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삶4] 테니스와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

테마가 있는 글

2019.08.06

테니스와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

글. 박재찬 실무관(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처음 이 원고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을 때 무슨 주제, 어떠한 어투로 써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궁서체로 진지하게 어떠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써야 할지 아니면 친구에게 말하듯이 편안한 문체로 저의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던 중 룸메이트인 선배이자 친구인 홍창우 실무관이 글은 딱딱한 것보다 편안한 주제로, 지식 전달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일상에 대하여 쓰는 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이제 막 배우고 있는 저의 이야기와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신사의 스포츠인 테니스가 지금은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는 운동이지만 처음 시작됐을 때는 맨손으로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저는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테니스에 흥미는 있지만, 유래에 대하여는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라켓으로 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스포츠를 하나 정해서 시작하거나 즐길 때 그 스포츠 자체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고 발전했는지에 대해 찾아보고 그 스포츠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밀양지원에 첫 발령이 나서 정말 열정 넘치는 코치님, 그리고 집에서 NEVER ALONE 티를 항상 입어보지만 아직도 혼자인 홍창우 실무관, 같은 날 밀양지원에 발령받아 왔지만 이미 근무한지 오래 되었고 처음 봤을 때 저보다 동생인 줄 알았던 밀양지원 최고 동안인 강수진 속기사와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 재야 회원들, 옆 건물 검찰청 직원들과 테니스를 5개월 가까이 즐기며 배우다 마침 이 글을 쓸 기회를 얻게 되어 테니스에 대하여 여러 가지 소개를 하고자 알아보던 중 위와 같은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의 일상을 시작으로 테니스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모르실 수 있는 간단한 유래를 소개하면서, 테니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알아두면 좋을 법한 기본적인 것들을 여러분께 알려드릴까 합니다.

업무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퇴근하면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는 시작됩니다. 서무계에 있는 선배지만 나이가 같아 친구인 룸메이트 홍창우 실무관, 부속실에 근무하는 강수진 속기사 그리고 저까지, 이렇게 저희 셋은 준비를 하고 매일 테니스 코트로 향합니다.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코치님과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눈 지 벌써 5개월이 넘었습니다. 친해질 만큼 친해진 우리들은 코치님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준비운동 및 레슨받을 준비를 합니다. 레슨 중, 코치님이 항상 ‘달게가 치라’고 하는데 서울에서 온 저는 이 말을 한동안 이해를 못하고 대답만 건성으로 하다가 혼났습니다. ‘달게’라는 말은 살살 치라는 말입니다. 이제는 옆에서 사투리를 통역해주는 강수진 속기사 덕분에 어지간한 말은 다 알아듣고, 은연중에 경상도 말투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렇게 한창 재밌게 레슨을 받고 있으면 옆 건물 검찰청 계장님과 검사님이 레슨을 위해 나오십니다. 이제는 매일 같이 봐서 법원사람들만큼이나 친해진 분들과 함께 테니스를 즐깁니다. 이 분들과 함께 일주일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테니스 게임을 합니다. 할 때마다 항상 진 팀이 레슨 후 마실 것 또는 저녁을 걸고 게임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약속이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말뿐인 게 매번 지는 제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경기를 하는 것은 레슨으로는 배울 수 없는 센스와 단순하게 코치가 주는 공을 받아넘겨 다양한 공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훈련이고, 또 다른 레슨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는 박규도 판사님이 회장으로 계시며, 월 1회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달에 한 번씩 친목 도모와 실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규도 판사님은 테니스를 즐겨 하시진 않지만, 동호회에 대한 관심은 크셔서 크고 작은 모든 일들에 관심을 갖고 계신 책임감 ‘갑’인 회장님이십니다. 겨울 동안 너무 추워서 하지 못한 2019년 첫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월례회는, 3월에 현재 총무인 제가 전(前) 총무님과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같이 진행한 행사입니다. 전 총무님께서 가리비와 키조개를 통영에서 공수해 와서 심현욱 지원장님, 박순곤 사무과장님을 비롯한 우리 밀양지원 가족 대부분이 참여하여 즐거운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월례회는 어느 법원에도 다 있다지만 우리 법원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법원사람들만 오는 것이 아닌 검찰 테니스 동호회, 재야 회원들도 참여하여 우리만의 행사가 아닌 모두의 행사였다는 점입니다. 법원 내부 동호회의 행사가 아닌 전체의 행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론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테니스는 12세기에서 16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라뽐므(La Paume)라는 경기가 그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작 당시에는 귀족들이 주로 하는 스포츠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산층 그리고 대중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테니스라는 명칭은 14세기 영국 사람들이 자국에 ‘라뽐므(La Paume)’라는 스포츠를 소개할 때 테네즈(tennez)라는 명칭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명칭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세 시대부터 내려온 테니스는 우리나라에 20세기 초에 소개되었습니다. 1927년 최초로 테니스선수권대회가 열렸으며, 이때부터 다양한 대회들이 개최되어 그 후 아시아권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테니스의 앞날을 밝게 해주었습니다. 이 전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현재 매스컴에 자주 나온 정현이라는 선수가 우리나라 테니스계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규칙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드리면, 테니스에서 점수를 부르는 방식은, 유사한 스포츠인 탁구와 차이가 있습니다. 탁구뿐만 아니라 보통의 스포츠는 1점, 2점, 3점 이런 식으로 부르는데 테니스는 이처럼 부르지 않고, 0점을 러브, 1점을 피프틴, 2점을 써티, 3점은 포티라고 합니다. 0점이 러브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달걀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loeuf’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테니스는 15의 배수로 콜(점수를 부른다는 말)을 하지만 3점이 왜 45가 아니고 40인지에 대하여는 찾아봤지만 0점처럼 유래가 있지는 않고 45를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40을 말하는 게 편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보통의 스포츠는 자신의 편 즉, 자기 관점에서 스코어를 이야기하는데 테니스는 항상 서브를 넣는 편을 먼저 얘기해줍니다. 예를 들어 15-30으로 제가 리시버(서브를 받는 입장)고 이기고 있는 입장이여도 써티-피프틴이 아닌 피프틴-써티로 콜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첫 서브에 보통 상호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며 경기를 시작하는 게 특색입니다(각자 서브할 때 한 번만 하고 그 뒤에는 하지 않습니다).

항상 저희는 업무가 끝나고 테니스 코트에 들어가면 코치님이 저를 ‘박재찬 선수’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민망했지만 이제는 그 호칭도 익숙해졌고, 오히려 선수라고 안 부르면 서운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선수라고 불러주니 진짜 선수인 줄 착각에 빠져 있는 홍창우 실무관과 우리 셋 중 제일 꾸준히 연습에 참여해 실력이 수직 상승 중인 강수진 속기사, 이리 빼고 저리 빼 연습에는 참석을 잘 안 하는 저까지 밀양지원 테니스 동호회는 오늘도 어김없이 진행 중입니다. 퇴근 후 여러 사람들이 모여 같이 노는 것도 좋지만 저희처럼 법원 내부에 있는 코트에서 동기나 선·후배분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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