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견1] 사랑하는 아빠에게 하늘로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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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5

사랑하는 아빠에게

하늘로 보내는 편지

글. 김수연 실무관(고양지원)

아빠, 나야. 아빠 계실 때 편지 한 통 써볼 생각 못 하다가 일로 겹치는 시점에 그동안 마음으로만 그려왔던 표현을 글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 못난 딸이야.

그곳은 어때? 아빠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서 아빠는 참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좋은 곳에 쓰려고 빨리 데려간 거라고 엄마랑 얘기했었는데 벌써 어느 세상에 태어나 있으려나? ‘휴대폰 하나만 가지고 갔으면 지금쯤 뭐 하시나 환생을 준비하시려나, 이미 환생하셨나 안부 물어보고 싶은데…….’ 하고 요즘 엉뚱한 상상으로 아빠를 그리워해~ 웃기지?

지난 6월 30일은 오빠 생일이라 그 주 주말에 광주에 다녀왔어.
아빠가 계셨으면 셋이서 식사하면 되니까 난 오빠한테 생일 축하금 보내주면서 축하한다 한마디로 끝냈었는데 이제 아빠가 안 계셔서 둘 뿐이니 소소한 집안 행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작년에도 올해에도 다녀왔지. 집안의 막내라 돈 번 지 오래됐으면서도 매끼 당연히 얻어먹고, 나가서 사 먹어도 돈 한 번 안 쓰다가 이제야 가족들한테도 한 번씩 계산하면 잘 먹었다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식구들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돈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하고 재미를 느꼈는데 채 열 끼도 사드리지 못하게 돼서 너무 늦게 깨달은 내가 바보 같기도 하고, 같이 보냈던 그 시간이 그립고 소중해.

2018년 휴직하겠다고 쉰 지 얼마 안됐을 때 집에 있는데 갑자기 오빠한테 전화가 왔어.
“수연아, 아빠 돌아가셨다.”
“뭐라고? 왜?”
“몰라. 방에 왔는데 아빠가 숨을 안 쉬어. 지금 경찰이랑 119 불렀어.”

교정직 공무원으로 한평생 성실히 일하다가 이제 막 명예퇴직하고 아빠의 시간을 가지면서 취미로 골프도 치러 다니고 여행도 다닌 지 1년 반도 안 됐는데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가버린 건지. 효도할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평소에 잘하라고 했던 옛날 말이 하나 틀린 게 없더라고. 전에는 엄마가 말 좀 잘 들으라고 잔소리하는 말일 뿐이었는데 진짜 이렇게 되다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엄마 앞에서도 항상 “아빠!”를 외쳤던 나인데 막상 아빠가 계실 땐 소중함을 몰랐나봐. 계속 그 자리에 있어줄 줄 알았거든.

아빠 그렇게 가시고 신랑이랑 장례식장 가는 길은 정말 낯설고 어색했어.
기차 타고 내려가면 항상 아빠가 데리러 와줬는데 택시를 잡아타면서 느꼈어.
‘아, 항상 아빠가 데리러 와줬는데 당연하게 생각했었구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기차역을 빠져나가는 건 일산에 자리 잡고 처음 있는 일이구나’ 싶었거든.
역으로 마중 나오고 배웅하는 길이 항상 아빠와 함께였는데…….
지금에야 말하네. 고마워 아빠!

그날 멀리까지 와준 회사 사람들, 동료 선후배들, 친구들 다 정말 감사했어.
멀기도 멀고 휴직 중인데도 위로해주겠다고 오셨어. 두고두고 그 마음 갚아야지.
그중에는 새솔이도 있었는데 고양에서 대체 인력으로 일하다가 친해지고 속기사로 타지역에 채용된 친구인데 집에도 한 번 놀러 왔잖아 다음 날 새벽 기차 타고 출발한다니까 아빠가 태워다주셔서 감사했다며 같이 기차역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도 했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가셨다니 놀랐다며 조문 왔던 친구야.
그때 왔던 친구 참 선해 보이고 괜찮다고 했었잖아. 그날 배웅 감사했다고 아빠를 배웅하러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다니. 내가 사람 사귀는 눈은 좀 있지? 하하.

요즘 회사에서 회식을 하거나 소소한 술자리가 있을 때면 그 자리의 끝엔 항상 아빠 생각인 것 같아. 흰머리 희끗희끗한 아빠 같은 과장님께서 열심히 일하시고 술자리에서 한말씀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빠도 회사에서 저러셨을 것 같고, 친한 동료들이랑 한잔하다가도 자연스레 아빠 얘기가 나오면 안 우는 척 눈물을 훔치며 계셨을 때를 그리워하고 에피소드 하나쯤 얘기하곤 해.

나 법원서기보 시험에 합격했을 때 노량진에서 아빠한테 전화했었지.
“아빠 나 합격했어. 그동안 뒷바라지해줘서 고마워. 다 엄마 아빠 덕분이야.”
그때 회식 중이던 아빠는 주변 동료들에게 “야, 우리 딸 법원직 합격했단다! 와아아!” 하면서 전화를 끊고 그 뒤론 엄마한테 들었는데 기분 좋게 식사 대접했다며 이제 걱정이 없다고.

내가 형사과 재판부 일을 참 좋아하잖아. 아마도 아빠랑 같은 교정직공무원과도 일해서인 것 같아. 함께 일하는 재판부가 가장 중요하지만 주변 동료나 같이 일하는 분들을 허투루 대할 수가 없는데 항상 온 마음으로 일하게 되지 않았겠어.
교도소로 피고인한테 서류를 줄 때도 피고인이 제출하는 서류를 받을 때도 교도관님이 주시고, 팩스 보내고 전화도 하고. 설령 젊은 교도관님이라도 항상 살가운 느낌이었어. 형사 재판부 일할 땐 아빠랑 일 얘기하면 잘 통하고 일 얘기를 하는 아빠랑 내 모습이 뿌듯했거든.

지금은 다른 부서에서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로 열심히 살고 있어. 처음 하는 일이라 재판부 실무관일 때처럼 능숙하게 못 하고 마음처럼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말이야.

요즘 어설픈 내 모습을 보면서 남보다 나은 내가 아닌, 이전의 나보다 나은 내가 되자고 항상 다짐해. 엄마는 회사 일 힘들다고 할 때마다 얼른 아이 가져서 휴직하라고 하지만 애 키우는 주변 사람들 보면 회사로 도망 나오던걸?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으면 아빠 계신 담양으로 찾아가려고~ 아직 그런 적은 없어서 다행이지? 내 걱정하지 말고 계시라고~ 잘 지내고 있으니까.

지켜보고 있는 거지? 항상 보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고 생각나고 그리운 아빠.
키워줘서 감사했고 이만큼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해줘서 고맙고 정말 많이 사랑해.

아빠한테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살게.

아빠의 하나뿐인 딸 수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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