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다가 온 아름다운 하루
성남지원 김지영 실무관
예상치 못한 선물은 놀람과 동시에 언제나 감동으로 다가오는 법. 남편의 깜짝 신청으로 메이크오버의 주인공이 된 김지영 실무관. 겨울의 문턱에서 쌀쌀한 날씨를 잊게 할 만큼 따뜻함을 선사한 아름다운 하루를 담아보았다.
글. 노초롱 + 사진. 홍승진
스타일.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남편의 서프라이즈 신청으로 도전
한산한 주말 아침, 용인의 한 스튜디오에 먼저 도착해 있던 김지영 실무관의 오늘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아내를 위해 몰래 남편이 서프라이즈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결혼 7년 차에 비글마냥 에너지가 넘치는 7세, 4세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편이 <법원가족들>의 맨 뒤에 나오는 퀴즈를 즐겨 풀거든요. 어느 날 퀴즈 정답을 보내면서 메이크오버 신청을 했는데 연락이 왔다며 알려줬어요.”
다른 법원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의 깜짝 서프라이즈가 처음에는 얼떨떨했던 것도 잠시, 이내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김지영 실무관. 그동안 체력적으로 힘들고 지쳐보였던 아내가 오늘 하루만큼은 아이들 챙기기에 여념 없는 엄마가 아닌 ‘김지영’으로서 특별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진 것이 아닐까.
“평소 메이크업을 잘 하지도 않고, 캐주얼이나 정장을 주로 입는 편이라 저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쁘게 메이크업을 해 본 기억이 결혼식 날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 하루 저만의 스타일이 완성될 것을 생각하니 두근거리고 설레네요.”
2013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첫 발령 받아 근무한지 어느덧 7년 정도 되었다 는 김지영 실무관은 올해 7월부터 성남지원에서 속기실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지는 증인신문 및 당사자신문 녹취서 등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사건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법정속기를 하면 증인의 증언을 들어도 사건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걸 참고하는 판사님도 계셔서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공소사실이나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숙지하고 법정속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오고가는 재판정에서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역할을 하듯, 오늘은 ‘나’ 자신에 대한 기록을 해나갈 것이다. 평소 심플하고 깔끔해 보이기 위해 출퇴근 시 선택하는 의상이 무채색 계열의 옷이었다면, 오늘만큼은 남편의 특별한 신청에 걸맞게 화려한 변신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평소의 바람을 담은 스타일링
앞머리는 말아서 내리고, 메이크업은 화사하게 조금 변화를 줬을 뿐인데 금세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전에 시도해보고 싶다는 스타일로 준비된 의상을 보며 고민하던 김지영 실무관의 첫 번째 도전은 차분한 톤의 원피스다. 마침 스튜디오에 마련돼 있는 고풍스러운 피아노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피아노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해 보았다. 긴 웨이브 머리와 원피스, 그리고 배경이 되는 피아노까지 잘 어우러진 첫 컷이 완성됐다.
두 번째 의상은 오피스 룩이 준비됐다. 시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김지영 실무관이 고른 체크무늬의 자켓을 살짝 어깨에 걸쳐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머리는 하나로 묶어서 첫 번째 헤어스타일과 다른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옷도 화려하고 튀는 스타일보다는 무난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간혹 너무 밋밋해 보일 때는 귀걸이나 가방에 포인트를 줬었는데, 같은 오피스 룩이더라도 다르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롭네요.”
이어 마지막에는 좀 더 발랄한 스타일에 도전해봤다. 꽃무늬 원피스에 파스텔 톤의 코트를 더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밝은 느낌이 전해졌다. 평소 즐겨 입는 오피스 룩과 도전해 보고 싶었다던 러블리 룩까지 모두 잘 소화해 낸 촬영이었다.
“직장에서도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캐주얼 오피스 룩이나 시크한 오피스 룩 스타일을 선택했고요. 러블리 룩은 같이 근무하는 동생들이 입은 것을 보면, 너무 예뻐 보이다가도 제가 입으면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쉽게 도전을 못 했는데, 오늘을 기회로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해본 것 같습니다.”
건강한 에너지를 전파하고 싶은 사람
아이들이 한창 뛰어 놀 나이라서 주말이면 가까운 공원을 찾아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김지영 실무관. 가족과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부모님께서 서울에서 생활하시다가 시골로 이사를 준비 중이셔서 주말마다 시골집을 방문하시는데, 저희도 아이들과 함께 가곤 합니다. 마당에서 강아지와 마음 편히 뛰어놀기도 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거나 모래놀이도 하면서 다녀올 때마다 힐링이 되요. 사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일상의 하루지만 가족이 다 함께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뭉클한 마음이 듭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애틋한 마음이 더 드는 모양이다.
“올해가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갔네요. 첫째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아이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아빠와 함께 여행 가기, 두발 자전거 배우기, 낚시하기, 캠핑하기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런 경험들을 통해 가족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더욱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로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 김지영 실무관은 또한 올해가 가기 전에 게을리 했던 한자 공부를 마무리해서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부쩍 건강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의지도 다졌다.
“원래 약 먹는 것도, 병원에 가는 것도 싫어했는데 요즘에는 영양제도 챙겨먹고 충분한 수면도 취하면서 면역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주 3회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거북목과 구부정했던 자세가 교정되고 스트레스까지 풀리는 효과가 있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느낌이 듭니다. 체력을 꾸준히 키워 몸뿐만 아니라 건강한 마음으로 주변에 건강한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남편의 서프라이즈 신청이 선물처럼 다가 온 하루,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남긴 김지영 실무관의 매일이 오늘처럼 화사하게 빛나기를. 남은 올해와 내년에도 소중한 추억을 켜켜이 쌓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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