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글 Ⅱ] 해외 입양아 가족 찾기

테마가 있는 글

2017.03.02

해외입양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에 어린이들이 해외로 많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내가 독일 연수 시절에 실제 그런 분을 만나게 되었다. 독일 한인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그곳에서 자녀 두 명과 식사를 하고 있는 중년 여성을 보게 되었다. 한국 사람처럼 생겼는데 독일어로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애들도 혼혈아인 것으로 보아 ‘독일 남편을 만나 이곳에서 사는 분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 사장님이 나에게 그분이 어린 시절에 독일로 입양되어 온 분이고 그 남편은 독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남편분이 변호사이면 ‘내가 연수하는 동안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화를 나눠 보니 조국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자신의 가족을 몹시 찾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고 자녀들에게도 한국어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했다. 추석이나 설에는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한인식당에 와서 한국 음식도 자주 먹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나라보다 환경이 좋은 곳에 다행히 잘 정착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어린 나이에 부모 형제와 생이별하고 머나먼 이국에서 외롭게 자랐을 생각을 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내가 뭔가 도움을 받아볼까 하고 소개를 받았지만, 가만히 듣고 보니 내가 이분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더 물어보았다. 어렸을 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어머님이 두 남매를 친척집에 맡겨두었는데, 어느 날 길을 잃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남매는 경찰관들에게 미아로 발견되어 고아원에 맡겨졌단다. 여러 고아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홀트복지원을 통해 5세 무렵 독일의 한 가정에 남매가 같이 입양되었고, 교사인 양부모 덕에 둘 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잘 자랐다고 한다. 그분은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자신에 대한 자료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도 별로 없어 아직 가족을 찾지 못했다. 현재 독일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어렵게 가족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분의 뜻이 워낙 확고해 그분이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기록을 가지고 와서 전단지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했다.

해외2
그렇게 해서 입양기록과 그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같이 전단지를 만들었다. 내가 한국에 있는 인쇄소에 부탁해서 8천 부를 인쇄했고, 그해 여름에 그분이 직접 한국에 가서 이 전단지를 여러 곳에 배포하고 돌아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해마다 한국에 가서 그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분 집에 식사 초대도 받았고 변호사인 그분 남편과 친분도 쌓게 되었다. 물론 내 독일어 실력이 별로여서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현지 독일 법조인과 인맥을 쌓은 것만으로도 나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 남편도 정말 친절한 분이라 우리 가족을 위해 그릴 파티를 준비해주었는데 숯불에 고기 굽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그 집 뒷마당에 큰 호두나무가 있고 그 위에 아이들을 위한 작은 집이 하나 있어 물어보니, 남편분이 아이들을 위해 직접 만들어주었다고 했다. 역시 독일인들은 직업과 상관없이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나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분 가족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우선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같이 만든 전단지 사진으로 변경하고 여러 지인에게 휴대폰으로 전단지 파일을 전송해서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분 고향이 대구 쪽이라 대구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는 특별히 전화를 해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지인 중에 팔로워가 굉장히 많은 유명인사(?)도 있는데 아쉽게도 기대와 달리 아직은 소식이 없는 것 같다.
작년에는 그분 시어머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애들(한국 이름 승일, 승미)과 같이 방문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올해는 한국에서 그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찾지 못한 그분의 가족을 대신해 내가 한국의 문화를 소개할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부모 형제 그리고 내 가족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버린 가족이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저토록 간절히 가족을 찾는 것을 보면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한가 보다. 우리는 법원에서 가족 간의 분쟁을 자주 보게 되는데 ‘해외로 입양되어 생이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꼭 저렇게 원수처럼 싸워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뭐든지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그것이 없어졌을 때야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기도 하다. 행복이 뭐 별건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면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 아닌가 싶다.

그분 기억에 의하면 이름이 박기순이다. 여하튼 동생 박진우 씨와 같이 언젠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물론 법원 가족들이 이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해외3

글_임형태 광주고등법원 판사

"테마가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