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있는 풍경] 長松처럼 올곧고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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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있는 풍경] 長松처럼 올곧고 푸르게 - 장흥지원

2020.02.06

장송(長松)처럼 올곧고 푸르게

광주지방법원·광주가정법원 장흥지원

장흥지원으로 들어서는 오르막에는 장송(長松) 십여 그루가 늠름함을 자랑하며 높이 솟아 있다. 이곳을 든든하게 지키는 소나무처럼 밖으로는 장흥과 강진 두 관할 지역을 두루 살피고, 안으로는 직원들이 살뜰하게 정을 나누고 있는 장흥지원. 오랜 세월 한자리에서 올곧고 푸르게 자라난 장송과 장흥지원은 세월을 함께 보낸 것 외에도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은 듯했다.

글. 노초롱 + 사진. 홍승진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장흥지원
장흥지원의 시작은 무려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태종 13년에 설치된 장흥도호부 객사(客舍) 터에 장흥구 재판소를 개원해 재판 업무를 본 것이 그 시초였다. 이후 재판소라는 명칭이 법원으로 바뀌면서 1912년부터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청으로 변경됐고, 1949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합의 지원으로 승격돼 벌교읍을 제외한 장흥군, 영암군, 보성군과 강진군, 해남군, 완도군을 관할했다. 1940년도에 신축한 청사가 낡고 협소해지자 장흥군민들이 신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마침내 1973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을 완공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보성군은 순천지원으로, 해남군과 완도군은 해남지원으로 이관하면서 장흥지원의 관할 구역은 현재와 같이 장흥군과 강진군으로 축소됐고, 2012년 광주가정법원이 개원하면서 광주지방법원·광주가정법원 장흥지원으로 그 이름 및 조직이 개편됐다. 현재 합의부와 민사부, 형사부를 포함한 3개 재판부를 담당하는 법관 3명과 법원 직원 28명, 사회복무요원 3명의 인원으로 운용하고 있다.
올해 11월이 되면 장흥에 법원 청사가 개청한 지 111주년이 되는데, 이는 군(郡) 단위 지역에 설치된 지원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다. 또한 장흥지원은 관할구역 인구가 채 8만이 되지 않는, 시군법원을 제외하고는 제일 작은 법원이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친근한 사법 서비스
장흥지원은 민사 및 가사 분야 조정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협의회와 함께 비정기적으로 사랑의 쌀 나눔 봉사활동과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등을 진행하며 관할 구역인 장흥군과 강진군에 사랑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추석 명절에는 생활필수품이 필요한 독거노인 및 장애인 등 기초수급생활자 가정에 방문해 생필품을 전달하여 마음을 나누었으며 장애인식교육 관련 행사의 일환으로 조정위원협의회과 지역자활센터, 사랑가정봉사원센터 등과 함께 김장김치를 담가 장애 가정에 전달했다. 또한 공동생활가정인 장흥탐진 그룹홈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등 위문 활동을 이어 나갔다.
한편 형사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형사 재판 절차에서 피고인의 인권이 필요 이상으로 제약당하지 않도록 관내 교정 기관인 장흥교도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교정시설 운영 현황 및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음으로써 사법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 지원 행사의 일환으로 관내 자활센터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민사, 형사, 가사 재판에 대해 설명하고 생활법률을 강의하며 지역민들이 실질적으로 사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방문 수업이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법정 견학을 통해 법원의 기능과 역할, 재판 제도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해소하는 등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행사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장흥지원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지원
장흥지원은 규모가 크지 않은 대신 직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은 곳이다. 직원들이 법원 업무 관련 행사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친목을 다지고자 추진하는 문화체험 활동에도 대부분이 참석해 돈독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제암산, 천관산, 억불산 등 계절마다 산행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각종 체육 행사나 동호회 활동, 점심시간을 이용한 문화탐방 등 다채로운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직원들 간에 유대감을 높이고 업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편, 1972년에 완공돼 올해 들어 햇수로 49년째 이르는 장흥지원 청사는 오래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반면, 넉넉하지 못한 청사 공간으로 여러 불편함이 제기됐다. 가사 사건 당사자에게 편안한 상담 환경을 제공하거나 면접 교섭실을 제공하기도 어려운 데다 휴식 공간이나 체력단련 공간이 부족해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비교적 열악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원인을 위한 주차 공간도 부족할뿐더러 지진이나 화재에 대비하기 어려울 만큼 노후한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창호를 교체해 과거보다 나아진 점은 있지만, 청사 신축이나 증·개축 등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청사 위치에서 신축을 진행하는 방안과 이전해서 신축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하기도 하고, 적합한 신축지를 물색하기 위해 장흥군과 협의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 앞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청사 시설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월에 부임한 박정운 장흥지원장은 좋은 재판을 위한 법원 본연의 업무 외에도 직원들이 장흥지원에 근무하는 데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또한 장흥지원이 올해 ‘경자년’에 딱 어울리는 법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작고 왜소하긴 하지만 근면하고 지혜로운 쥐처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지원이지만 장흥지원에서 근무하는 법원 가족 모두 근면하고 지혜롭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 말처럼 장흥지원은 앞으로도 공정하고 청렴한 자세로 사건 당사자와 민원인들을 응대하며 평화로운 법원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근무하기 좋은 법원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이어 갈 것이다.

mini interview - 박정운 장흥지원장

Q. 지원장님께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비결이나 노하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일을 할 때나 배울 때 가급적 지름길을 익히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엇이든 몸에 자연스럽게 밸 때까지 익히는 것을 즐깁니다. 그래서 키보드 자판도 외우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살아 보니 억지로 되는 것은 없더라고요. 대신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키보드 자판을 가끔 보면서 타이핑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미련하다는 소릴 듣더라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차곡차곡 모이면 결국에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Q. 지원장님의 좌우명은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法不阿貴(법불아귀)’가 제 좌우명인데 장흥지원에 와서 청사를 둘러보다가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 (繩不撓曲)”이라고 적힌 족자를 발견했습니다. “법은 모름지기 신분이 귀한 자라 하여 아부해서는 아니 되고, 먹줄을 그을 때는 비록 굽은 나무라 하더라도 구부려 그어서는 아니 된다”라는 뜻입니다. 제가 저 글귀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가끔 생각날 때만이라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이 족자는 2020년을 맞이해 마음도 다시 잡을 겸 제 집무실에 걸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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