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休] 역사가 깃든 자연 사이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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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休] 역사가 깃든 자연 사이에 머물다 - 고양

2020.09.04

역사가 깃든 자연 사이에 머물다
고양

경기 북부 최대 도시인 고양시는 1992년 고양군에서 시로 승격됐고, 이후 일산신도시 개발을 거치며 현재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한 대도시로 성장했다. 유입된 인구만큼 문화시설을 확충하며 도시의 면모를 갖춘 고양시는 이에 못지않게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를 지닌 유적지도 함께 간직한 곳으로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느낌이 더해진다.

글. 노초롱 + 사진. 이정도

도심 속 여유를 일깨우는 일산호수공원
여의도 앞에 한강이 있다면 일산에는 그에 못지않은 호수공원이 있다. 일산신도시 택지개발사업과 함께 조성한 최대의 인공호수로, 주변 경관과 자연생태를 재현해 낸 곳이다. 특히 호수를 중심으로 잘 갖춰진 자전거도로와 메타세콰이아길 등 산책로는 고양시민의 건강과 여유를 책임지는 힐링 장소로 손색이 없다.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 호수예술축제, 장미축제 등 사계절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이어져 일산하면 호수공원이 떠오를 만큼 명소로 자리 잡았다.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일산호수공원은 장소에 따라 갖가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옥자갈, 호박돌,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맨발마당은 그 길이가 200m나 돼 걷다 보면 산책의 새로운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트렉으로 나눠진 자전거도로와 조깅도로에는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활기차다. 호수 근처에서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사색하기 좋고, 숲이 우거진 메타세콰이아길에서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연꽃과 수련, 장미 그리고 유유자적 호수를 누비는 커다란 잉어와 청둥오리 등 잘 갖춰진 자연환경은 덤이다.
공원 서쪽 산책로에서는 재미있는 전시관도 만날 수 있는데, 이름하여 ‘화장실역사문화전시관’이다. 예전부터 최근까지 시대별, 일본과 인도 등 국가별, 황실과 지방 등 다양한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가족, 연인과 함께 방문해도 좋고 혼자여도 충분히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산호수공원은 고양시의 대표 공원이자 힐링 공간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밤나무로 지은 옛 농가주택 밤가시초가
밤가시초가라는 독특한 명칭을 풀어보면 말 그대로 밤나무로 지은 초가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19세기 경기 지방의 전통적인 서민의 삶을 간직한 이곳은 예로부터 율동(栗洞)이라는 지명이 생겨날 정도로 주변에 밤송이 가시와 밤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밤나무를 활용해 울타리를 세우고 집을 지어 살았던 서민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대문을 지나 바로 보이는 안마당이 독특하다. 여느 초가집과는 다르게 마당 한가운데가 얕은 웅덩이 모양으로 움푹 패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나 눈이 올 때 떨어지는 낙숫물이 다른 곳으로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안마당 외에도 하늘이 둥글게 보이는 똬리 모양의 지붕도 새롭다. 초가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원형의 곡선미를 느낄 수 있을뿐더러 낮은 초가집 구조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듯하다.
실제로 지붕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구조는 자연 조명, 통풍, 습도 조절 등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똬리 모양을 한 지붕의 처마에서 떨어진 빗물은 안마당의 웅덩이로 모이고, 배수구를 통해 빠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원형을 거의 보존한 밤가시초가는 경기 지방 가옥 구조의 변천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자 옛 농가의 향토성을 갖춘 건축물로서 가치가 높다.

찬란한 역사를 돌아보는 서오릉
동구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조선왕릉인 서오릉에는 조선을 통치했던 왕과 왕비가 영면해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진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도 이곳에 잠들어 있다.
세조 3년(1457)에 왕세자인 장(덕종)이 일찍 세상을 뜨자 풍수지리설에 따라 물색한 이곳에 세자 묘로 경릉(敬陵)이 들어섰고, 이후 역대 왕과 왕비들을 모셨다.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창릉(昌陵), 19대 숙종의 비 인경왕후의 익릉(翼陵), 19대 숙종과 제1계비 인현왕후·제2계비 인원왕후의 명릉(明陵), 21대 영조의 비 정성왕후의 홍릉(弘陵) 등 5기의 왕릉이 있어 서오릉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왕릉뿐만 아니라 원과 묘도 다수 있어 총 5개의 능과 2개의 원, 1개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50만여 평에 이르는 서오릉은 서어나무길과 소나무길이 잘 갖춰져 찬란했던 조선 시대를 돌아보는 동시에 조용히 사유하는 공간으로도 좋다. 우리 전통문화가 담긴 건축양식과 더불어 조선왕릉의 역사적인 가치와 우수한 보존성을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서오릉을 걷다 보면 가히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전 세계적으로 봐도 500년이 넘는 왕조의 능이 이처럼 잘 보존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지 위에 아로새겨진 역사의 산 교육장이자 울창한 생태 숲길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이다.

권율 장군의 기개가 느껴지는 행주산성
고양시의 대표 유적지로 꼽히는 행주산성은 삼국 시대부터 그 위용을 뽐내왔다.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동남쪽으로는 창릉천이 산성을 에워싸고 있어 그야말로 방어에 최적화된 위치를 선점한 셈이다. 삼국 시대에도 수없이 많은 전투가 치러졌지만 행주산성이 결정적인 몫을 한 것은 역시 임진왜란 때였다. 당시 전라 순찰사였던 권율 장군이 턱없이 부족한 병력으로 3만여 명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행주치마 부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치마에 돌을 싸서 날랐던 부녀자들의 선봉장이었던 밥할머니는 혼란한 전쟁 한가운데서 군사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주고 부상병을 치료하는 등 장군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이와 같은 밥할머니의 이야기가 석상에도 담겨 있지만,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채로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행주산성을 따라 덕양산 능선을 걷다 보면 어느새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에 다다른다. 한여름임에도 우거진 나무 그늘과 시원한 강바람 덕분에 오히려 가슴이 뻥 뚫린다. 이어 해 질 녘의 행주대교 너머로 어스름하게 깔리는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최근 ‘언택트 관광지 100선’에 뽑힌 행주산성 역사공원은 코로나19로 불안한 시국에 다른 여행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여러모로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아픔이 함께 서린 행주산성에서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봄은 어떨는지.

법원도서관 직원들이 추천하는 법원도서관 근교 가볼 만한 곳

여유와 힐링을 주는 일산호수공원
법원도서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일산호수공원은 총 103만㎡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로, 산책로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고양꽃박람회와 전시회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합니다. 특히 ‘노래하는 분수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래도 듣고 볼거리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입니다. - 윤종철 행정관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 행주산성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지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옛 성터와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산을 보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봄은 어떨까요?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19세기의 역사가 오늘날로 이어지는, 반나절의 타임머신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김형래 행정관

동식물들의 생태낙원 장항습지
2006년 4월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장항습지에는 한강하구 습지 중 가장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버드나무 군락지이자 겨울 철새의 월동지로서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와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 40여 종 2만여 마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룹니다(다만 이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이므로 사전에 방문 가능 일정을 문의하여야 합니다). - 민수진 실무관

평화를 전하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는 2만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잔디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인 장소이기도 하고, 특히 ‘생명촛불 파빌리온’과 ‘바람개비 언덕’은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인기 명소입니다. - 박시은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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