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2] 순회조사관의 슬기로운 지원생활

공감

2023.12.05

낭만필객Ⅱ
글 서혜진 가사조사관(광주지방법원·광주가정법원 해남지원)

순회조사관의
슬기로운 지원생활

고사성어(故事成語)에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하게는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라는 뜻으로 원래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내는 것’을 말했으나, ‘자기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지조 없이
이리저리 빌붙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해남지원 4일, 장흥지원 1일 출 · 퇴근
순회조사관의 처지를 ‘동가식서가숙’에 비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주 5일 중 4일을 ‘해남지원’으로 1일을 ‘장흥지원’으로 출·퇴근 하는 나로서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더구나 가사조사관의 업무 특성상 양육환경 조사 등을 이유로 관할 내외 출장까지 합하면 실제 해남지원으로 출근하는 날도 주 평균 3일 정도로 온전히 주 5일을 한 곳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미국의 심장 전문의 로버트 엘리엇(Robert S. Eliet)은 자신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삶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극적으로 살라는 인생의 처방전으로 유명하다. 나 또한 이 말에 깊이 공감하여 지원생활을 최대한 즐기면서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광주지방·가정법원 해남지원과 장흥지원의 관할구역은 총 5개 군으로 전남 장흥군, 해남군, 강진군, 완도군, 진도군이다. 지역의 특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 지역은 섬과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농·어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남과 장흥을 오가는 길에는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남도답사 일번지로 유명한 강진을 경유하는데 나는 약 40여 분에 걸친 이 길을 매우 사랑한다. 계절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한껏 느끼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북적이는 도시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여유를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낭만필객Ⅱ_사진2
슬기로운 지원생활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동호회 활동이다.
모든 법원에는 그 법원의 특성에 맞는 각종 동호회가 있기 마련인데,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 곳 해남지원 역시 탁구, 테니스, 볼링, 스크린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동호회와 더불어 ‘해피라이프’라는 멋진 동호회가 있다.
이 동호회는 그야말로 업무에서 벗어나 힐링(healing)을 목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직원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영화감상, 해설사가 있는 역사·문화재 탐방, 쉽사리 접하기 힘든 지역 관광지 방문 등 그야말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슬기로운 지원생활, 그 세 번째는 맛집 탐방!
역시 점심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우스갯소리로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먹기 위해 산다.”고 답할 정도로 여행이 취미인 나는 여행의 목적은 늘 “맛집 탐방-도장 깨기 그리고 별점주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목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지역 맛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오랜 근무경험에 의하면, 첫째, 그 지역이 고향인 직원들의 추천받기, 둘째, 군청 홈페이지에 탑재된 맛집 검색하기, 셋째, 각종 TV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식점 방문하기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은 역시 그 지역이 고향인 직원들이 추천하는 곳이다.

오늘 점심, 강진의 한정식 어떠세요?
지원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점심시간이다. 밥 팀과 함께 흔히 말하는 동네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동료들과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그 시간이야말로 더없는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드디어 동료 조사관들에게 내가 알아낸 맛집을 소개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법원행정처에서 가정(지방)법원 본원과 지원 간 사법서비스 편차 해소 등을 위한 목적으로 본·지원 교류 활성화를 위한 가사조사관 성장 프로젝트 ‘동행’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경험했던 모든 맛집 리스트를 토대로 몇날며칠 고민 아닌 고민 끝에 드디어 몇 개의 음식점 리스트를 작성한 결과 남도음식을 한 번에 맛 볼 수 있는 강진의 한정식 집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만족!
나는 오늘도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해피라이프’ 동호회의 멋진 프로그램을 기대하며, 가족같은 밥 팀 대화방에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요?”를 시작으로 순회조사관의 슬기로운 지원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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