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간] 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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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간] 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 수원가정법원 직원들

2021.04.07

수원가정법원

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수원가정법원 직원들

자존감이 높으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일 줄 알며, 스스로의 행동에 만족감을 나타낸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동시에 그 어떤 역경이 와도 자신의 능력을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삶을 더 행복하고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자존감. 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하는 자존감에 대해 수원가정법원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노초롱 사진. 홍승진

자존감을 지키는 노하우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길 원한다면, 먼저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자신을 존중하는 바로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중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남긴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존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자신을 지탱하는 강한 힘이 있기 때문에 어쩌다 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비난을 들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형성된 자존감이 평생 이어지진 않는다. 때로는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느낄 때도 있고,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해야 할 시기도 필요하다.
수원가정법원 북 카페에 모인 직원들에게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느꼈을 때 어떤 방법으로 극복했는지 묻자 황해순 조사관이 몇 가지 노하우가 있다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행운 일기 쓰기, 다른 사람에게 도움 주기, 취미생활에 집중하기, 상처 주는 대상과 떨어져 있기, 다른 것에 몰두하기 등등 나름대로 여러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제가 심리학 전공인데다 조사관 업무를 하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살펴줘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우선 제 마음이 건강해야 하니까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관련 책도 찾아 읽으면서 평소 제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행운 일기 쓰기’는 쉬운 방법이면서 제일 효과가 좋다고 덧붙인다.
“하루를 되짚어 보면 사소한 호의들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어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고 마는 일인데, 하나하나 가만히 적다 보면 내게 진짜 많은 행운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퇴근 무렵이나 우울할 때 조금만 시간을 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작지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여기에 이재만 참여관은 “객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내가 보는 나와 주변에서 보는 내가 일치할 때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정택 실무관과 구창규 판사는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2월 수원가정법원으로 첫 발령을 받은 이정택 실무관이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구창규 판사 또한 “지금 해야 되는 일과 일상적인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공감을 표하며 “그래도 부족할 때는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방법으로 해소를 하는 것 같아요. 그 분들이 저를 챙겨주고 조언해줄 때, 조언의 내용보다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자체로 충족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마무리지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이지만 수원가정법원 직원들의 이야기는 모두 나를 존중하는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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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믿고 나아가기
법원에서의 존재감을 묻는 질문에 이정택 실무관이 법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직원이라 “맡은 바 업무를 다할 때”라고 답하자 옆에 있던 황해순 조사관이 “발령받자마자 이렇게 <법원사람들> 촬영에 발탁됐으니 엄청난 존재감을 확인한 셈”이라고 북돋았다. 그러면서 “업무를 잘해서 칭찬을 받거나 승진하는 경우도 물론 자존감이 높아지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제가 제일 자존감이 높아질 때는 힘든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그 사람한테 도움이 됐다고 느낄 때예요. 그리고 그 힘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번아웃에 빠져서 힘들었던 시기에 도움을 청하는 동료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나니 오히려 에너지가 돌아왔다는 황해순 조사관은 내적인 만족감으로 자존감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창규 판사는 재판 업무를 예로 들며 이야기했다.
“가정법원의 경우 민사나 형사와는 다르게 사건이 나로부터 크게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육아·부양 등 누구나 겪는 일이다 보니 사건에 크게 공감하는 것 같아요. 보통 이혼 사건을 많이 담당하는데, 제일 보람을 느낄 때나 법관으로서 존재감을 느낄 때는 감정이 격해져서 미처 아이를 생각하지 못한 부부들에게 그 부분을 짚어줄 때예요.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어떻게 양육할지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당사자들이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줄 때 사건을 다루는 재판의 주체로서 느끼는 부분이 많습니다.”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복귀했다는 구창규 판사는 수원가정법원으로 오면서 가사 업무도 처음 접하는 데다 적응할 시간도 필요해서 여러 가지로 불안했는데, 그때 방을 같이 썼던 故 김영주 판사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을 이었다.
“법원 10년 차 경력인데 지난해에 복귀하니 막내더라고요. 지난해에 돌아가신 김영주 판사님께서 처음부터 반가워해주시면서 여러모로 챙겨주셨습니다. 제가 가사 사건 업무에 대해 여쭤보면 충분히 제 의견을 들어주시면서 고민과 불안감을 많이 풀어주셨어요. 그때 업무에 대한 자존감도 다시 올라왔던 것 같아요. 판사님께서 저를 ‘복덩이’라고 부르셨거든요. 삼십대 가까운 나이에 그 말씀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어색했는데 듣다 보니까 좋더라고요. ‘복덩이’라고 불러주시는 만큼 저도 이 법원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재감과 자존감을 지켜주는 소중한 동료와의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을 들었을 때 故 김영주 판사님 생각이 많이 났다는 구창규 판사.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동료가 있다면, 얼마든지 스스로를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이 와 닿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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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이재만 참여관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법원에 좋은 일로 오시는 분은 거의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지요. 그랬을 때 민원인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정택 실무관은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존중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황해순 조사관도 “타인과 비교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오늘보다 나은, 조금씩 성장하는 내 마음의 크기에 집중하면 자존감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구창규 판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생각해서 결정하고 나면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거든요. 무엇이든 선택하는 과정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은 다 쳐내고 하고 싶은 것만 남길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더라도 그것만 해내면 그 사실만으로도 자존감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하자, 수원가정법원 직원들은 더없이 따뜻한 말로 오늘의 값진 시간을 갈음했다.

“너 자체로 충분히 빛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
- 황해순 조사관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합시다.”
- 이재만 참여관

“시련이 닥쳤을 때 필요한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고, 마찬가지로 주변에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셨으면 좋겠습니다.”
- 구창규 판사

“힘든 일이 있어도 하늘이 무너지진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이정택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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