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간]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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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간]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찾아서 - 부산지방법원 직원들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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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찾아서
부산지방법원 직원들

무더위와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과 마음이 금세 지치는 요즘이다. 여유가 없을수록 휴식을 취하고 잠시 멈춰 쉼 없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법. 일할 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쉴 줄 아는 부산지방법원 직원들의 휴식 노하우를 들어보자.

글. 이원복 사진. 홍승진

휴식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워라밸(work-life balace)’, ‘워라하(work-life harmony)’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개인의 삶과 휴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휴식이 부족하면 무엇을 하든지 금세 지치고 삶이 고단해지지만, 휴식이 조금이라도 과하면 우리는 한없이 나태해지기도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휴식은 일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중요하다. 부산지방법원 직원들은 어떻게 휴식을 보내고 있을까.
박병주 판사는 최근 휴식의 소중함을 실감하는 중이다. 두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기가 있어 평일에는 업무에, 주말에는 육아에 많은 시간을 쏟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아기이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집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가끔은 사무실에 있는 게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업무 중 잠시 시간을 내어 동료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누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잠깐의 쉼과 휴식으로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상민 실무관도 같은 상황이다. 열심히 일도 하고, 육아도 하는 워킹대디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최근에는 여유롭게 쉬어본 일이 없어 휴식의 소중함을 느낀다.
“휴식은 계속되는 삶에 활력을 공급하는 영양제인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그려나갈 미래를 생각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인 만큼 휴식은 큰 의미가 있죠.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 마영희 행정관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중3, 고3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그 누구보다 휴식이 간절하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도 휴식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쉬는 시간을 따로 정해 놓는 편이에요. 그러지 않으면 자칫 쉴 시간을 놓치죠. 일하는 시간에는 최대한 업무에만 집중하고, 휴식 시간에는 온전히 여유를 즐기는 게 좋습니다.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의무적으로 가져야 해요.”
박보람 실무관은 결혼, 인간관계, 미래 등 복잡한 고민이 있을 때 반드시 휴식을 취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고민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잖아요. 심지어 ‘언제쯤이면 이런 걱정이 없어질까’라는 고민도 하죠. 하지만 생각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때는 잠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을 갖죠. 때로는 친구들을 만나고, 때로는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있어요.”

개성과 취향에 따라 휴식을 즐기다

휴식은 개개인에게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푸른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지만, 다른 이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휴식이라 말한다. 부산지방법원 직원들 역시 휴식이 우리 삶에 주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지만, 서로 다른 휴식의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새삼 놀라기도 했다.
이상민 실무관은 평상시 여유가 있을 때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와 고민을 털어버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즐기는 새벽 수영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업무와 가사에 지장이 없게끔 새벽 수영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저에게는 작은 행복이죠. 아침 일찍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고 나오면 기분이 개운해지면서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녁에 잠도 잘 오고요.”
반면 마영희 행정관은 책을 읽거나 조용히 사색을 즐기며 산책할 때 비로소 사사로운 생각으로부터 잠시 벗어난다고 말한다. 책 속에 푹 빠지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 같아 이만한 휴식이 따로 없다고.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줄거리를 정리해둡니다. 어떤 작가는 이 방법으로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읽으면 책 속에 들어가 여행하는 기분이에요. 최근에는 휴식의 개념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울리히 슈나벨의 《휴식》이라는 책을 정독하는 중입니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휴식을 즐기는 이도 있다. 박보람 실무관은 다른 사람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휴식 방법이 다르다. 사무실에서는 오후 3시가 되면 집중력이 약해져 능률이 떨어지기 마련. 이때 박보람 실무관은 일부러라도 몸을 움직이고 주변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혼자 있을 때는 한적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박병주 판사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리며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윽한 향을 맡으며 잠시 커피 내리기에 집중할 때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기분이라며 입을 열었다.
“전문적으로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커피를 내릴 때마다 나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곤 해요. 직접 내린 커피는 동료들과 나눠 마시기도 하죠.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나면 업무 집중력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휴식의 또 다른 이름, 여행

각자 휴식을 취하는 방법과 필요한 순간이 다르지만, 휴식하면 여행을 빼놓을 수는 없다. 낯선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극은 우리 마음에 신선함을 전하고, 잠자고 있던 열정을 깨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워 여행에 대한 욕구가 더 간절하다.
박보람 실무관은 마음껏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울릉도와 독도를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 먼 길이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는 순간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 번에 사라졌다고.
“배를 타자마자 멀미가 저를 괴롭혔어요. 울릉도에 가겠다고 생각한 것을 후회했죠. 근데 도착하자마자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 마음을 싹 사라지게 했어요. 바다를 보며 울릉도의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날씨가 좋아 독도에도 갈 수 있었고, 별미인 독도새우를 먹으며 힐링 여행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힐링 여행지로 강력히 추천해요.”
두 자녀와 함께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던 싱가포르가 기억에 남는다는 마영희 행정관도 여행으로 경험한 힐링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외로 떠났던 자유여행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부산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직항도 없었으니까요. 경유지를 거치고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하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울컥하더군요. 역시 여행은 주체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때의 여행은 휴식을 넘어서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체계적으로 여행 일정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움직인다는 박병주 판사는 마영희 행정관의 말을 듣고는 코로나19 종식 후 반드시 자유여행을 떠나보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일정에 따라 움직여 왔기에 여행을 온전히 휴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지금껏 혼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는 이상민 실무관. “여행을 간다면 꼭 아내와 가겠다”라는 그의 말이 주변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아내가 결혼 전에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요. 그게 참 인상 깊었다는 말을 많이 했죠. 아직은 첫째, 둘째가 어려서 함께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좀 더 자란다면 가족과 함께 인도 배낭여행을 가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그것도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요.”
돌이켜 보면 우리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오히려 휴식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동료와 나누는 차 한 잔, 걷다가 멈춰 잠시 하늘을 보는 순간마저도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를 쉰 것처럼 달콤한 휴식이 될 수 있다. 더위가 유난히 기승부리는 올여름, 부산지방법원 직원들처럼 일상에서 찾은 소중한 쉼의 순간을 즐기며 다시금 앞으로 걸어갈 힘을 충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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