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X 낭만필객] 한국의 차마고도, 운탄고도 1330 MTB 가을 라이딩

테마가 있는 글

2024.05.08

손희경 가사조사관(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운탄고도는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이라는 의미이고 1330은 전체 길 중에 ‘가장 높은 곳인 만항재의 높이’이다. 폐광지역인 영월, 정선, 태백, 삼척 4개의 시군을 잇는 운탄고도 1330은 1길부터 9길로 2022년에 조성되었다. 평균 고도 546m, 총길이 173.2km의 길로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운탄고도는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들이 오가던 비포장 길이다. 최고 높이 1,330m의 정선 만항재를 포함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고, 한때 지역과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끌었던 탄광의 흔적도 마주할 수 있다. 운탄고도는 라이더들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차마고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도 알려져 있는 숨겨진 고원의 길이다.

춘천 본원의 낭만 라이더 10인
2023년 10월, 낙엽 지는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영월지원과 춘천 본원의 낭만 라이더 10인이 모였다. 9길 중 5길 함백산 만항재에서 시작해 4길 정선 예미역까지 총거리 약 44km, 소요 시간 약 5시간을 MTB 바이크로 라이딩 하였다. 5길은 함백산 소공원(만항재)에서 정선 화절령까지 이어지는 거리 15.7km, 고도 1,067~1,330m의 길이다.

함백산 만항재에서 정선 예미역까지
정선 화절령에서 만항재 소공원까지 이어진 높고 아득한 산길이다. 산 중턱 도롱이연못에 얽힌 이야기는 모든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광부를 남편으로 둔 아내들의 애타는 마음이 담겨 있는 곳이 도롱이연못이라면 뒤이어 마주치게 되는 1,177갱은 광부들이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는 갱도의 입구였다. 이 길은 광부와 광부 아내의 높고 애틋한 사랑의 길이다. 4길은 화절령(꽃꺼끼재)에서 정선 예미역까지 이어지는 거리 28.76km, 고도 403~1197m의 길이다. 석탄을 실어 나르던, 말 그대로 ‘운탄(運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천혜의 트레킹 코스라 해도 될 만큼 걷기에 좋은 길이다. 특히, 전지현과 차태현 주연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소나무’가 있는 새비재 정상 ‘타임캡슐공원’에서 두위봉을 거쳐 종착지인 화절령(꽃꺼끼재)에 이르는 길은 등산의 묘미와 트레킹의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만항재에서 집결하여 출발
영월지원 직원들은 영월바이크샵에서 렌트한 1톤 트럭과 자가 차량을 이용해 집결지인 만항재로 향했고 춘천 본원 직원들은 자가 차량으로 집결지에 모였다. 개인적으로 운탄고도에 라이딩 오시는 직원들은 만항재에서 차량 주차 후 목적지까지 라이딩 후 다시 택시를 이용하여 만항재로 가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 같다. 2팀 이상이 움직인다면 출발지와 종착지에 서로 차량을 배치해 활용하는 방법도 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김신유 전 지원장님의 1톤 트럭 협찬과 강동훈 서무계장님의 자차 이동 지원으로 감사히 라이딩에 전념할 수 있었다. 만항재는 자동차 도로 중 가장 높은 고개인 만큼 라이딩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직원 간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우정민 실무관님이 준비해 온 간식을 배분받았다. 점심 행동식은 황무성 사무과장님이 영월 맛집 꼬마김밥으로 협찬해 주셨다. 음식을 준비해 주신 두 분에게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만항재 표지석에서 단체 사진 촬영과 김신유 전 지원장님의 인사말로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무한 업힐과 다운힐의 향연
시작은 내리막 코스로 선선한 가을바람과 피톤치드향이 청량함을 더해 준다. 아뿔싸….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법, 300m의 고도차가 심장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이제부터 무한 업힐과 다운힐의 향연이다. 각 라이더들의 경험치에 따라 선두가 엎치락뒤치락 한다. 모래와 자갈들의 임도길 라이딩이다보니 타이어가 얇은 로드바이크나 요즘 대세인 그래블바이크로의 라이딩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업힐 보다 상대적으로 다운힐이 많은 구간이라 커브 길에서는 낭떠러지로의 낙차와 펑크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낙차의 아드레날린을 느끼고 싶지 않은 분들은 꼭 타이어가 두꺼운 하드테일 MTB 이상으로의 라이딩을 추천한다. 라이딩 중 바이크 고장 시 준비한 응급키트가 없다면 샤방 라이딩에서 바이크를 이고 가는 형벌의 트레킹으로 전환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운탄고도 쉼터에서 첫 번째 휴식을 가지며 운탄고도라고 적힌 상징물에서 개인별로 인증 사진을 남긴다. 인증사진 뒤로 우리가 달려온 굽잇길이 보이는 듯하다. 몇 분을 더 달려 1177갱도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맛있는 음식과 바라보는 마운틴 뷰는 덤이다.

도롱이연못, 백패킹 야영지 추천
식사 후 도롱이연못으로 달렸다. 너무나 인상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물에 투영되는 나무의 모습이 가을을 담고 있었다. 예전 광부의 아내들이 연못에서 남편의 안전을 걱정했을 장면에 숙연해지기도 하였다. 연못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연못 한 켠에 백패커들의 알록달록한 텐트도 단풍처럼 고왔다. 백패킹 하는 분들에게 야영지로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였다. 화절령에서 5길이 끝나고 새로운 4길이 이어졌다. 4길은 목적지인 예미역까지 고도 약 700m의 내리막 구간이다. 내리막 28km를 신나게 달리니 덜덜덜 떨리는 두 바퀴의 진동이 손목을 타고 어깨와 목, 뱃속까지 마사지 되는 기분이다.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새비재 도착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새비재에 도착하였다. 아쉽지만 배추를 수확한 이후라 푸른 고랭지 배추를 보지 못하였다. 최근 새비재가 “은하수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사진과 별 관측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다. 새비재부터 포장길이며 급경사 구간이 많아 반드시 감속해야 할 구간이기도 하다.

총 44km 라이딩,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종료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 장소인 타임캡슐공원을 지나 목적지인 정선 예미역에 도착하며 총 44km의 라이딩이 낙오자 없이 안전하게 종료되었다. 운탄고도 외에 강원도에는 백두대간의 수많은 트레킹 코스와 라이딩 코스가 있으니, 자신의 실력과 시간을 고려한 트레킹과 라이딩을 추천한다. 덧붙여 운탄고도1330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운탄고도 1330 패스포트를 발급(무료)받아 스탬프 인증 완주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길 추천한다. 이번 가을 라이딩에 보이지 않게 라이딩을 이끌고 지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다음에는 더욱 많은 라이더 분들과 함께 힐링 라이딩을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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