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필객] '스타벅스'로 통하는 우리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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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글 마영희 행정관(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큰딸이 스타벅스 텀블러를 사 들고 왔다. 집에 쓸만한 텀블러가 넘쳐흘러도 스타벅스 것이 아니면 무용지물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그렇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하면 잔소리다. 더 좋은 텀블러가 있어도 왠지 스타벅스 상품이 색깔도 고급스럽고, 왠지 명품 분위기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20년 서울 여의도의 한 지점에서 한 소비자가 약 300잔의 스타벅스 커피를 구입한 후, 커피 한잔과 굿즈인 서머 레디백만 가지고 간 사건은 이미 유명하고, 스타벅스 굿즈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 서는 일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권역을 파고드는 ‘스타벅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두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최초 매장
시애틀 관광객들의 여행 후기에 절대 빠지지 않는 스타벅스 최초 매장 ‘1호점’은 생각보다 규모가 매우 작으며 아 침 일찍 방문해도 긴 줄을 서야 한다. 탁자가 없이 운영 되며 피크시간에 방문할 경우 1~2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매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급스러운 스타벅스 매장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맛은 우리나라에서 늘 마시던 맛과 동일하다. 1호점은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현재의 로고가 아닌 최초 스타벅스의 갈색 로고를 살 수 있는 곳은 오직 1호점만 가능하다. 독보적인 판매이다 보니 한국에서 비싸다고 사지 않던 사람들도 구매 욕구가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스타벅스 로고의 변화
‘스타벅스(StarBucks)’ 이름은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1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S’를 붙여서 탄생하게 되었고, 스타벅스의 초록색 로고 속 여인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홀려 잡아먹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어 몬스터 ‘사이렌’으로, 커피로 소비자를 사로잡아 고객들이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기획되었다. 이 로고는 아름다운 여인의 상반신의 모습과 매혹적인 인어의 하반신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는 독특한 형태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한편, 상반신은 나체이고 하반신은 선정적인 모습을 묘사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인어의 두 꼬리가 성적인 모습을 암시한다고 하여 실제로 로고를 변경하게 된다.
스타벅스 로고는 총 세 번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양으로 정착되었고, 창립 당시 고안되었던 갈색 로고는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하고 기존 사업체와 통합 운영하게 되던 1987년,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초록색’으로 변경되었다. 이때 ‘사이렌’의 모습을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가슴을 가리는 형태로 순화시키게 된다. 이후 ‘사이렌’의 얼굴이 좀 더 확대되었고 기존 로고 속 인어의 하반신은 꼬리만 남고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스타벅스의 로고는 2011년 세 번째 변경된 것으로 ‘STARBUCKS’와 ‘COFFEE’라는 텍스트를 없애고 그림만 남게 되었다. 이것은 스타벅스가 커피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진출할 것임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나오게 만들었다. 기존 로고에서 ‘차갑고 친근하지 않다’라는 의견이 많아 ‘사이렌’의 얼굴을 오른쪽 코의 그림자를 조금 더 길게 그려 비대칭을 완성시켰다. 그러자 마법처럼 사이렌의 얼굴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카페 ‘일 지오날레’를 창업하여 성공한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를 인수하면서, 당시 운영 중이던 ‘일 지오날레’와 새롭게 얻은 ‘스타벅스’ 중 어떤 이름을 쓸지 고민하게 되었고, 긴 고민 끝에 이미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알려진 ‘스타벅스’를 선택하였다. 두 사업체를 통합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효율적인 매장관리, 균일한 커피 품질, 독보적이며 세련된 매장 인테리어, 초록색 사이렌 로고 적용 등 스타벅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1호점, 이대R점
대한민국에서는 1999년 7월 2일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생긴 1호점인 ‘이대R점’을 시작으로 2023년 기준 국내 매장 수는 1,841개로 같은 시기의 일본 스타벅스 전체 매점 수(1,846개)을 따라잡았다. 이대R점에서 ‘R’은 영어 ‘리저브(reserve)’의 앞 글자이고 ‘저장, 비축’이라는 의미로, 커피로 치자면 고급 원두를 사용한 프리미엄 커피를 말하는 것으로서,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리저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리저브 매장의 포인트는 좋은 원두를 이용해 숙련된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려 주는 것으로 일반 스타벅스 커피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품질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원두 로스팅은 강한 편으로 본질인 ‘커피’ 빼고 다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도입 이후 맛도 좋아지고 매장별 커피 맛의 편차도 줄어들었다.
스타벅스는 기본적으로 ‘메인 스트리트 직영점’ 방식을 취한다. 본사에서 신중하게 입지를 선정해 가장 상권이 좋은 위치에 매장을 여는 것이다. 또한 넓고 쾌적한 공간을 설계하여 고객이 장시간 머물 수 있도록 ‘카페형’ 매장을 추구한다. 이런 직영점 전략으로 ‘가맹점이 5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출점 거지 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장사가 잘되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을 오픈한다. 이 때문에 한 건물에서 두 개의 스타벅스를 만나는 일이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스타벅스의 직영, 상권 분석 전략으로 스타벅스가 입지하는 곳은 그만큼 교통이 편리하고 상권이 좋으며 해당 건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스타벅스 자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인근 주거지를 선호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타벅스와 역세권을 합친 ‘스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스타벅스는 입지 분석에 특화된 시스템인 ‘아틀라스(Atla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최적의 입지 장소를 모색한다. 스타벅스가 자리를 따지는 행위는 도자기 장인이 원하는 수준의 작품이 나올 때까지 수백 번 도자기를 깨고 다시 만드는 철저한 자기 검열의 과정과 비슷하여 스타벅스가 자리할 가능성은 어떤 공간에나 열려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회는 아무 공간에나 주어지지 않는다.
이렇듯 깐깐하게 고른 최종 후보지에 매장을 내고도 더 치밀한 사후관리로 유명하다. 하루에 몇 잔을 팔았는지, 어떤 커피를 어느 시간대에 더 많이 팔았는지, 해당 지역의 날씨와 판매된 음료는 어떤 상관관계인지 치밀하게 모니터링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 & 열광하지 않는 이유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브랜드가 아닌, 미국 스타일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가 들어왔다는 스토리이다. 이런 점은 고객들이 가성비를 따지지 않게 만든다. 둘째는 멋진 매장의 디자인이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러 간다기보다는 매장 인테리어의 느낌이 좋아 가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미국 스타일의 스토리가 입혀지고,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텀블러 같은 굿즈를 구입하게 되고 희소성의 매력까지 합쳐져서 사재기가 벌어질 뿐만 아니라 이 제품들을 사서 되파는 비즈니스까지 나오게 되었다. 셋째, 스타벅스는 오랫동안 머물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한곳에 머무르다 지루하면 다른 매장으로 이동할 수 있고 멋진 인테리어가 있으니 심미적 즐거움도 누리게 된다. 넷째, 스타벅스는 묵은 원두를 파는 일이 없고 커피 업계의 ‘명품 같다’는 의견이 많아 누구라도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명품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 준다.
그러나 스타벅스에 열광하지 않는 이유들도 몇 가지 있다. 첫째는 ‘탄 맛’이다. 스타벅스 커피에서 탄 맛이 나는 이유는, 커피 원두를 볶을 때 덜 볶으면 다양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지만 강하게 볶으면 오직 쓴맛 하나만 남게 되어 전 세계의 스타벅스 커피 맛이 공통으로 느껴지게 한다. 미국에서 로스팅이 된 원두는 시간적인 문제로부터 원두 상태를 균일하게 하기 위하여 강배전으로 로스팅을 하고 ‘전 세계적 맛의 균일화’라는 멋진 문장으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있다. 다음으로 스타벅스 굿즈들은 귀엽고 또 갖고 싶게 생겼다. 문제는 이를 만들 때와 쓸데없은 상태가 되어 버릴 때 환경오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굿즈 판매와 이벤트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스타벅스는 그들의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스타벅스의 고용과 복리후생 등은 좋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스타벅스코리아 본사가 끊임없는 이벤트와 기획행사를 시행하면서 2021년 9월 스타벅스의 ‘트럭 시위’는 우리가 몰랐던 파트너들의 고된 노동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인력 부족으로 인하여 이벤트를 하는 날은 파트너들이 며칠 전부터 일하기를 굉장히 무서워한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다. 그 이유를 고객과의 교감을 위하여 고객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는 판매를 늘리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진동벨이 없으니 음료를 받기 위해 픽업테이블 앞에서 대기를 해야 하고 그 모습은 다른 고객들에게 ‘맛집 효과’를 느끼게 한다. 스타벅스는 잘 되는 곳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어 다음에 방문을 하게 된다. 손님의 불편을 해소하는 전략이 아니라 자신들의 판매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스타벅스는 원래 미국 본사와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었으나, 2021년 7월 이마트가 미국 본사의 스타벅스 지분을 전량 인수하여 신세계 계열사에 들게 되었다. 신세계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후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부터 샌드위치 품질 저하,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 등 큰 논란이 터지면서 신세계의 경영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스타벅스 인수 당시 보였던 의욕에 비해 미국 본사의 손길이 멈춘 후 스타벅스는 여러모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높은 퀼리티와 이국적인 분위기로 손님을 끌어모은 인수 전의 매력은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커피전문점은 ‘사랑방’ 역할
그러나 여전히 스타벅스는 ‘둥근 모서리, 은은한 나무 느낌의 갈색 인테리어, 명품으로 브랜딩한 간판, 고급진 녹색 굿즈와 마음을 울리는 재즈 음악’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고, 계절마다 새로운 이벤트 메뉴가 오감을 자극한다. 스타벅스의 성공 이야기는 커피전문점에게만 표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업종도 스타벅스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원두의 종류와 상태, 그것을 가공하는 온도와 시간의 결과물인 커피 제조 실력은 기본이며, 고객이 그 결과물인 커피를 만나는 매장의 분위기, 그곳에서 일하는 파트너의 응대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스타벅스가 이루고 있는 그 조화가 결코 쉽지 않음을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새로 생겨서 서서히 사라지는 경우를 보면서 우리는 직접 알 수 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커피전문점은 ‘사랑방’ 역할은 하는 곳이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감정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멀티공간으로서, 제3의 공간을 지향하는 스타벅스의 가치관과 한국인의 정서가 맞물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타벅스’로 모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제 가장 비싼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커피를 파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커피시장이 어떻게 되어 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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