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다이어리] 릴레이 선물 나누기 - 청주지방법원 농구동호회 L.A.S.T

테마법원

2019.07.04

청주지방법원 청사 바로 옆에 자리한 농구 코트로 근사한 네 남자가 걸어왔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이 마치 농구선수 같은 이들은 청주지방법원 농구 동호회 L.A.S.T의 회원들이다. 오늘 이들이 농구 코트로 나온 이유는 농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각자의 손에는 농구공 대신 서로에게 줄 선물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L.A.S.T’의 열정, 농구 코트를 수놓다

지난해 3월 청주지방법원 커뮤니티 ‘직지마을’에 한 법원 가족이 농구를 함께하자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법원에 ‘농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창시절에 농구를 좋아했던 법원 가족, 사회인이 되어서도 농구를 즐기는 법원 가족 등 다양한 이들이 이날 이후 법원 코트에 함께 모여 농구를 즐기기 시작했다. 비공식 농구 모임을 하던 이들은 지난해 9월 청주지방법원 정식 동호회로 등록하고 활동을 이어갔다.

청주지방법원 농구 동호회는 팀 이름도 지었다. L.A.S.T. ‘Look! Awesome! Start! Team play!’를 줄여 부른 말이다. 현재 13명(부장판사 2명, 판사 6명, 재판연구원 2명, 법원서기보 2명, 보안관리대원 1명)이 회원으로 등록해 매주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동호회이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은 마치 고등학교 농구부처럼 뜨겁다. 동호회 회장을 맡은 윤찬영 부장판사는 “한번은 비가 내려 농구 코트에 물이 많이 고여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회원들이 한 시간 가량 코트 위의 물기를 밀대로 밀어내고, 신문지 등으로 닦아낸 뒤 운동을 했을 정도였다”라며 회원들의 농구 열정을 전했다. 지금은 매주 실내체육관을 대관해서 운동하고 청주시청 농구 동호회 등과 경기를 갖기도 한다고. 자체 제작한 팀 로고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것도 L.A.S.T 회원들의 자랑이다.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최영철 실무관은 “신규 회원이 들어오면 나름의 격식을 갖춰 유니폼 수여식을 진행해 회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높이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농구 사랑은 매주 정기 모임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농구 경기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단체 채팅방에 올려 서로의 플레이를 시청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최영철 실무관 → 윤찬영 부장판사: 농구공 가방

화창한 어느 날, L.A.S.T 회원 중 네 명이 모여 릴레이 형식으로 선물을 교환하고 짧은 편지를 전달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청사 내 농구 코트에 모인 이들. 먼저 최영철 실무관이 윤찬영 부장판사에게 줄 선물을 꺼냈다. 농구공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이다. 윤찬영 부장판사는 L.A.S.T의 회장으로, 최영철 실무관에 따르면 그는 항상 동호회의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진정한’ 리더이다. 이러한 장점은 농구 경기 중에도 잘 나타난다.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다른 회원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 적극적으로 수비하고 상대 팀의 허를 찌르는 공격과 패스로 경기를 주도한다. 회원들이 윤찬영 부장판사에게 고마워하는 이유가 또 있다. 평일 저녁에 이뤄지는 정기 농구모임 특성상 저녁식사를 미리 해야 하는데, 윤찬영 부장판사가 늘 동호회의 저녁식사를 후원한다.

농구공 가방을 선물한 이유를 묻자 최영철 실무관은 “법원에서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 농구 물품을 판사님의 차에 싣고 이동하는데, 그때마다 농구공을 담는 가방이 없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 메시지 : 윤찬영 부장판사님, 바쁘신 와중에도 늘 동호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번 저녁식사도 감사드리고요. 항상 모임에 참여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동호회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부상 없이 즐겁게 농구 모임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From. 최영철 실무관

윤찬영 부장판사 → 이덕연 실무관: 슬리퍼

이덕연 실무관은 L.A.S.T 부동의 파워포워드이자 열혈 회원이다. 파워포워드는 센터 못지않게 거친 몸싸움을 견뎌내야 하는 자리인데, 이덕연 실무관은 항상 묵묵히 어려운 포지션을 맡아 팀의 숨은 공신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모임 초창기부터 함께해 L.A.S.T가 성장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윤찬영 부장판사는 이덕연 실무관에 대해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훈남”이라며 “무엇보다 서글서글한 미소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칭찬했다. 윤찬영 부장판사가 이덕연 실무관을 위해 준비한 선물은 여름에 신으면 좋은 슬리퍼다. 편안한 슬리퍼를 신고 여름을 건강하게 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윤찬영 부장판사가 선물을 건넸다.

✽ 메시지 : 이덕연 실무관님, 동호회에서 항상 궂은일을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데 슬리퍼 신으시고 더운 여름 뽀송뽀송하게 잘 보내세요. From. 윤찬영 부장판사

이덕연 실무관 → 김재연 판사: 농구공

이덕연 실무관은 김재연 판사를 위해 농구공을 선물로 준비했다. 이유가 재미있다. 동호회 회원끼리 팀을 나눠 경기할 때 이덕연 실무관은 김재연 판사와 상대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골 밑에서 몸싸움을 할 때면 김재연 판사의 몸이 너무 단단해 마치 벽에 몸을 부딪치는 기분이 들곤 했단다. 그래서 농구공 선물을 계기로 김재연 판사가 슈팅가드로 포지션을 변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재연 판사는 신체조건도 우월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엄청난 슈팅력이라고. 이덕연 실무관은 “3점 라인에서 10번 슛을 하면 10번 다 들어갈 정도라 제가 드리는 농구공이 포지션을 바꾸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 메시지 : 김재연 판사님, 항상 제가 무리한 플레이를 해도 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팀명은 라스트지만 함께 근무하는 동안 쭉 함께 농구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슈팅가드로 포지션을 바꾸셔서 제 오장육부를 보호해주세요.^^ From. 이덕연 실무관

김재연 판사 → 최영철 실무관: 악력기

김재연 판사는 동호회에서 총무를 맡은 최영철 실무관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최영철 실무관은 모임 때 항상 먼저 나와 다른 회원들이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동호회의 크고 작은 일들과 공지사항 전달 등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임에 유일하게 항상 출석하는 ‘성실맨’이기도 하다. 김재연 판사는 “경기 중에는 엄청난 활동량과 우렁찬 파이팅으로 팀 사기를 끌어 올려주는 팀의 보배”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김재연 판사가 준비한 선물은 악력기다. 악력을 강화하면 농구공을 쉽게 잡을 수 있고 볼 핸들링과 패싱 능력, 슈팅 능력을 강화하는 데도 좋아 선물하고 싶었다고.

✽ 메시지 : 최영철 실무관님 덕분에 어릴 때 했던 농구를 다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팀에서 유일하게 부상 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계신데 앞으로도 부상 없이 오래오래 재미있게 같이 농구했으면 좋겠습니다! From. 김재연 판사

농구는 격렬한 운동에 속한다. 그래서 경기 도중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L.A.S.T 회원들은 경기 도중 좀체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서로를 배려하며 플레이하는 회원들의 습관 때문이다. 좋아하는 농구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언제나 즐거운 청주지방법원 농구 동호회 L.A.S.T. 이들의 즐거움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글 최덕철 _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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