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2] 여행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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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순간들2] 여행과 사진

2021.06.04

여행과사진

여행과 사진

글. 사진. 임준환 사무관(광주지방법원)

여행과 사진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입장에서라면 둘 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부턴가 여행을 좋아하고 기억을 오래 오래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구입하고 부지런히 장면을 담게 되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즉시 꺼내 보면 되지만 그래도 기억이 사라질 즈음 인화지에 인쇄된 사진 앨범을 꺼내 보면 그때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것이 스마트폰의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해서 당시 집에 있던 S사의 수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찍어 보고 부족함을 느껴 YMCA에서 8주 과정의 강좌를 수강하기도 하였다. 그 후 아이들이 태어나고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어보고자 C사의 EOS 5 필름 카메라를 구입하여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의 발달로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이라는 필름이 아닌 메모리에 이미지를 저장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다. 렌즈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세계이고 이를 저장한 사진은 오래도록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 멋진 사진을 보면 눈이 즐겁고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여행을 다니면서 나름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을 몇 장 소개해 보고자 한다.

카메라도 구입하고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간 곳이 유럽이다.
스위스 융프라우를 방문하고 나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라우터브루넨 역에 도착할 즈음 오른쪽 창문을 가로 질러 보기만 해도 탄성이 나오는 슈타우바흐 폭포를 볼 수 있다. 창문을 내리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던 순간이 10년 훨씬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괴테가 시의 착상을 올렸다는 이 폭포는 약 287m의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수로 라우터브루넨의 랜드마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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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법원 국제봉사단 ‘희망여행’의 일원으로 참가를 하였는데 누군가 기록 사진을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의하여 마침 디지털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었고 기록에 남기면 좋겠다 싶어 자청하여 수락한 뒤 그야말로 열심히 찍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게르 숙박체험을 하는 중간에 고원지대라 비도 잘 오지 않는다는 초원에 비가 와서 모처럼 한가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데 테를지 국립공원 내에 있는 게르 앞의 풍경이 하늘에는 뭉게구름, 드넓은 초원에는 가축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도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 일상과는 너무도 다른 시간이 멈춘 듯한 한적한 느낌을 준다. 같이 참여하였던 누군가는 이 사진을 사무실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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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관문이라는 체코의 프라하 공항에 도착하면 마치 우리나라의 어느 지방 공항을 방문한 느낌이 든다. 간판이 현지어 밑에 한글로 표시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 항공사가 이 공항의 지분을 절반 가까이 소유하고 있다 하여 그렇다고 한다.
프라하에는 높이 80m의 틴성당, 천문시계, 스테인드글라스가 일품인 성비투스 성당,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 등이 있는데 체코의 도시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는 체스키크룸로프다. 동화마을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이 도시가 알려진 것은 인접한 오스트리아 여행자들의 입소문이라고 한다. 199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점이 이 작은 마을의 아름다움을 모두 설명해 주는 듯하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나가는 강이 있어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의 하회마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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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유명한 도나우 강(다뉴브 강)이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을 지나는 이 강 하면 유명한 왈츠곡인 요한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행 중 헝가리 도나우 강 유람선을 야간에 탄 일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1년 후 이 자리에서 유람선이 전복되어 우리 여행객이 희생된 사건이 있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헝가리는 공산권 국가로 여행 자유화가 되기 전에는 정말 가보기가 어려운 곳이었는데 당시 주간에는 부다페스트 시내를 관광하고 야간에 도나우 강의 야경을 보기 위하여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는데 문제는 유람선이 많고 강이 여러 나라를 거치다 보니 다른 나라의 배들도 많이 통행하여 체증이 심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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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몇 번의 해외여행을 추진하다가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인해 무산되었다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에 간 곳이 뉴질랜드와 호주이다.
뉴질랜드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1차 산업 외 2차 산업은 거의 없다고 한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지역적인 위치와 환경의 보존으로 어디를 가나 깔끔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몽골의 초원이 끝없이 부는 바람, 거칠고 황량한 자연이라면 뉴질랜드의 초원은 잘 정돈된 느낌이 든다. 북섬의 로토루아를 방문했을 때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를 품고 있는 커다란 호수 안에 조그마한 섬이 있었다. 원주민이 마오리족인 이 호수엔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당시 가이드의 설명과 네이버의 지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로토루아 호수 안에 있는 모코이아 섬에는 아래하 부족이, 로토루아 호숫가에는 흰스터 부족이 살고 있었다. 아래하 부족 추장의 딸인 히네모네와 흰스터 부족의 젊은이 두타니카는 처음 본 순간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두 부족의 오랜 반목으로 두 사람은 자유롭게 만날 수는 없었지만 두타니카는 밤이 되면 호숫가에 나와 피리를 불었고, 그 피리소리를 들은 히네모네는 카누를 저어 호수를 건너왔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꼭 붙잡고 있던 두타니카의 손을 놓고 다시 섬으로 돌아가곤 했다. 히네모네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불같이 화를 내며 섬에 있는 카누를 모두 태워 버렸다. 하지만 그날 밤 피리소리가 울려 퍼지자 히네모네는 표주박 수십 개를 허리에 동여매고 호수를 헤엄쳐 연인 두타니카에게 갔다. 목숨을 건 딸의 사랑에 아버지는 굴복하고 말았고, 비로소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졌고 두 부족도 마침내 화해했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른 해피엔딩이다. 이 해피엔딩의 전설은 마오리족의 민요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 Ana)’에 구전되어 온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되는 ‘연가’의 멜로디는 바로 포카레카레아나의 번안 가요다. 연가의 원곡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민요 포카레카레아나로 한국전쟁에 UN군으로 참전한 뉴질랜드 병사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며 알려지게 되었다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애국가처럼 중요한 행사에 꼭 이 노래가 불리어지고 있다고 한다. 애잔하고 감미로운 곡조의 뉴질랜드 연가는 로토루아 호수를 바라보고 선 여행자에게 감동을 안긴다. 뉴질랜드의 팝페라 가수 헤일리 웨스튼라(Hayley Westenra)가 부른 버전이자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가 노래의 가사와 매우 잘 어울린다. 마음의 힐링을 원한다면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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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역이고 3면이 바다로 접하여 있어 아름다운 풍경이 상당히 많아 산이나 바다의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에 가을이 다 갈 무렵 소풍가듯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방문한 곳이 지리산 뱀사골에 있는 와운마을 천년송이다. 할아버지송과 할머니송이 있는데 할머니송이 훨씬 크다. 우산을 펼쳐놓은 듯한 이 할머니송은 수령과 더불어 마을 주민들이 수호신으로 믿고 매년 정월에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데 늦가을 주변 산의 단풍과 어우러진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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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원 산악회 일원으로 산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일명’ 작가로 불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어느덧 전속 카메라맨이 되었다. 사실 어깨가 좋지 않아 배낭을 짊어지는 것도 버거운데 카메라까지 메고 다니기가 다소 무리가 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전속 사진사가 되었고 회원들의 추억을 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19년 개통된 육지와 섬을 잇는 천사대교를 건너 자은도에 있는 섬 산행을 하고 내려와 시원한 바다 풍경을 구경하던 회원들이 하나 둘씩 등산화를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더니 여럿이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였는데 이 사진으로 연말에 우리법원에서 직원들 간 서로 소통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아직 본격적인 해수욕철은 아니었지만 산에도 올라갔다 왔겠다, 바람도 시원하겠다, 물 만난 어린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들이 한마디로 ‘맨발의 청춘들’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특히 외국 여행을 가면 필수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멋진 풍경을 담는다. 그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찍은 사진들이 많다 보니 이를 정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호주에서 여행 안내를 해주었던 가이드와 문자 연락이 되었는데 코로나 이후 아직까지 일이 없단다. 하루빨리 진정되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와서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일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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