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삶3] 서울고등법원에서 첫 법원생활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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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서울고등법원에서 첫 법원생활을 시작하며

글. 임다혜 사무관(서울고등법원)

안녕하십니까. 2019년 7월 1일 자로 서울고등법원 형사과에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는 임다혜 사무관입니다. 지난해 면접 준비를 하면서 대법원 홈페이지를 여기저기 클릭해서 둘러보다가 <법원사람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평소 법원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표지도 알록달록 예쁘고 읽을거리도 풍부해서 면접 준비를 하다 말고 그 자리에서 몇 개월 치를 순식간에 읽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읽기만 했던 제가 이제는 <법원사람들>에 실리는 글을 쓰고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정말 꿈만 같습니다.

제가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법원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선 정도 많고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것입니다. 저는 발령받아 출근하기 전부터 형사과는 일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출근 전부터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엄청 힘든 곳인데 제가 과연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잘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 근무를 하면서 힘든 일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함께 일하는 좋은 분들 덕분에 무사히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근무하고 있는 형사과는 김효태 과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께서 처음 법원생활을 해서 잘 모르는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신경을 써주십니다. 형사과는 일은 힘들지만, 형사과 특유의 전우애가 있다는 형사과 사무관님들의 말씀처럼 확실히 형사과는 전우애로 똘똘 뭉쳐서 일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느 한 부에서 일을 헤매고 있어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담당 재판부가 아니어도 주변에 있는 재판부에 계신 사무관님, 실무관님께서 자기 일처럼 함께 신경 써주시는 것을 보면서 특히 형사과의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첫 재판을 앞두고 엄청나게 떨고 있을 때 제가 너무 떨린다고 말씀드릴 때마다 형사과 사무관님들께서 녹음만 잘 되면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거려 주셔서, 덕분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무사히 첫 재판 참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헤매고 있을 때도 사무관님들께서 먼저 나서서 도와주십니다. 제가 처음 참여한 재판은 바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는 사건이었는데 조서에 뭐라고 써야 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교육원에서 많이 배웠지만, 막상 진짜 조서를 작성하게 되니 자신감이 줄어서 글자 하나를 쓰더라도 매우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번을 썼다가 지웠다가 반복만 했는데 다행히도 바로 양옆에서 계시면서 도와주시는 형사8부 류제민 사무관님, 형사6부 원채연 사무관님 덕분에 무사히 첫 조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서울고등법원에는 많은 분이 근무하고 계셔서 지나다녀도 서로 잘 모르고 데면데면할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의외로 서로 아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아는 분들끼리 법원 내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하시는데 저도 다른 실무관님께서 인사하실 때 따라서 같이 했는데, 모르는 사이인 저에게도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 아는 분이 많지 않지만 아는 분들을 만나면 꼭 인사를 하는데 잠깐 인사를 한 것뿐이지만 반갑고 기분이 정말 좋아집니다.

저는 부끄럼이 많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제가 먼저 다가가야 관계가 좋아진다고 생각을 해서 그러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런 저를 부담스러워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분들과도 소통하면서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재판부별로 밥조를 짜서 같이 밥을 같이 먹는 문화가 좋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점심시간에 누구랑 어떻게 밥을 먹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서울고등법원 형사과는 밥조가 나누어져 있어서 밥을 같이 먹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과는 1부~4부, 5부~8부, 9부~13부 이렇게 밥조인데, 저는 형사7부이기 때문에 5부 조영제 사무관님, 임리영 실무관님, 6부 원채연 사무관님, 김효진 실무관님, 7부 저 그리고 우리 박서우 실무관님, 8부 류제민 사무관님, 나바로 실무관님과 함께 식사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식을 하고 보통은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합니다. 다른 약속이 있는 분들은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데, 매일 같이 식사하다가 한 번이라도 점심을 같이 못 하게 되면 이제는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해서 일하는 동안에는 집중하다 보니 같은 부에 계신 실무관님이 아닌 다른 사무관님, 실무관님들과는 서로 이야기할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밥 먹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점심시간이 절호의 찬스라 정말 소중하고 매일 점심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그런 저의 요즘의 낙은 점심시간에 얘기하면서 식사하고 서울고등법원 1층에 있는 바로미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사무관님들, 실무관님들과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한껏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면 오후 시간도 잘 버틸 힘을 얻는 느낌도 듭니다.

바로미 카페 말고도 한 번씩 외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기도 하는데 실무관님들과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오면 기분전환도 되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미 카페는 식권 카드로 계산할 수 있고, 심지어 가격도 할인이 되다 보니 부담도 없고 비오거나 더운 날 밖에 나가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어서 편하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바로미 카페 덕분에 사무관님이나 실무관님들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처음 바로미 카페를 보았을 때는 ‘법원 안에도 카페가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하루에 한 번은 꼭 갈 정도로 단골이 되었습니다.

발령받은 첫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신분증도 없고 출입증도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동기인 박철민 사무관과 발만 동동거리고 있을 때 무사히 출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형사과 서무계 윤태웅 실무관님, 발령받은 첫날 퇴근하고 그냥 이대로 가도 되는 건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먼저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제안해주신 형사12부 박세원 사무관님, 함께 식사해주신 형사3부 최정규 사무관님, 신분증은 받았는데 등록을 못해서 사무실에 못 올라가고 있을 때 신분증을 등록해야 출입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시고 맛있는 레모네이드도 사주신 총무과 주연중 사무관님, 조서작성을 헤매고 있을 때 옆에서 ‘짠!’하고 나타나셔서 도와주시는 형사6부 원채연 사무관님, 형사8부 류제민 사무관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업무도 미숙한 저를 많이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시는 박서우 실무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적어보았는데 위에 적은 분들 말고도 감사한 분들을 말씀드리자면 끝도 없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다 못 적었습니다. 혹시라도 서운하시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항상 마음으로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첫 근무지인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훌륭하신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크나큰 행운을 갖게 된 것 같아서 매일 아침 즐겁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지옥철인 2호선을 타고 사람들 사이에 껴서 출근하는 것은 너무나도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출근해서 형사과에 계신 분들과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일할 생각에 지옥철을 타고서라도 가고 싶을 만큼 출근이 기다려집니다. 옷을 입을 때에도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듯 시작이 참 중요한데 저의 법원생활의 첫 시작을 서울고등법원에서 정말 좋은 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되어서 앞으로도 잘 생활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출근을 한 날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들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 저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멘붕’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특히나 민원인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받기는 해야 하는데 전화를 받아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벨이 울리면 긴장하고 차라리 아예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민원인으로부터 전화가 오더라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짧은 시간 동안 그래도 꽤 성장한 것 같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건물도 길이 어려워서 1층과 로비 층, 동관과 서관도 헷갈렸는데 지금은 눈감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길을 알게 되고 저의 업무 또한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적응한 것 같습니다. 업무와 법원생활에 적응을 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처음 출근했을 때의 설렘과 여러 감정을 잊고 살 뻔했는데 좋은 기회로 글을 쓰게 되어 그때의 기억을 하나하나 다시 생각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진솔하고 재미있게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다 쓰고 나서 몇 번을 읽어보아도 별로 재미없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저의 첫 법원생활 시작을 함께해 주시는 서울고등법원 형사과 여러분! 지면 관계상 성함을 일일이 다 적지는 못하여 아쉽지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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