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요] 오늘, 하루, 경주 경주에서의 알찬 하루

테마법원

2022.10.06

여기 어때요
글 이연서 사진제공 경주문화관광

천년 세월 동안 도읍지를 한 번도 옮기지 않은 신라의 수도 경주는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유산이 있어 걷기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도시다. 오늘 하루 경주에서 느린 발걸음으로 가을을 한 걸음씩 채워보자. 영근 열매만큼 느릿한 발걸음으로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경주의 하루 여행지 3코스를 소개한다.

오늘, 하루, 경주
경주에서의 알찬 하루

day 1 남산 코스
➊ 통일전 ▶ ➋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 ➌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불곡 마애여래좌상 ▶ ➍ 월정교 (편도 약 6㎞)
경주의 남산은 13개의 왕릉과 150개의 절터, 120점의 불상, 96개의 석탑 등 유적지와 유물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신라와 경주의 시간을 연결시켜왔다. 남산의 동쪽 둘레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경주의 자연과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남산을 오르지 않고는 경주를 보았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자체가 문화재인 남산권을 걸어보자.
경주의 가을을 잘 담아내고 있는 통일전은 신라의 삼국통일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1977년 건립된 전각이다. 전각 안에는 태종무열왕, 문무대왕, 김유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무엇보다 통일전을 향한 도로에 은행나무가 조성돼 있어 이 계절에 거닐기 좋은 곳이다.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에 들러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쉬어가기 좋다. 산림 전문연구기관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고 있어 다양한 산림자원을 감상할 수 있다.
동쪽 영역에는 산목련나무길, 칠엽수길, 야생화단지, 메타세쿼이아길이 조성돼 있으며 연구원 본관이 있는 서쪽 영역에는 피크닉 테이블과 정자,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한 템포 쉬어가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벤치에서 쉬었다면 거대한 바위에 자리한 부처님을 만날 시간이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바위의 사면에 부처님의 세계가 표현돼 있다. 높이 9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웅장함에 잠시나마 압도돼 보자. 10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면 불곡 마애여래좌상도 만날 수 있다. 이 불상은 감실 ‘할매부처’라 불리는데 경주 남산에 있는 신라 석불 가운데서도 가장 나이가 많다. 아침 햇살이 길게 감실로 들어오면 불상의 얼굴이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산 코스를 둘러보았다면 마지막으로 월정교를 향해 걸어보자. 신라 사람들도 천년 전 월정교를 통해 월성과 남산을 오갔다고 전해진다. 해가 저무는 시간에 월정교에 다다르면 ‘완결’처럼 하루 코스가 완성이 된다. 다리를 비추는 은은한 조명과 그 아래를 흐르는 냇물, 그 위에 떠오른 달. 어둠이 사뿐히 내려앉은 월정교를 바라보며 코스를 마무리 하는 것을 추천한다.

day 2 동해안권 코스
➊ 문무대왕릉 ▶ ➋ 읍천항 벽화마을 ▶ ➌ 양남주상절리 파도소리길&전망대 (편도 약 7.7㎞)
동해 바다를 품은 경주는 우리의 손이 닿기 힘든 바다에도 문화유산과 지질명소를 품고 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문무대왕릉은 동해안권의 필수 코스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의 유해가 뿌려진 곳으로 문무왕의 수증릉은 자연 바위를 이용해 만들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대왕암은 더욱 놀랍다. 동서남북으로 물길을 만들어놓아 대왕암 안쪽은 물길이 항상 잔잔하다.
읍천리 읍천항의 항구도 매우 아름답다. 조용한 항구 마을 곳곳에 벽화는 방문객들의 환대로도 느껴진다. 작은 고깃배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벽화를 감상하며 슬며시 미소짓게 되는 곳이다.

읍천항 벽화마을은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로 다다르게 된다.
동해안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다. 해안을 따라 발달한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볼 수 있어 파도가 만든 조각품을 감상하다보면 그 감각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장엄한 자연의 조각품은 해안산책로를 거닐며 조망이 가능해 동해바다의 역동적인 파도와 함께 느낄 수 있다. 데크와 정자 벤치, 구름다리와 전망대도 조성돼 있어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여유롭게 머무르기 좋다.

day 3 시내권 코스

➊ 국립경주박물관 ▶ ➋ 동궁과 월지 ▶ ➌ 첨성대 ▶ ➍ 대릉원 ▶ ➎ 황리단길 (편도 약 2.8㎞)
천년의 신라와 오늘의 경주가 맞닿은 경주의 중심지는 3km 반경 내 유적지와 핫플레이스가 함께 모여 있다.
경주여행의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시작한다면 경주의 ‘예고편’을 먼저 감상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천 년 동안 땅에 묻혀 있었던 신라의 금관들을 비롯한 에밀레종으로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 고선사지3층석탑 등 다양한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경주박물관에서 발걸음을 옮겨 좀더 낭만이 가득한 공간으로 거닐어보자. 신라 왕궁의 별궁터이자 연회 장소였던 동궁과 월지,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 첨성대는 그냥 지나기에 아쉬운 명소다. 첨성대도 감탄스럽지만 가을이면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핑크뮬리에서 잠시나마 카메라를 켜보아도 좋을 듯 하다.
대릉원은 약 12만 6,500㎡의 넓은 땅에 23기의 신라시대 고분이 모여 있는 고분공원으로 독특한 고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부터 산책하는 사람, 눈으로 고분을 하나씩 담으며 감탄을 이어가는 사람들까지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다.
엑기스만 담은 시내권에서 경주를 감상했다면 마지막은 황리단길로 마무리해보자.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또다른 재미를 준다. 고즈넉한 경주를 보았다면 황리단길에서 반전의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가을에 가면 더 좋은 경주 명소 3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군락지

경주 동대봉산은 가을철이면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상부의 넓은 초원에 조성된 억새군락을 보기 위한 인파다. 이 일대는 1980년대까지 목장이 있던 곳인데, 목장이 문을 닫으면서 유휴지가 된 자리에 억새가 자생하면서 군락을 이루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광이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드라마 ‘선덕여왕’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배경이 되기도 하여 이름을 더욱더 알리게 됐다. 148만㎡ 규모의 억새를 보기 위해서는 왕복 3시간 가량의 등반이 필요하지만 가을에 꼭 봐야 할 명소 중 하나다.

계림

비범한 전설을 품은 곳에서 뿜어내는 가을의 향기는 강렬하다.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담겨 있는 천년의 숲이다. 숲이 우거진 곳은 사계절 늘 아름답지만 천년의 기나긴 역사를 가진 계림의 전설은 가을마다 낭만이 돼 매년 돌아온다.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경주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리마을의 은행나무숲은 묘목 판매를 목적으로 심은 은행나무들이 숲을 이루면서 가을이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명소가 됐다. 열 맞춘 은행나무들 덕분에 어디에서 포즈를 잡아도 이곳에서는 인생샷을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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