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발견1] 천안의 맛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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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발견1] 천안의 맛집 소개

2020.06.05

천안의맛집

강산이 바뀌어도 맛은 변함없는
천안의 맛집 소개

글. 표신혜 참여관(천안지원)

나는 말 그대로 서울 토박이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서울을 떠나 생활한 적이 없고 여행도 많이 다니지 않았던 서울 촌사람이 법원에 입사하여 지방 생활을 처음 해보았고, 천안 토박이 남자와 인연을 맺어 인생의 4분의 1을 천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미식가인 남편의 영향과 더불어 그동안 경험한, 진짜 천안 사람들이 자주 가는 천안의 맛집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를 주고자 이 주제를 선택해 보았다.

먼저 천안 하면 병천순대, 호두과자가 유명하지만 막상 천안사람들은 순대국밥과 호두과자를 즐겨 먹지 않는다. 서울 사람들이 한강 유람선을 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삼보삼색장어(어죽)
한창 몰리는 식사 시간에 가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천안에서 어죽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 여기에서 어죽을 먹기 전에는 비린맛 때문에 안 좋아했었는데 이 집 어죽은 장어와 붕어를 푹 고아서 걸러 낸 국물에 깻잎 순이 듬뿍 들어가 있어서 비린맛이 전혀 없는 데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대파김치도 특이해서 좋았다. 국물이 진하면서 얼큰한 것이 해장하기에도 제격이다.
처음에는 대파로 김치를 담근다고 해서 특이하긴 하지만 파향이 쎌 것 같아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한 입 먹어보니, 푹 익은 대파김치가 새콤달콤하여 어죽의 느끼한 맛을 싹 잡아주어 어죽과의 조합이 끝내준다. 어죽도 맛있지만 대파김치가 생각날 때마다 찾는 곳이기도 하다. 파김치를 별도로 판매도 하고 있어 항상 이곳에 들를 때마다 파김치를 살까 고민하는데, 집에서 먹으면 식당에서 먹는 맛과 다를 것 같아 유혹을 뿌리치며 나오곤 한다.
위 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서부8길 40
영업시간 10:00~21:00(브레이크 타임 15:00~15:30)

마늘 떡볶이
신부동 천안터미널 근처에 있는 마늘 떡볶이는 천안에서 컵떡볶이의 원조로 1970~80년대생들의 학창 시절과 함께 자라 온 떡볶이집이다. 본점은 천안역 앞에 있고 분점을 터미널 근처로 확장하여 본점보다는 분점이 더 유명하지만 명성만은 그대로 유지 중이다.
천안 떡볶이 맛집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래된 전통과 맛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결혼 전, 당시 천안지원 관사에서 생활했는데 남편이 두 번째 만남에서 관사를 함께 쓰는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며 건네줄 만큼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떡볶이 맛집인 셈이다.
지금은 전국 택배까지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한 번 맛본 친언니는 내가 친정에 갈 때마다 마늘 떡볶이를 포장해 오라는 주문을 하곤 한다.
처음 이 떡볶이를 마주하면 ‘이 떡볶이가 왜 유명하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떡볶이의 필수 재료라고 할 수 있는 그 흔한 어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새빨간 소스만으로 시각적으로 군침 돌게 만드는 그런 색깔도 아니기 때문이다. 떡은 옛날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밀떡이며 소스는 찰랑찰랑한 묽은 갈색빛이 돌지만, 일단 한 입 먹어보는 순간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특별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아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전반적이다. 소스에 마늘이 들어가 달큰한 맛은 나지만 마늘 냄새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질리지 않는 떡볶이다.
떡볶이를 포장할 때 사장님을 가만히 지켜보면, 묽은 국물이 튀지 않게 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떡볶이를 담는 손놀림이 눈에 들어온다. 사장님의 오랜 경력에서 느껴지는 바운스가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에 남는 맛집이다.
위 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먹거리9길 26
영업시간 11:00~22:00

천안의맛집

한일칼국수·설렁탕(얼큰만두전골)
이곳은 나름 천안 토박이라고 자부하더라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맛집이다. 결혼생활 8년 만에 남편이 데려가 준 제일 최근에 알게 된 맛집이다. 진작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또 아쉬울 정도로 남다른 맛을 자랑한다. 간판에서부터 오래된 맛집의 포스가 느껴지지만 오래된 맛집의 내부가 깔끔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인 듯하다.
하지만 음식이 맛있으면 내부 청결의 정도는 금세 잊히고 만다. 여러 메뉴가 있지만 주메뉴는 얼큰만두전골. 사실 아직 얼큰만두전골밖에 못 먹어봤는데, 평소 김치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안성맞춤이다.
김치 베이스의 얼큰한 국물이어서 김치찌개 같기도 하지만 시원한 맛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아삭한 김치가 씹히는 김치 만두와 칼국수가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데, 만두는 익혀서 나오기 때문에 한두 개 먹다 보면 칼국수 면은 금방 익는다. 만두가 1인 3개씩 나오기 때문에 만두와 칼국수를 다 먹고 나면 나중에 볶음밥이 먹고 싶어지므로 배가 불러 먹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볶음밥용 배는 남겨두는 센스.
김치부터 만두까지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식당 한쪽에는 김치냉장고가 나열되어 있다. 손님이 많아지면서 김치냉장고가 하나둘씩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데, 일률적이지 않은 김치냉장고가 특이하다.
직접 빚은 만두는 손님들이 많이 구매하는 만큼 이곳 만두를 먹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야들야들한 만두피에 만두소가 꽉 차있어 어렸을 때 집에서 다 같이 둘러앉아 만들었던 추억이 생각나는 만두라서 그런 것 같다.
위 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18길 15-1
영업시간 11:00~20:30

엄가네 시골집(뼈해장국)
천안 사람이라면 이곳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빠듯한 점심시간에 차를 타고 가서 먹고 올 정도로 해장에는 그만이다. 주차 공간도 넓고, 대기가 있더라도 음식이 워낙 빨리 나오기 때문에 회전이 빠른 편이라 점심시간 1시간 안에 먹고 돌아오기에도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평일 점심에 가면 천안 곳곳에서 일하는 많은 직장인을 볼 수 있다.
뼈해장국, 선지해장국, 추어탕, 뼈전골이 메인이지만 손님의 98%는 뼈해장국을 주문한다. 맵기 조절도 가능해서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얼큰한 뼈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여느 뼈해장국집에서는 뼈에 살도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살도 푹 삶아지지 않아 발라 먹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점심을 먹는 건지, 손가락 운동을 하는 건지 모를 때가 있는데 이집은 뼈에 살이 두툼하면서도 젓가락으로도 쏙쏙 빼 먹는 만족감이 높다.
여기 소개한 맛집 4곳은 모두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여전히 찾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이 그렇게 친절하진 않지만, 그만큼 맛에 대해서만은 자부심이 있다고 느껴진다. 엄가네 시골집을 제외하고 모두 주차가 힘든 골목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가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맛집 하나 열 프랜차이즈 안 부럽다”는 내 음식 신조처럼 전통이 느껴지는 맛집이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
위 치 충남 천안시 서북구 봉정로 168-3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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