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글 I] 너는 특별하단다

테마가 있는 글

2017.03.02

너는특별

웸믹이라는 작은 ‘나무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 웸믹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 목수가 만들었고, 다 같이 한 마을에 살고 있다. 웸믹들은 날마다 금빛 별표가 든 상자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서로에게 별표나 점표를 붙이며 하루를 보낸다. 나뭇결이 매끄럽고 색이 잘 칠해진 웸믹들은 항상 금빛 별표를 받고 나뭇결이 거칠고 칠이 벗겨진 웸믹들은 늘 잿빛 점표를 받는다. 또 재주가 뛰어난 웸믹들은 별표로 반짝거리는 몸을 뽐내고 다녔고 재주가 없는 이들은 잿빛 점표만 붙이고 다녔다.

펀치넬로라는 웸믹도 그중의 하나였다. 펀치넬로는 별표를 받기 위해 언제나 애를 썼지만 펀치넬로의 몸은 잿빛 점표로 가득했다. 웸믹들은 점표로 가득한 펀치넬로를 보고 좋은 나무사람이 아니라고 수군댔다. 그러다 보니 펀치넬로도 스스로 자신은 좋은 나무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펀치넬로는 루시아라는 친구로 인해 웸믹을 만든 엘리 아저씨를 찾아가게 되었고 아저씨는 펀치넬로에게 얘기해 준다. “펀치넬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펀치넬로는 점표로 가득한 제가 당신에게 왜 특별하냐고 묻는다. 엘리 아저씨는 “왜냐하면, 내가 널 만들었기 때문이지. 내가 너를 만들었고, 넌 아주 특별하단다. 나는 결코 좋지 못한 나무사람을 만든 적이 없어.”
펀치넬로는 돌아가는 길에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펀치넬로의 몸에서 점표 하나가… 땅으로 떨어진다.

테마2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책의 내용이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처음 읽어 줄 때 언젠가 SNS에서 읽은 글이 문득 생각났다.
“??라는 아이는 오늘 너무 속상합니다. 칭찬 스티커를 받기 위해 쓰레기도 열심히 줍고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려고 손도 높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오늘도 그 모습을 못 보셨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이는 어떻게 해야 선생님이 나를 보실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네 삶이 작은 나무인형인 웸믹들의 삶과 다름없어 보인다. 학교에서 그리고 심지어 가정에서 아이들의 행동에 따라 칭찬 스티커를 붙인다. 어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사물함에 걸린 칭찬 스티커 판에 붙은 별표의 개수로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평가하고 또 그 아이를 평가한다. 그리고 나 또한 자연스레 별표의 수가 많을수록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그리고 칭찬 스티커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외모가 뛰어난 사람, 재주가 많은 사람, 머리가 영리한 사람들에게 갖은 칭찬으로 보이지 않는 금빛 별표를 붙여준다.
낯선 환경에 더디게 적응하는 기질의 아이들은 텅 빈 칭찬 스티커 판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긍정적이거나 철이 없는 아이라면 무시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칭찬 스티커 수로 선물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아이는 어쩌면 펀치넬로처럼 스스로 자신을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좌절해버릴 수도 있다.

그 좌절의 순간 가장 힘이 되어줄 사람이 바로 부모라고 생각한다. 바로 엘리 아저씨 같은 부모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너는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너는 정말 공부를 잘하는구나.”라며 금빛 별표를 붙여주거나 “너는 왜 가만히 있지 못하니. 너는 잘하는 게 뭐니.”라며 잿빛 별표를 붙여주어도, 부모만은 그 어떤 이유가 아닌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너는 소중한 아이’라고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테마3
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와 여섯 살 남녀 쌍둥이의 엄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 또한 아이들을 서로 비교하곤 한다. 워킹맘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자~ 누가 제일 밥을 잘 먹나 보자.” 하면 아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엄마 보란 듯 입을 크게 오물오물한다. “누구는 지금 다 했는데 왜 꾸물거리니.” “누나 하는 거 좀 보렴.” 끝없는 비교의 중심에 선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며 매일 반성해 보지만 현실에서 여전히 비교하는 나를 보면 애써 항상 부족한 시간 탓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한다. 가장 힘이 되어줘야 할 가정 안에서까지 금빛 별표를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을 보면 난 왜 엘리 아저씨같이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지 또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내 몸에 스스로 잿빛 점표를 하나 더한다. 어떨 때는 스스로 ‘난 좋지 못한 부모인가 봐’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언젠가 지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작은 잘못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화를 내고는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님께서 “넌 그래도 애들한테 정말 잘한다. 내가 애들한테 뭐라 한 거 생각하면 넌 진짜 좋은 엄마다”라고 얘기해주셨다. 그 순간 내 몸에 붙어 있던 잿빛 점표가 툭 떨어져 나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나도 좋은 부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이야기에 감동한 나는 한 달 동안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준 것 같다. 아이들도 책의 내용이 맘에 들었는지, 아니면 이 책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서인지 책장에서 책을 고를 때 이 책을 가져와 주었다. 책을 다 읽어주고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꼭 이야기를 해주었다.
“??야, 너는 정말 소중하고 특별하단다. 엄마, 아빠가 너를 낳았고 너는 엄마, 아빠의 소중한 아이라는 그 이유만으로도 아주 특별하단다”라고.
매일 이 말을 들은 둘째가 어느 날 내게 와서 “엄마, 엄마는 정말 특별해요. 엄마는 내 엄마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주 특별해요”라고 하는데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다섯 살 아이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칭찬은 자신감 넘치고 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중요한 소스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칭찬 방법이 아이를 진정한 행복이 아닌 금빛 별표를 모으기 위한 삶 속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커가면서 고난을 겪고 좌절할 때 엄마가 해준 이 말을 생각하며 스스로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난 오늘도 “너는 특별하단다”를 외쳐본다. ^^

글_장연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행정관

"테마가 있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