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 함께 보기] 춘천지방법원

테마법원

2023.04.05

인생 영화 함께 보기 ㅣ 춘천지방법원

글 홍순건 판사

가족, 가족애 의미 깊게 되돌아보는 시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여러 영화에서 다각도로 가족의 의미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감독은 2013년 개봉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를 통해 가족 구성원, 가족애의 진정한 의미를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한 성찰, 공유한 시공간 속에서 다듬어진 무한한 신뢰와 사랑에서 찾고 있다. 출산과 양육 등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됨과 두려움에 지쳐 있는 우리 사회에 가족애의 의미를 환기해 줄 따뜻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아이가 바뀌다
영화는 노노미야 가족의 아이(류세이)와 사이키 가족의 아이(케이타)가 출생한 병원에서 실수로 바뀌는 사건이 발생한 후 6년이 지난 어느 날, 이 사실이 노노미야 가족에게 알려지면서 시작한다. 과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리나라의 의정부 모 병원에서 발생했던 사건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여담이지만, 감독의 플롯은 이렇듯 비현실적인 상황 같으면서도 누구라도 겪으려면 겪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출발한다. 영화 초입부터 이런 플롯 덕분에 초입부터 흥미를 갖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 구체화
이윽고 서로를 만난 두 아버지는 아이 교환을 둘러싼 협상을 시작한다. 혈연이 있는 아이와 양육한 자식을 어떻게 교환할 지를 두고 노노미야 료타는 냉정한 모습을, 사이키 유다이는 철없는 모습을 보인다. 인간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러한 모습이 기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한편 두 아버지가 처한 경제적 상황, 사는 곳, 가치관, 자식에 대하여 바라는 욕심, 기대 등 그 모든 면이 다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두 아버지는 협상이 시작된 후 점점 더 양육을 하고 있던 아이에게, 그리고 혈연은 없으나 새로이 알게 된 친자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각각의 생각과 방법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하며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두 아버지는 각각 자신이 양육하고 있는 아이가 더욱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이를 위해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할 수 없어 내적 갈등을 지속한다. 아버지라는 가족 구성원의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이러한 영화 전개는 가족 구성원의 의미(특히, 아버지의 의미)를 물적 환경에 따라 고정적, 일률적으로 박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한 성찰, 그리고 그간 쌓아온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진정한 가족의 의미라는 것을 구체화하고 있다.

두 가족의 사랑과 신뢰 암시
지루한 협상 끝에 두 아버지는 의외로 혈연을 따라가기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인 노노미야 료타와 케이타가 함께 걷던 중 두 갈림길에서 만나자 이를 두고 서로 갈라져 걷다가 다시 한 길로 합쳐지면서 서로를 포옹하는 장면을 통해 이러한 협상의 결과는 진정한 가족애의 전제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혈연이라는 이유가 각각의 가족이 공유한 시공간 속에서 자라난 가족 간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변화시킬 수 없고, 오히려 두 가족이 함께 지금까지 쌓아온 각각의 사랑과 신뢰를 앞으로도 이어 나갈 것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난다.
모든 사람들이 가가호호 다른 형태와 의미의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가족들 사이에 단 한 가지 공통점을 꼽으라면 유다이 사이키의 대사처럼 가족은 서로에게 ‘가족 외의 타인이 대신해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미 꾸려진 가족 또는 앞으로 꾸릴 가족이 소중하다면, 이 영화와 함께 앞으로 그 사랑과 믿음을 어떻게 쌓을 수 있을지, 가족 구성원으로서 나는 현재의 입장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 무엇을 고민할 수 있을지 이 영화를 통해 기꺼이 머릿속에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홍순건 판사가 추천하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2013 일본 / 드라마
121분 | 전체 관람가

추천받은 동료가 남긴 한 줄 평
★★★★★별점 5
부모가 되어본 적 없는 저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료타가 아닌 케이타와 류세이의 입장으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성인이 된 지금 부모님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모르는 분들이 부모님이라고 나타난다면, 그 분들과 유대감을 가지고 함께 살 수 있을까? 키워준 부모님들을 그리워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기른 정으로 케이타를 보낼 수 없었던 주인공 부부처럼 저 역시 길러진 정 때문에 키워주신 부모님과 절대로 헤어질 수 없을 것 같다.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김지호 실무관
★★★★별점 4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 부모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식의 의미와 정의에 대해 물음을 던진 영화.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흐름과 단단한 스토리 전개로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가족애를 그리며 부모·자식의 관계와 역할을 되돌아보게 됐다. 2013년에 몰랐던 이 영화를 지금이라도 접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호성 사무관

★★★★★별점 5
아들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모든 것을 되돌려 놓으려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두 가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6살 된 진짜 아들 류세이는 나의 집이 아닌 곳에서 나의 엄마, 아빠가 아닌 사람들에게 왜 엄마,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보고 있는 나에게도 누구의 부모가 될 것인지,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영화는 미래의 나에게도 진정한 부모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답을 제시해 준다.
김효정 실무관

★★★★별점 4
가족이란 무엇인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영화였다.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기에 부모도 자식을 통하여 성장하고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가족이 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 추천해주신 영화는 저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유세림 재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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