.
김보무 사무관은 자신의 신입시절을 두고 갈등과 번민의 연속이었다고 운을 뗐다.
“젊은 혈기에 업무만족도가 낮았고 일도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직원들 간의 연대감도 부족하다고 여겼지요.”
그만둘 생각까지 하던 김보무 사무관을 돌려세운 건 자긍심이었다. “이왕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가져야겠다, 자긍심을 갖자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내가 하는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일하다 보니, 업무에 진정성을 갖게 됐고 업무만족도도 높아졌어요.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듣게 됐고요.”
김보무 사무관이 스스로 얻은 깨우침에 대해 말하자 정준호 국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초심을 잃고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인상이 굳고 짜증나던 시절, 그러나 간혹 지인들이 법원에 오면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는 이후 모든 일들을 ‘내 지인의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응대했다는 정준호 국장의 경험담도 들려준다. 김호평 실무관, 최인경 실무관, 노수정 행정관이 눈을 반짝거리며 경청한다.
맛있는 도시락, 즐거운 대화
어느새 도시락이 도착했다. 이야기를 끊기가 쉽지 않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두가 도시락을 펼치곤 탄성을 지른다. 베이컨말이밥, 쌈밥, 새우 요리, 두툼한 계란말이, 후식용 과일까지 말 그대로 비주얼부터 환상적인 도시락이 그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 이것도 먹어봐라, 저것도 맛있어요, 분주하게 권하고 맛있게 나눠 먹는 와중에도 이야기는 쉬지 않고 이어져 갔다.
법원 생활 15년 차라는 노수정 행정관은 처음 발령을 받아 출근을 했는데 전임자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간 데다 아무도 업무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일주일 동안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고 했다. 결국 자신에게 업무를 가르쳐준 사람은 “법원 직원이 아닌, 연세대를 다니던 공익요원이었다”고 고백해 폭소를 자아냈다.
“돌이켜보면 실무관 때와 행정관이 된 지금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걸 느껴요. 아우르는 입장이 되다 보니, 함께하는 업무나 회식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사람 관계에도 애정이 생기고, 안정감과 소속감이 들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내 개인 생활에 치중하느라 회식 참여나 조직 생활에 다소 소홀했는데, 이제는 출근이 즐거워졌어요.”
노수정 행정관의 말을 진지하게 듣던 정준호 국장이 한마디 보탰다. “지금의 회식 문화나 방법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같이 즐기고, 기꺼이 함께하는 마음이 들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들의 초심
이 자리에서 가장 막내인 최인경 실무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선배님들의 초심, 초창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새로웠다고 운을 뗀 그는 “입사 초기에는 사실 불안하고 두려웠어요”라고 솔직히 고백을 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간혹 이 자리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감사함을 잃어가는 순간이 있어요. 초심에 비해 관성에 젖어 민원인을 상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때도 있습니다. 7년 정도 근무하다 보니, 초심만큼 중요한 게 지금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이 탁해지거나 생기를 잃어가지는 않는지… 지금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걸 나에게 주면서 지금의 내 마음을 돌봤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와아- 하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정준호 국장도 “우리 직장의 비타민”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오늘 도시락 먹는 시간 내내 분위기를 띄우고 한 사람, 한 사람 챙긴 김호평 실무관이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한다. “첫 발령 때는 정신이 없었어요. 사법부 일원으로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죠. 저는 힘들 때마다 처음 사무실에 들어섰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회식 자리도 아니고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주저하며 왔다는 직원들. 그러나 뜻밖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맛있는 도시락으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잠시 잊고 살았던 초심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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