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를 제대로 우리기 위해서는 좋은 차를 선택하고, 신선한 물을 적당히 끓여 차의 양과 우리는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대다수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구를 예열해두고, 고른 농도로 따르기까지 하면 더욱 맛있는 홍차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홍차를 맛있게 우려내는 방법을 골든 룰이라고 한다. 박충현 행정관 또한 자신을 제대로 스타일링하는 골든 룰을 찾기 위해 이날 스타일링 큐를 찾았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따로 또 같이
박충현 행정관은 출근 복장으로는 주로 흰 셔츠에 정장을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다. 이날 박충현 행정관과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아내가 바로 평소의 스타일리스트다. 패션업계에 몸담고 있는 아내 덕분에 그의 평소 스타일은 조금 남다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정장에 구두를 신는 반면, 그는 주로 캐주얼 정장에 스니커즈를 코디하며, 패셔너블한 안경과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포인트를 살린다.
“사실 아내의 스타일링을 최근까지도 안 믿었어요. 제 감각에 따라서 회색, 군청색, 검은색만 입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틀리고 아내가 맞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카키색 옷도 샀어요.”
그가 법원에 입사한 지 18년이 넘다 보니 무채색을 주로 입는 다른 직원들의 모습에 익숙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오래 지켜오던 스타일링에서 새로운 시각을 발견했듯이 그는 매번 반복되는 업무에서도 나름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편이다.
“저희는 보통 1년마다 부서가 바뀌어요. 그래서 크게 보면 반복되지만 작게 보면 새롭죠. 최근에는 종합민원실 내 서무계장 보직을 맡게 되었는데요. 저번 업무가 창구에서 민원인들을 직접 대하며 내 일만 열심히 해야 하는 자리였다면, 지금 업무는 종합민원실장님을 도와 종합민원실의 전체적인 흐름에 맞춰 일을 해야 해서 구성원들과 두루두루 소통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전화 민원 응대 업무는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업무와 연관된 전화만 받았지만, 지금은 민원인들의 전화를 모두 받다 보니 업무 이상의 요구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이 해야 하는 일을 요구하거나 직접 내방하여 본인 확인이 되어야 알려줄 수 있는 내용까지도 전화로 해결하려는 민원인이 많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배려 가득한 동료들 덕분이다.
“종합민원실이라는 부서가 민원인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서 큰소리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럴 때마다 진이 빠지지만, 종합민원실장님 및 선·후배 동료들이 서로 도와 격려와 위로를 해주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또 보안관리대 직원분들이며, 민원안내 도우미 분들까지도 역할 분담이 잘되어 있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어려울 때는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분위기 덕분에 부서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올해 부임하신 법원장님과 사무국장님도 종합민원실이 의정부지방법원의 얼굴이라 생각하시고 환경개선에도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되었어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최근에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또 하나 찾아냈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법원에서 일하면서 보내잖아요. 업무시간 외에도 복잡한 일이 남아 있으면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곤함이 쌓여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저도 최근에야 직장 밖으로 시야를 넓혀봤는데 굉장히 좋더라고요. 찾아보면 취미활동이나 운동, 외국어 등 몰랐던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어요. 이렇게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 여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업무에 활력이 생겨요.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도 직장 밖의 즐거움을 찾으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꽃을 든 로맨틱 가이
최근 그는 차(茶)를 배우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이삼 년 전 커피에 대해 배우면서 로스팅과 블렌딩, 드리핑을 알게 돼 자주 집에서 드립커피를 마셨는데 이번에는 밀크티에 꽂혔다. 밀크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홍차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차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차의 역사부터 만드는 법, 여러 종류의 홍차를 비율대로 섞어서 마시는 법, 레몬 껍질로 향을 더하는 등 자신만의 홍차를 만드는 비법까지 배운다.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때부터 20년이 넘게 쳐온 기타 실력을 바탕으로 법원 내 동아리 가칭 ‘기타등등’을 만들기도 하고, 아들과 친구들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그가 한창 기타를 치던 시절 학교 앞 카페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지금의 아내가 테이블에 앉아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마침 이날 그는 캐주얼 정장에 어울리도록 꽃을 들고 있고 아내는 그런 그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으니 27년째 연애 중인 그들의 모습이 더욱 로맨틱하게 다가왔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둘 사이의 사랑을 증명하는 두 아이가 있다는 것. 그는 아내에게처럼 두 아이에게도 다정다감한 아빠다. 요즘은 고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이와 자주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제가 예전에도 지금처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족과의 시간이 더 소중해지고, 과거에 그렇게 하지 못한 저 자신에게 후회가 남더라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큰애도, 작은애도 사춘기 없이 아빠, 엄마와 잘 지내고 있고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면 잘 따라와 줘서 다행이죠.”
이날의 스타일링 중 하이라이트였던 의상은 바로 핑크색 정장이었다. 그 또한 처음에는 핑크색 정장을 보고 당황스러워했다.
“핑크색 옷은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입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핑크색이 남자에게 어울리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핑크색 정장은 그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다양한 스타일링을 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직장에 다니다 보니 늘 평범하고 편한 옷만 찾게 돼요. 그런데 이렇게 색감이나 헤어스타일만 조금 바뀌어도 느낌이 180도 달라지네요.”
원래는 남들 앞에서 드러내는 것을 안 좋아한다는 그는 최근에 안 해본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며 낯선 스타일의 옷을 두려움 없이 걸쳤다. 그의 부드러운 로맨틱함은 이런 강한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박충현 님을
위한 스타일링 TIP
F a s h i o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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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군청색 포인트가 살아 있는 흰 셔츠에 반바지로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을 더했습니다. 이렇게 가로무늬로 색상이 강한 셔츠는 마른 상체를 보완할 뿐만 아니라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에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두 번째, 아이보리색 셔츠에 흰 바지로 깔끔하고 댄디한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상·하의 배색이지만 여기에 딥 그린색 재킷을 걸치고 소매를 걷으면 스타일리시하면서 더워 보이지도 않는답니다.
세 번째, 파스텔 톤 인디핑크 슬랙스에 캐주얼한 화이트 티셔츠로 댄디하게 연출. 여기에 재킷을 걸치면 좀 더 세련된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Hair & Mak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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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헤어는 정수리 볼륨은 살리고 옆통수를 눌러주는 한편 웨이브를 넣지 않아 깔끔하고 세련되 보이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헤어는 자연스러운 텍스처의 포마드 머리로 옆머리가 뜨지 않도록 머리카락 방향을 대각선으로 잡아주었습니다.
피부는 어둡고 칙칙한 톤을 라벤더 베이스로 보정하고 파운데이션에 에센스를 섞어 묽게 만들어서 얇게 발라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눈썹은 채도 없는 아이브로 컬러로 표현하여 머리색이 희어지면서 나는 애시 컬러와 맞추고, 립은 코럴 베이지로 자연스러움을 더했습니다.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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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편안한 옷차림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편안한 옷들도 좋지만 가끔은 기분전환용으로 컬러감 있는 의상도 좋지 않을까요? 단 피부 톤이 조금 어둡기 때문에 너무 튀는 컬러보다는 내추럴한 베이직 컬러에 살짝 톤다운된 포인트 컬러를 매치하는 것이 더 스타일리시하고 젊어 보인답니다.
- 장빛나 스타일리스트 -
글 강나은·사진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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