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하모니] 우리가 주고받는 사인은 "사이좋게! 유쾌하게!"

테마법원

2021.08.06

야구동호회

우리가 주고받는 사인은 “사이좋게! 유쾌하게!”
부산지방법원 야구 동호회 ‘테미스’

영화 <머니볼>은 야구 영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생을 담고 있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는 이유는 아마도 수많은 변수 속에 결말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정과 감동이 서로 닮아있어서일 것이다. “야구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여기 부산지방법원 야구 동호회 ‘테미스’ 회원들 또한 야구를 향한 열정으로 서로 마음을 맞추며 진한 동료애를 쌓고 있다. 그들이 주고받는 사인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글. 노초롱 사진. 홍승진

주말에 펼치는 한낮의 리그

한여름 햇살이 뜨거운 7월 중순의 열기 아래 부산지방법원 야구 동호회 ‘테미스’의 회원들이 모였다. 나란히 유니폼을 입은 네 사람은 땀을 흘리면서도 캐치볼에 집중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결성한 동호회겠지만 그 시작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숨어 있다.
“부산지방법원에 야구 동호회가 없을 당시 당구 멤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당구는 주로 저녁에 모여서 한정된 공간에서 치다 보니까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우리도 낮에 만나서 땀을 흘리는 스포츠를 해보자고요. 마침 야구라는 공통 관심사도 있고 해서 야구 동호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딱 야구 경기를 할 수 있는 인원 열두 명 정도가 모여 시작했었죠.”
지난 2009년 창단한 ‘테미스’는 법원 야구단답게 동호회 명칭 또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율법의 신 테미스(Themis)에서 따온 것이란다. 신헌기 부장판사를 필두로 현재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처음 동호회를 만든 이유처럼 주말 낮에 리그가 펼쳐진다.
“당구장은 실내인데 반해, 야구는 일단 야외에서 뛰면서 땀을 흘릴 수 있으니까 확실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직장에서 꿈꿨던 야구를 할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네 사람 중에서 야구 동호회 활동 구력이 가장 오래됐다는 이주진 실무관이 말을 꺼내자 총무를 맡은 고병철 실무관도 장점을 거든다.
“우리 동호회의 자랑할 만한 지점은 바로 격의 없이 야구로 소통한다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는 계장님, 사무관님, 판사님이지만 운동장에서 야구할 때만큼은 그냥 형, 동생이 됩니다. 경기 끝나고 나서 함께 식사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요. 그렇게 소탈하게 어울릴 수 있다 보니 오롯이 야구에만 집중하며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단단한 팀워크를 다져가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그만큼 실력은 더 향상되고,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는 야구단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일 터. 앞날을 예견하는 능력과 지혜를 지닌 테미스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테미스

서로 호흡을 맞추며 화합하는 스포츠

코로나19 이전에는 보통 2~3주마다 한 번씩 모여 경기를 하곤 했는데, 현재는 단계별 규제에 따라 동호회 활동도 대폭 줄어들고 대회도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2013년부터 수원법원, 대전법원, 대구법원, 창원법원, 울산법원, 부산법원 이렇게 총 6개 법원이 매년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를 열어 교류했습니다. 각 법원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는데, 그날의 분위기는 거의 국제 프로 대회인 WBC와 맞먹습니다. 우리 부산법원은 2015년과 2018년 총 2회 우승한 전적이 있고요. 뿐만 아니라 연 14회 열리는 부산지역 기장리그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1위를 위협하는 강팀으로 꾸준히 2~3위의 성적을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답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가끔 만나서 운동하는 것 외에 다른 친목 활동은 못 하기 때문에 회식 대신에 경기 때 성적이 좋아진 선수를 오늘의 MVP로 선정해 필요한 야구 장비를 증정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모이는 시간은 줄었지만 나름대로 팀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며 고병철 실무관이 덧붙였다.
“최근에 신입 회원 4명이 들어와서 같이 적응하는 시기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 자리에 함께한 손영환 실무관도 최근 들어 온 신입 에이스고요. 저희 중에 동호회 구력이 가장 오래된 이주진 실무관님은 선발 주전 투수로 활약 중이시고, 손원태 실무관님은 우리 동호회의 비주얼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차례차례 소개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야구만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축구나 농구는 공을 중심으로 점수가 인정되는 반면, 야구는 선수가 홈 플레이트를 밟고 들어와야만 점수가 올라간다. 그만큼 야구에서는 함께 협력하고 배려하는 마인드가 바탕이 되어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결코 한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는 스포츠기에 서로 호흡을 맞추며 화합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것.
“아무리 한 사람이 잘한다고 해도 팀이 무너지면 그 한 명도 빛나지 않습니다. 우리 재판부도 누구 하나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야구도 다 같이 협동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동호회에서 판사님을 포함한 여러 동료들과 야구를 하다 보니까 업무를 하면서도 눈빛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운동으로 호흡을 맞춘 것이 업무에서도 잘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부 선수 생활을 했다는 손영환 실무관이 말하자 고병철 실무관도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이 바로 야구의 매력이자 우리 동호회의 장점이라고 거든다. 이주진 실무관은 “선발 투수로서 공을 던져서 삼진을 잡았을 때, 상대 타자가 헛스윙을 해서 그 공을 잡는 순간의 짜릿함”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손원태 실무관 또한 “타격이 잘 맞아서 정타가 나왔을 때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그동안 연습하며 쌓아온 실력이 드러날 때” 야구만의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꼽았다.

테미스

좋아서 하는 야구, 더 좋은 사람들

모름지기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즐거운 법. ‘테미스’ 회원들에게도 야구는 그런 존재다. 매 경기 승패보단 내용과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실수에는 위로와 격려를, 멋진 활약에는 환호로 대하는 사이좋은 야구단이라고 갈음한다. 다치지 말고 재미있게 야구를 즐기는 것이 테미스 야구단의 모토라고 말이다.
“우리 동호회는 야구할 때 서로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실수한다 해도 격려하고 응원하다 보니 플레이 하나하나에 소극적이지 않아요. 경기하면서 눈치를 보거나 위축될 일이 전혀 없지요.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른 걱정하지 말고 ‘테미스’와 함께해요. 언제나 환영합니다.”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 6개 법원 야구대회에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타 법원 야구단원들과 경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아울러 “앞으로도 계속 웃으면서 즐겁게 운동했으면 좋겠다”는 고병철 실무관과 손원태 실무관. 그리고 “리그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이주진 실무관. 마지막으로 “9회말 2아웃이 있는 야구처럼 끝까지 집중해서 유종의 미를 지키고 싶다”는 손영환 실무관까지 네 사람에게 야구는 직장 생활을 건강하게 이끄는 활력소 그 이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아서 하는 야구에 이보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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