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하모니] 차곡차곡 채우는 독서 이야기 - 영동지원 독서 동호회 "곳간"

테마법원

2021.02.05

차곡차곡 채우는 독서 이야기

영동지원 독서 동호회 ‘곳간’

영동의 특산품인 곶감과 비슷한 어감에 ‘물건을 간직하여 두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곳간’은 영동지원 독서 동호회를 나타내기에 더없이 좋은 명칭이다. 질리지 않는 달콤한 곶감은 독서의 즐거움을, 차곡차곡 쌓이는 독서 리스트는 그야말로 동호회의 곳간을 풍요롭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곳간이 활짝 열리면 좋은 물건이 쏟아져 나오듯, 독서 동호회 ‘곳간’에도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글. 노초롱 사진. 이정도

지난해 창단한 신생 동호회
영동지원 내부에 자리한 도서실에 독서 동호회 회원들이 모였다. 넓진 않더라도 독서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만한 공간이 없다. 다른 지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도서실도 있겠다, 지난해 영동지원에는 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독서 동호회가 신설됐다. 창단 멤버들로 구성된 1기 회원들이 지난해 1월 20일 첫 모임을 시작했고, 이어 2기 회원들이 명맥을 이어 현재는 3기 회원까지 모집 중이다.
“저희 동호회 명칭이 ‘곳간’이다 보니 동호회를 지키는 멤버가 자연스럽게 곳간지기가 됩니다. 팬데믹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서로의 안전과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갖고 있어요. 정기 모임은 월 1회지만, 여럿이 함께 모이기보다는 몇몇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책을 읽거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죠.” 총무를 맡은 정은실 가사조사관이 이야기를 꺼내자 김성수 지원장이 덧붙여 설명한다.
“언제가 서울에 있을 때 어느 독서 동호회에 참석한 적이 있어요. 시간대가 주말 새벽이었는데 아침에 모여서 독서를 하니까 하루를 길게 쓰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우리 법원 내에서도 독서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독서 동호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됐지요.”
새로운 동호회를 제안하자 이어 멋진 동호회 명칭이 정해졌다. 현재는 대전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창단 멤버이자 곳간지기였던 유계영 참여관이 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곳간’은 영동의 특산품인 ‘곶감’과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물건을 간직하여 두는 곳’이라는 뜻이 동호회와 잘 어우러졌다. 다양한 독서활동을 통해 각자의 지식과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해져 탄생한 독서 동호회 ‘곳간’. 주로 타지에서 발령받은 직원들이 많은 영동지원의 특성상 6개월 단위의 시즌제로 운영을 시작하였고, 매회 모임을 하고 난 다음에는 각자의 책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나눴다. 1기에서 2기로 이어져 어느덧 3기 회원을 모집하기까지 차곡차곡 채워진 ‘곳간’은 영동지원의 독서 동호회로서 톡톡히 자리 잡았다. 현재 공식적인 곳간지기는 따로 없으나 정은실 가사조사관이 총무로 연락과 모임 장소를 담당하고, 창단 멤버인 김성수 지원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동호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곳간’에서 채우는 독서의 재미
책은 얼마든지 혼자서도 읽을 수 있지만, 함께 독서하면 생각의 폭을 넓히면서 그 재미가 배가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김성수 지원장이 먼저 독서 모임의 장점을 꼽는다. “혼자 책을 읽으면 익숙했던 주제에 치중해 독서 편식을 할 수 있지만, ‘곳간’ 활동을 하면 여러 주제를 함께 감상하며 독서 패턴이 확장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독서가 주는 영양가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것이죠.” 이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실천으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곳간’ 활동은 독서에 대한 가볍고 기분 좋은 부담감을 주어 적은 시간 동안이라도 책을 읽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은실 조사관은 “책을 매개로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나와 타인을 알아가는 친목도모의 역할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독서하고 나서 생각과 느낌을 나누기 위해 내용을 정리하고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책의 여운을 더욱 오랫동안 느낄 수 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라고 거든다.
‘곳간’에 처음 가입할 때는 주변 동료들의 권유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지만 한두 번 참석하다 보면 어느새 ‘곳간’이 주는 매력에 서서히 빠지게 된다고. 주성훈 실무관 또한 이를 오롯이 느끼는 중이다.
“‘곳간’ 활동은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기는 동시에, 직원 간 소통의 장이 됩니다. 재미와 보람을 충족시키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얻는 소중한 오아시스 같다고 할까요.” 그러자 최향민 행정관도 “‘곳간’에 참여하면서 독서를 통해 인간의 희노애락과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 유익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함께 휴식하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마무리한다.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 동호회일진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동호회 활동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현실은 여느 동호회와 마찬가지다. 아쉬운 대로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화상회의 형식을 빌려 동호회 모임을 추진해보자며 주성훈 실무관이 조심스레 제안한다. 탁구나 테니스 같은 스포츠 활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서 동호회라면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 그려진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분간 아쉬움을 달래줄 새로운 해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책을 공유할 수 있는 독서 맛집
독서의 매력과 ‘곳간’의 장점에 대해 자랑하던 회원들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곳간’ 홍보로 옮겨갔다. 현재 3기 ‘곳간’ 회원을 모집 중인데, 영동지원은 인사철마다 이동하는 인원이 많은 편인 데다 ‘곳간’ 회원 수가 비교적 적어 ‘곳간’을 창단할 때, 과연 ‘곳간’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을지 염려가 많았단다. 그러나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곳간’ 2기까지 명맥을 이어왔고, 이제 ‘곳간’에서 3기 회원들까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곳간’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 외에는 특별한 가입 조건이 없다. 월 소정의 회비를 내면 그 이상의 즐거움을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책 한 권으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노력 대비 얻는 것이 많은 가성비 좋은 동호회라는 것.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동호회라서 부담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가입과 참석 여부가 자유롭고, 책 선정이 자유롭다. 각자 읽을 책을 소개해도 좋고, 소개한다면 그 형식과 의견에도 자유가 따른다. 책 내용과 무관한 이야기도 환영한다는 ‘곳간’은 어느 것 하나 제약 없는 독서 맛집이다.
“법원 내에서 오며 가며 만나는 동료들과 자유롭게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동호회랍니다. 책을 좋아하는 여러 회원이 모여 소소하게 운영하는 ‘곳간’이 더 많은 법원 가족과 함께하며 오래도록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곳간’에 차곡차곡 쌓이는 책만큼 함께 나누는 이들이 더 늘어가길. 여러 사람에게 인증된 독서 맛집이라면 메뉴가 무엇이든, 그 독서의 ‘맛’은 확실히 보장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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