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 함께 보기] 수원지방 수원가정 안양지원

테마법원

2023.12.05

인생 영화 함께 보기 ㅣ 수원지방법원·수원가정법원 안양지원

글 황혜련 판사

우주를 떠도는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 <그래비티>

<그래비티>는 우주가 소리도 중력도 없는 공간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넓은 공간이 얼마나 적막으로 가득 차 있는지, 그 안을 끈 하나 없이 떠도는 인간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지,
그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경험한다.

영화 <그래비티>에 관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극장 스크린을 꽉 채운 우주 공간에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던 감각이다. 분명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아늑한 좌석에 앉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우주를 떠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영이 끝나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다른 관객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이런 경험을 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우주 영화’라고 하면 탁 트인 광활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그래비티>는 우주가 소리도 중력도 없는 공간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주정거장이 갑자기 폭발하고, 주인공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광활한 우주로 튕겨져 나갈 동안, 관객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러면서 이 넓은 공간이 얼마나 적막으로 가득 차 있는지, 그 안을 끈 하나 없이 떠도는 인간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지, 그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경험한다.
OTT 서비스로 집에서도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극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영화적 체험’의 경험인 것 같다. 이미 한 차례 재개봉을 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볼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를 삶에 발붙이게 하는 힘
사실 <그래비티>의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동료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와 함께 우주정거장의 망원경을 수리하던 라이언 박사는 예상치 못한 폭발 사고로 인해 우주에 혈혈단신으로 남겨진다. 라이언 박사는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며 여러 위기를 겪지만, 결국 지구로 무사히 돌아와 자신의 두 발로 걷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를 기꺼이 듣게 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한번 해봤을 만한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 박사는 딸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일을 겪은 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공허하게 살아오던 인물이다. 우주 미아가 되어 우주를 떠다니기 이전부터 이미 삶에 발붙이지 못한 채 ‘붕 뜬 상태’로 살아왔던 것이다. <그래비티>는 이런 인물을 ‘나 홀로 우주’라는 극한의 상황(이런 상황에서 희박한 생존 가능성이라도 붙잡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후 이어지는 라이언 박사의 분투에서 체감할 수 있다)에 배치함으로써 비로소 ‘왜 살아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 나가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 강력한 삶의 중력으로 작용
그 과정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라이언 박사가 지구인 ‘아닌강’과 교신하는 장면이다. 우주를 홀로 떠돌던 라이언 박사는 노력 끝에 지구인과 연결되지만, 그 지구인은 라이언 박사의 절박한 구조요청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다른 언어권의 사람이다. 라이언 박사는 그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라이언 박사가 그 대화 자체에서 구원을 얻는 것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강력한 삶의 중력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비티>는 귀환에 성공한 라이언 박사가 중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힘겹게 두 다리로 땅을 딛고 걷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사람들 사이에서 중력의 힘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힘이 없다면 우리가 삶에 발붙이고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며 나를 삶에 발붙이게 하는 ‘중력’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래비티 심유섭 행정관     | 별점 5 ★★★★★
우리의 삶과도 같았던 중력공간으로의 귀환을 위한 치열한 순간들.
권혁배 실무관    | 별점 5 ★★★★★
우주쓰레기의 잠재적 위험성과 생존에 있어 중력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을 포기하려던 주인공이 먼저 생을 마감한 딸을 떠올리며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얻게 되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영화의 결말 부분 대사와 장면에서 특히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때로는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결국엔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중력 같은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미진 실무관    | 별점 5 ★★★★★
배우의 존재감을 능가하는 영상과 음악의 웅장함 덕분에 영화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신상은 실무관    | 별점 5 ★★★★★
우주에 표류되었던 주인공이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는 힘겨운 과정을 그린 영화. 그 과정을 함께 겪으며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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