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글 2]여행, 그 아름다움_저 먼 곳 사하라에서 아리랑을 듣다

테마가 있는 글

2018.07.04

8년 전 오래된 추억이지만 아직 엊그제처럼 생생한 인생 최고의 감동적인 추억을 공유하고자 모로코에서의 사하라사막 여행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모로코인지 모나코인지 이름조차 헷갈리던 저에게 모로코에 가자고 권유했던 친구가 있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모로코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 북쪽 가장자리에서도 서쪽에 위치하며 스페인과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40㎞ 정도로 배로 한 시간이면 모로코 여행의 시작점이나 종착점인 탕헤르(Tangier)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영국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비행기로 4시간이 안 걸려 도착했고 인천에서 출발한다면 한 곳 이상을 경유하여 최소 19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저에게 같이 여행을 제안했던 친구는 영화 『섹스앤더시티2』에서 네 명의 여주인공이 마라케시(Marrakech) 시장에서 쇼핑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은 아랍 시장의 완결판이라고도 하는데 양탄자나 가죽 공예품 등 볼거리가 다양했습니다. 그래서 달랑 엽서 몇 장과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모로칸 전통 신발 열쇠고리 두어 개만 산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라케시는 시장뿐 아니라 사하라사막 투어 여행사가 밀집되어 있어 투어 프로그램이나 가격 등을 비교해보고 흥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묵었던 숙소의 안내데스크에서 사하라사막 투어 안내책자를 보고 바로 다음 날 출발하는 일정으로 예약했습니다. 마라케시에서 사막까지는 봉고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10명 남짓 인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소수의 인원으로 작은 봉고차에 몸을 싣고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같이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트벤하두의 전경. 오른쪽 사진을 보면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마을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11세기에 건설된 구도시에는 10여 가구만이 남고 대부분 신도시로 이주했다고 한다. 실제로 가까이 가면 모래주머니를 징검다리 삼아 건널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침 일찍 마라케시에서 출발하여 이곳저곳을 들르며 아프리카의 척추인 아틀라스산맥을 구불구불 넘으면 아이트벤하두(Ait-Ben-Haddou)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글래디에이터』, 『미이라』, 『인디아나존스』 등 수십 편의 영화를 촬영했던 곳으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흙으로 만들어졌는데 보존 상태가 좋은 이곳은 아틀라스 산맥의 암석사막에 위치하여 모로코 전통 부족인 베르베르족이 거주하는 요새도시입니다.

그렇게 아이트벤하두를 거쳐 해가 지기 전에 사하라사막 초입에 들어서게 되면 사하라를 지키는 베르베르족이 모로칸 커피를 주며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커피로 체력을 충전하고 본격적으로 낙타를 타고 사막의 어느 한 곳에 마련된 캠프까지 가게 됩니다.

사하라사막은 940만㎢ 면적으로 북아프리카를 덮고 있어서 제가 캠프까지 간 곳은 사하라사막 지도에서 점으로도 찍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좌측) 선두에 있는 베르베르족의 안내를 받으며 캠프로 이동 중. (우측) 석양이 지는 풍경

베르베르족의 안내에 따라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며 천막으로 잘 만들어진 캠프까지 도착해서 짐을 풀고 사막에 사는 고양이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습니다. 여행객들과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고자 모래언덕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다들 어찌나 쌩쌩한지 쑥쑥 빠지는 발을 빼내며 열심히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헉헉거리는 숨을 참지 못하고 중도 포기 선언 후 언덕 중턱에 앉아 사막의 밤공기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때는 모래언덕 정상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지 못한 것을 평생 후회할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때 힘들었던 순간을 조금만 더 견디고 힘을 냈더라면 멋진 장관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종종 후회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살게 되면 그곳에서 사는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고, 어떤 공부를 한다면 할 때 열심히 하고 어떤 분야에서 일한다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렇게 별 감상을 마친 사람들과 함께 내려올 때는 능선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다 같이 엉덩이로 썰매를 타며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내려온 후 여러 모닥불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베르베르족과 함께 악기도 연주하고 신나게 불러주는 노래도 흥얼거리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한참 그 밤을 즐기고 있는데 그 특별한 곳에서, 밤하늘이 반짝이는 곳에서, 모닥불이 피어나고 음악이 나오는 그곳에서 베르베르족이 아리랑을 연주하며 불러주었습니다. 저는 그날 베르베르족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런 분께서 그곳에 함께했던 한국인들에게 아리랑을 불러주기 시작한 겁니다.

그 당시에는 특이하고 재미난 여행이었던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베르베르족이 불러준 아리랑이 점점 더 제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저는 그 당시쯤에는 서비스직에 종사할 생각이어서 항상 베르베르족이 불러준 아리랑처럼 상대를 감동하게 하는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베르베르족이 불러준 아리랑이 감동이었던 것보다 그곳에 있던 한국인들을 생각해 아리랑을 불러준 베르베르족의 마음이 더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살아가든 베르베르족의 마음과 같이 주변을 생각하며 살아가면 나도 행복하고 주변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그렇게 재미난 모닥불 놀이를 마치고 저는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다음 날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다시 이곳저곳을 들려 모로코 상품을 구경하며 마라케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하고 편한 옷보다는 사진에 평생 남을 예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행을 하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많아 생각하는 틀도 넓어지지만 어떠한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 자신을 되돌아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이 옳았다면 그대로 유지하면 되고 잘못된 행동이나 생각을 했다면 더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자아성찰의 과정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사하라사막이 그런 여행지 중 한 곳이었고 이러한 여행을 통해 여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여행 또는 국외여행을 통해, 아니면 굳이 여행이 아니어도 취미생활 등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쁜 삶 속에 여유를 만들고 그 여유를 통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싶어서 한번 여행 글을 써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팁으로 모로코의 도시를 조금 더 안내해드리면, 천연 가죽염색장으로 유명한 페스(Fes), 푸른 마을인 셰프사오엔(Chefchaouen), 모로코 최대의 항구도시 카사블랑카(Casablanca), 화장품 원료로 각광받는 아르간 오일의 산지인 아가디르(Agadir) 등 가볼 곳이 다양하므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 이혜령(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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