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시선]개인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열쇠 ‘팀워크(Teamwork)’

테마가 있는 글

2019.04.02

혼자 일할 때보다 동료와 협력해서 일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누구나 경험해본 일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할 경우 서로의 장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며 결과물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팀워크의 진짜 힘이다.

글로벌 기업이 혁신에 실패한 이유

국내의 한 글로벌 기업이 해외시장에 걸맞은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2008~2009년에 5명의 외국인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런데 얼마 후 조직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무조건 외국인만 데려다 놓으면 글로벌이 되고, 매출도 올라가는 건가?’ ‘위에 있는 사람들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같은 불만이었다. 조직 내부에서 불거진 불만과 불화는 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영입한 외국인 부사장 5명 전원을 해임하는 것으로 결국 마무리됐다. 10년 안에 외국인 임원 비율을 70%까지 높이겠다던 이 기업의 야심찬 계획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외국인 부사장들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양새였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외국인 상사와 국내 직원 간의 팀워크가 전혀 형성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성 인사였다.

잘 나가는 스타 분석가의 비밀

‘지식산업에 있어서 개인의 자질과 팀 플레이 중 어느 쪽이 더 생산성이 높은가?’라는 테마는 조직행동론(OB, Organization Behavior)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연구과제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들이 금융계와 의료계로 나눠 두 분야의 지식노동자들의 생산성에 대한 과거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금융계를 연구한 팀은 서로 다른 78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주식 및 고정수익증권 분석가 1,000명의 능력을 평가했다. 산업 부문에 대한 전문지식, 서면 보고서, 서비스 및 투자 상품 선택, 그리고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가를 토대로 투자 분석가의 능력을 평가한 뒤 ‘스타 분석가’라 불리는 유능한 분석가들이 회사를 옮긴 뒤에도 꾸준히 성공가도를 달렸는지를 추적했다. 흔히 스타 분석가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적은 갖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타 분석가들은 다른 회사로 옮기면 실적이 떨어지고 최소 5년 이상 그 상태에 머물렀다. 회사를 옮긴 뒤에도 변함없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스타 분석가도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평소 함께 일했던 팀과 회사를 옮긴 경우였다. 혼자 이직한 스타 분석가가 이전 회사에서처럼 1위를 차지할 확률은 5%에 불과한 반면, 자신과 손발을 맞춰온 팀과 함께 이직한 스타 분석가가 1위를 차지할 확률은 이직하기 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스타 분석가라 하더라도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할 때 최고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환자 생존율 높이는 의료진의 팀워크

의료계를 연구한 교수진도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이 시술 환경이 달라져도 동일한 실력을 발휘하는지를 추적 조사했다. 203명의 심장외과 전문의가 각기 다른 43개 병원에서 2년간 집도한 수술 3만 8천여 건을 분석했다. 참고로, 미국 외과 의사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소속 병원 외에서도 시술하는 것이 가능하다. 추적한 결과 놀라운 패턴이 발견됐다. 이 외과 의사들은 수술 횟수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근무하는 소속 병원에서 시술할 때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시술할 경우에는 환자의 사망률이 떨어진 반면, 다른 병원에서 시술할 경우에는 사망률이 높아졌다. 의사들의 수술 실력은 장소가 바뀐다고 변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강점과 약점, 습관 및 수술 방식을 잘 아는 간호사나 마취과 의사들과 함께할 때 더 익숙하게 솜씨를 발휘할 뿐이다. 자료를 분석한 하버드의 교수진은 “외과의사가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술 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팀워크라는 창(槍)의 위력

규모는 작지만 역사와 전문성, 성실성을 겸비한 헤드헌팅 기업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매년 수백 명에 달하는 전문인력의 성공적인 전직을 돕는 친구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 마침 그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근처에 왔다가 인사차 들렀다는 그에게 느닷없이 “스카우트 대상자를 찾을 때 탁월한 개인능력과 팀플레이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라고 질문했다.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서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가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충분한 자질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실력 발휘를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와 반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팀플레이’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팀워크라는 창으로 뚫지 못할 방패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며 ‘팀워크’다. 개인보다 팀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 최종 승자가 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인 것이다.

글. 신경수 대표(지속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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