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글2]7년 만의 행복한 나들이

테마가 있는 글

2018.04.03

7년 만의 떠난 여행이었다.

늦게 결혼해서 바로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결혼한 지 3년 후에서야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그 후 7년 동안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하고 싶었던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을 차일피일 미루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갑자기 7년 만의 가족여행을 감행했다. 집안 살림부터 육아까지 친정엄마의 도움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표현할 수 있고, 올해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기념을 겸하여 가족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장소는 직장 동료가 추천해준 클럽메드 발리로 정했다.

‘No Shopping, No Guide, No TIP’이 기준인 클럽메드는 전 세계 35개 나라에서 휴양촌을 운영하고 있는 휴양전문회사로 그중 특히, 발리가 키즈클럽도 잘 되어 있고, 24시간 바가 운영되어 맛있는 음식과 음료, 세계 주류까지 언제든지 맘껏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을 받아 그곳으로 결정했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나연이가 그곳으로 휴양 온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놀 수 있었으면 좋겠고, 친정엄마는 모처럼 아무 부담 없이 편하게 푹 쉴 시간을 가지시길 바랐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포함한 레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하며 계획을 세웠다.

일정은 4박 6일로 잡았다. 추천해준 동료가 3박 5일은 가고 오는 날을 빼면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더 잡을 수 있다면 하루라도 더 있다가 오라고 했다(정말 돌아오는 날이 너무 빨리 와서 4박 6일도 아쉬웠다). 갑작스럽게 잡힌 대통령선거날인 5월 9일 출발하였다(물론 우리 가족은 모두 사전 투표를 완료했다).

7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새벽 1시쯤 리조트에 도착하니 비몽사몽에 정신이 없었지만, 한국 G.O.(Gentle Organizer)에게서 간단히 리조트 브리핑을 듣고 방을 배정받았다. 클럽메드는 방안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하여 스탠다드를 예약했었는데 기대보다 쾌적하고 깨끗했다.

다음날 나연이는 키즈클럽에 등록하였다. 키즈클럽에서는 어린이들을 연령별로 반을 나누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연령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 서커스, 해변가 모래놀이, 댄스 공연, 수영, 요리 등으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놀 수 있게 각국의 G.O.들이 함께 도와주었다.

나연이는 평소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어서 쉽게 친구들과 사귀고 잘 적응할거라 걱정하지 않았다. 다행히 한국 G.O.가 있어서 더 안심하고 등록했던 것 같다. 나연이는 나흘 중 이틀은 키즈클럽에서 놀았고, 하루는 외부 선택관광, 마지막 날은 우리와 함께 수영하며 맘껏 쉬었다.

80여 년 동안 집을 떠나 맘 편히 쉰 적이 없으신 친정엄마를 그냥 푹 쉬게 해드리는 게 이번 가족 여행의 목적이었다. 발리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그냥 수영장을 걷다가 목마르면 음료수 마시고, 식사 시간되면 레스토랑 가서 식사하고, 또 파라솔에 앉아 있다가 수영장 걷고, 하루 종일 그냥 그렇게 쉬시는 게 친정엄마의 4일이었다. 친정엄마는 외국어를 전혀 못하시지만 하루가 지나자 엄마의 방식대로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계시던 모습이 너무나 흐뭇했다.

우리 부부는 작성해 갔던 계획표대로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자 열심히 뛰어다녔다. 전에 갔던 여행들은 관광이 목적이었기에 다녀와서 쉬었다면 이번 여행은 진짜 쉬러가자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수영이나 하며 즐겨보자고 간 여행이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바빴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남편은 오전에 중급 테니스 강습부터 시작하여 골프 레슨, 스노클링 강습, 윈드서핑 강습, 양궁 레슨까지 최대한 경험하고 왔다. 바다까지는 나갔지만 바람 때문에 크루즈 투어를 못하고 회항한 아쉬움은 마지막 날 테니스대회에 참가하여 메달 받은 것으로 보상받았다.

리조트에서는 밤마다 테마가 있는 파티가 열렸다. 테마에 따라 각국의 전통의상, 화이트, 클럽메드 유니폼, 엘레강스, 카푸치노 등 드레스 코드를 공지해준다. 모두들 저녁식사 때가 되면 기대감으로 여유롭고 친절해진다. 댄스로 시작하는 파티 문화는 낯설었지만 도전하는 정신으로 나가서 즐겼고, 늦은 밤에 공연하는 서커스, 버블파티, G.O.들의 공연 등은 발리 파라다이스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었다. 여행 가기 전부터 제일 기대를 했던 공연은 키즈클럽 아이들의 공연이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서 공연하는 날 나연이는 외부 관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라갔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우러져 성공적으로 공연을 했다. 하지만, 동영상 버튼을 잘못 눌러 녹화파일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아무리 숙식과 해양레포츠가 해결된다고 해도 발리까지 갔는데 리조트 안에서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하루는 울루와뚜 절벽사원 관광, 우붓 아융강 계곡 래프팅, 원숭이 숲 관람, 코끼리 트레킹, 우붓 전통시장 관람 중에서 유료 선택관광을 하기로 했다. 원숭이숲은 원숭이는 많았지만 생각보다 짧고 별 특별한 것이 없었던 것 같고, 코끼리 트레킹을 체험하기 위해 왕복 4시간을 이동했던 것과 우리나라 남대문시장 같은 우붓 전통시장에 가봤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못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발리의 자유로운 밤 해변에서 버블 댄스파티를 즐겼던 추억, 원숭이 눈을 똑바로 보지 말라는 가이드 말에 원숭이 숲에서 모두 눈을 가리고 찍은 나연이 사진, 파티장 뒷편에 마련되어 있었던 탁구대에서 우연히 만난 중국 젊은 부부와 세기의 탁구대회 개인전이 열려 남편이 1등, 내가 2등을 해서 중국을 이긴 후 받은 메달, 이틀이지만 멋진 공연까지 보여준 나연이에게 키즈클럽에서 발행해준 수료증은 우리집 장식장에서 그날들을 추억하게 한다.

우리 모두에게 휴식은 필요하다. 휴식이 있기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 생활해 나갈 나연이에게도, 집안 일 등으로 고단했던 친정엄마께도,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자 다짐하는 우리 부부에게도 7년 만의 쉼표는 행복한 여행으로 추억된다.

글 김유선(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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