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 쏜다!

테마법원

2020.01.09

부산배드민턴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　쏜다!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직장 동호회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터!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는 실력과 인품을 갖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거움을 빚어내고 있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글. 이경희 + 사진. 이정도

15년 전통의 배드민턴 동호회
부산고등법원 사람들을 비롯 부산 지역 법조계 직원들이 모여 만든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는 2004년에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전통 동호회다. 박운삼 부장판사를 수장으로 두고 이름을 올린 회원들의 숫자만 70여 명에 달하니 규모 면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모임인 셈이다.
배드민턴은 흔히 약수터에서 어르신들이 가볍게 즐기는 운동으로 인식돼 있지만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배드민턴은 결코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실제로 오늘 모인 동호회 회원들의 연습 장면을 살펴보니 잠깐의 운동으로도 이마에 땀이 맺히고 모두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사각 네트 안에서 연습이 이루어지지만 달리기, 도약, 몸의 회전 등 셔틀콕의 움직임에 따라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으니 그 운동량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오늘 모인 회원 중 유일한 홍일점인 박정혜 행정관은 이곳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활동한 지 1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 회원이다.
“2000년도에 입사했는데 결혼을 하고 난 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가입했어요. 배드민턴 자체가 운동량이 많고 함께 땀 흘리며 하는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라 즐겁게 하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실 보통의 운동 동호회는 진입장벽이 꽤 높다. 먼저 시작한 선배들과 신입들의 실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실력이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된다. 그러나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는 이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 없는 동호회로 소문이 나 있다. 배드민턴 채를 처음 잡아 보는 신입들에게 고수들이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부산고등법원 바로 인근에 위치한 부산교대부속초등학교 체육관을 대여해서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주 3회 운동을 합니다. 이때 선수 출신 코치를 모셔서 직접 레슨도 받고 있어요. 처음 온 사람들도 차근차근 배워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거지요.”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회원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조를 짜서 실력을 겨루고 성적이 좋은 팀은 상품도 가져간다니 오랜 역사를 가진 동호회답게 돌아가는 품새가 탄탄하다.

부산배드민턴

전국에서 손꼽히는 실력파들의 모임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를 설명할 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실력이다.
매년 개최하는 전국법원배드민턴대회에 출전해서 늘 종합성적 1, 2, 3위에 드는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는데 특히 2015년, 2016년에는 종합우승을 차지해 전국 법원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리며 막강한 힘을 과시한 것.
고병철 실무관은 가입한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전국법원배드민턴대회 두 번째 레벨에 출전해 3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때 저희 동호회에서는 응원상도 함께 받았습니다. 단합이 잘되고 응원도 잘한다고 주신 상이었죠. 저는 이 상이 정말 좋았어요. 경기에 참석하지 못해도 많이 와서 응원해 주시니 대회 참가자들도 신나고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했거든요. 저는 우리 동호회가 전국에서 가장 화목한 동호회가 되길 바라요. 지금처럼요. 하하.”
홍진모 실무관에게도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가 각별하긴 마찬가지다. 즐거운 분위기와는 별도로 이곳에서 무려 평생을 함께할 배필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냥 알고 지내다가 혼합복식으로 같이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오며가며 밥도 먹고 데려다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동호회가 중매를 선거나 다름 없었어요(웃음). 12월 28일 결혼한 다음, 바쁜 게 정리되고 나면 아내와 함께 다시 배드민턴을 치러 나오려고 합니다. 둘이서 좋은 추억을 더 쌓고 싶어요.”
자신에게는 이곳이 최고의 동호회라며 홍진모 실무관이 얼굴에 만발한 웃음을 감추질 못한다.
이동훈 실무관 역시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대상이다. 부산에서의 첫 근무로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곳에 정을 붙이게 해 주고 친구를 만들어 준 곳이기 때문이다.
“창원이 집이고 부산에서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 초기에는 정말 혼자였습니다. 그러다가 배드민턴을 시작하면서 지인들이 늘어나고 직장생활도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직장인들에게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부산배드민턴

(좌측부터) 고병철 실무관, 이동훈 실무관, 박정혜 행정관, 홍진모 실무관

좋은 사람, 좋은 운동
이렇게 취재를 핑계로 넷이서 모인 김에 미션 게임을 한번 치러보기로 했다. 의외로 ‘게임’이라는 단어에 남성 회원들이 앓는 소리를 한다.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 셋이서 한 번도 박정혜 행정관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네에? 여자분을요?”
“그게 배드민턴의 묘미입니다. 성별,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경험과 기술, 구력으로 얼마든지 이길 수 있습니다.”
옆에서 박정혜 행정관이 민망한 웃음과 함께 너무 오랜만에 쳐 본다며 손을 훠이훠이 내젓는다.
의논 끝에 이동훈 실무관과 박정혜 행정관이 한팀, 고병철 실무관과 홍진모 실무관이 한팀을 이루었다. 혼합복식으로 21점을 먼저 내는 팀이 이기는 경기다.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는 네 사람. 드디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셔틀콕의 무게는 약 5그램. 구기종목 가운데 탁구공을 빼고 가장 가볍지만 내리치는 순간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라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운동이다.
짧은 시간에 높은 집중력과 순발력을 보여 줘야 하고 전신을 다 쓰는 운동이다 보니 금세 회원들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잘 친다고 소문난 동호회답게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초반에는 의외로 고병철 실무관과 홍진모 실무관이 선전을 했다. 운까지 따라주니 둘이서 함성을 지르는 등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남자 회원들의 우려대로 게임이 진행될수록 박정혜 행정관의 내공이 드러난다. 힘은 부족할지 몰라도 경기를 운영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 인상적이었던 점은 잘해도, 실수를 해도 팀원끼리 서로 독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승리는 박정혜 행정관 팀에게 돌아갔다. 준비한 기프티콘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두 사람. 진 팀에게도 기프티콘을 선물하니 그야말로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됐다.
“좋은 사람들, 멋진 실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우리 부산법조 배드민턴 동호회,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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