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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김덕완 판사

머리와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
글 김덕완 판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웨스앤더슨이 감독한 2014년작 영화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프는 마담D의 아들인 드미트리의 계략으로 마담D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되게 되는데, 구스타프가 감옥에서 탈출하여 누명을 벗기 위해 그의 조수인 제로와 함께 겪게 된 모험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고, 영화는 이를 늙은 제로가 작가에게 들려주는 액자식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간단한 스토리지만 영화는 관객들이 플롯에 집중할 수 있는 흡입력을 제공하기에 충분할 만큼 친절합니다. 잔혹할 수 있는 장면도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있고, 심각할 수 있는 장면도 고상한 유머로 점철되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과장되고 화사한 톤의 색감, 수직·수평적인 카메라 워크, 애니메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장면 연출로 보는 내내 관객들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웨스앤더슨이 연출한 영화의 특징이기도 한데, 그중에서도 이 영화에서 이러한 점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느낍니다. 또한,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시대마다 화면비율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크게 제로가 작가에게 이야기하는 시점에는 2.39:1, 영화의 주 무대인 1930년대에는 1.37:1의 화면비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각 시대에 주로 쓰이던 영사비를 적용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 영화는 눈이 즐거운 화려한 영상미를 가진 영화이면서도 내러티브에 충실하여 주인공 구스타프가 대변하고 있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전달해주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가진 영상미와 독특한 연출은 요새 말로 ‘힙’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멋집니다. 화사한 색감,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절제된 연극적 연출,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눈이 즐거우면서도 무엇보다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게다가 랄프 파인즈, 애드리언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주드 로, 틸다 스윈튼, 윌렘 데포, 시얼샤 로넌 등 초호화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하니 배우들을 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영화를 탐닉하고 싶으신 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고 싶은 분, 이것저것 따지면서 보고 싶으신 분, 모두에게 명작이지만 무겁지 않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추천합니다.

조선영 실무관

서른아홉,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글 조선영 실무관

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며 살 것만 같았죠. 20대를 지나 진짜 어른이 될 것만 같았던 30대를 설렘으로 맞이하였지만, 서른아홉이 된 저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이 드라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서른아홉이 된 세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극 중 손예진(차미조 역)은 피부과 원장으로 남부러울 것 없지만 입양아라는 아픔이 있고, 전미도(정찬영 역)는 연기 선생님으로 멋진 솔로의 삶을 살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에 힘들어하고 마흔을 맞이하기 직전에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됩니다.
김지현(장주희 역)은 백화점 매니저로 일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지만 아픈 엄마를 돌보며 아직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소심한 모태솔로입니다. 서른아홉이 된 세 친구는 온 마음을 다해 아픔이 있는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온몸으로 그들이 맞서서 이겨낼 수 있도록 안아줍니다.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은 강한 몰입감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하죠.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의 서른아홉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온전히 안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가을의 문턱, 여러분에게도 그들의 따뜻하지만 강렬한 서른아홉의 힘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 ‘서른, 아홉’
(2022, JTBC 방영, 유영아 극본(김상호 연출),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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