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 함께 보기] 부천지원

테마법원

[인생 영화 함께 보기] 부천지원

2023.08.04

가버나움

인생 영화 함께 보기 ㅣ 인천지방법원 ·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

글 정희철 판사(인천지방법원 ·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

어떤 부모가 돼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 영화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한 줄의 카피와 함께 한 소년의 얼굴이 있는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고, 무엇인가에 이끌려 그 길로 곧장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그리고 이 영화는 내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영화가 되었다.

가버나움(Capernaum)
정희철 판사가 추천하는 영화
가버나움 Capernaum
2019 레바논, 프랑스 / 드라마
126분｜15세 관람가

생존을 위해 집을 나왔지만 소년교도소에 구금되다
<가버나움(Capernaum)>은 갈릴리 호수 북서 해안에 위치한 성읍으로 예수가 그곳에서 많은 기적을 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기 때문에 멸망하게 될 것이라 예언하였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이 영화는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 살고 있는 약 12세로 추정되는 자인 알 라피아(Zain Al Rafeea)의 삶에 대한 처절한 투쟁을 보여준다. 자인은 부모에 의해 출생신고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즉 제도권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로 아사드의 가게에서 노동을 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던 중 이제 갓 생리를 시작한 여동생 사하르를 아사드의 아내로 보내려는 부모에 맞서지만 이를 막아내지 못하게 되고 무작정 집을 떠나게 되면서 그가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준다.
집을 나온 자인의 삶은 오로지 생존을 위한 것뿐이며 그에게서 인간의 존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자인은 그보다 더 약하고 보호를 필요로 하는 요나스의 생존까지 얼떨결에 떠안게 되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러한 극한의 상황을 벗어나 좋은 세상으로 가보려 꿈꿔본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 끝에 결국 자인은 소년교도소에 구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과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영화는 원고석에 앉은 자인과 피고석에 앉은 자인의 부모를 대척점에 세워두고 자인의 지난 삶을 보여주며 철저히 자인의 시각에서 부모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비난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인 부모의 항변이다. 자인의 부모는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데 왜 우리만 비난하는가.’라고 강변한다.
작가나 연출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더욱 거세게 자인의 부모를 비난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자인 부모의 위와 같은 항변에서 그동안 내가 모르고 살았던,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무언가를 깨달았고 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작가나 연출이 이를 의도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자인이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자인은 물론 그와 대척점에 있는 등장인물의 입장에도 적잖은 연민을 느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영화가 끝난 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으며, 아직도 그 고민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는 이유이다.

참고로 자인을 비롯하여 이 영화에 출연한 주요 등장인물은 연기를 업으로 하는 배우가 아닌 실제 그곳 베이루트에서 처절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로, 현재는 유엔난민기구와 유니세프, 그리고 제작진이 설립한 가버나움 재단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김교식 행정관 | 별점 5 ★★★★★
잔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아동학대, 조혼, 불법체류자 문제 등이 나오는 2시간여에 걸친 스토리는 충격적이면서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지만, 그래도 누구나 한 번쯤 감상하고 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아이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비극은 어디에나 있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우리가 어떤 어른,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 영화이다.

홍민정 참여관 | 별점 5 ★★★★★
참담한 현실을 그린 영화는 보통 마음이 아파 못 보는데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해준 건 담담하게 그려낸 자극적이지 않은 영상과 자인의 연기와 요나스의 귀여움이었다.
어려운 현실에서 요나스와 사하르를 보살피는 자인의 따뜻함
그걸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래서 보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고 다행인 마음이 든다.

신혜원 참여관 | 별점 5 ★★★★★
“현실이라 더 먹먹하고 가슴 시린 영화라는 게 개똥 같다”고 말하는 세상의 수많은 자인들이 해맑게 웃을 수 있기를….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었어요’ 어른인 우리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

육채은 실무관 | 별점 5 ★★★★★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게 놀라운 영화였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 사이에서 사람같이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였다.

박시현 실무관 | 별점 5 ★★★★★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제일 놀라웠던 점은 이 영화가 실화 기반이라는 것이었다.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들어 낸 비참한 현실을 오롯이 겪게 된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아이들을 위하여 어른들이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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