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 행복투어]충주로 떠나는 송년여행

테마법원

2018.12.05

충주의 옛 이름, 중원(中原)은 국토의 한복판이라는 뜻이다. 한 해의 종착역, 12월을 맞으며 국토의 정중앙에서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할 시간을 갖는다면 더 없이 뜻깊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탄금대에서 남한강을 굽어보다
여행의 시작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충주시내다. 충주시 성내동에 있는 관아공원은 조선시대 충주읍성 내에 있던 충주목(忠州牧)의 관아(官衙) 자리다. 1981년까지 중원군청 청사의 일부로 쓰다가 공원으로 꾸며놓았는데 충주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공원에는 충주목 동헌으로 쓰던 청령헌(淸寧軒)과 내아인 제금당(製錦堂) 등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으며 수령 510년의 느티나무가 공원 한쪽에 서 있다. 주변에 있는 충주문화회관, 관아갤러리에도들러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좋다. 수수한 삶의 현장인 무학시장과 자유시장이 지척에 있고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낸 옛집도 있다.
옛집을 복원해 학창시절에 썼던 손때 묻은 물품들과 성장기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달천평야(모리래들)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호암지도 시내에서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한편, 충주는 중요무형 문화재 제76호인 택견의 고장이다. 시내 금릉동에는 이를 알리기 위해 꾸며놓은 충주세계무술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을 볼 수 있는 충주세계무술 박물관을 비롯해 수석을 전시한 수석공원, 남한강 호박돌로 만든 돌 미로원, 세계 최대 상설 빛 테마파크인 라이트월드가 있다.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충주시 칠금동의 야트막한 산자락. 명승 제42호로 지정된 탄금대(彈琴臺)가 있는 곳이다. 탄금대는 신라 진흥왕 때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한 분인 우륵(于勒)이 가야금을 연주한 곳. 탄금대라는 명칭도 우륵이 가야금을 타며 한 세월을 보낸 곳이라는 데에서 유래했다. 탄금대는 또한 조선시대의 명장, 신립 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격전을 치른 곳이기도 하다. ‘우륵 선생 추모비’를 보고 탄금대 북쪽 남한강 언덕으로 돌아가면 ‘열두대’라고 하는 가파른 절벽이 있는데 1592년 신립 장군이 전투 때 뜨거워진 활시위를 식히기 위해 강 아래로 열두 번이나 이곳을 오르내렸다는 전설이 있다. 어디까지나 전설이지만 그 당시 치열했던 삶의 단면을 그려볼 수 있다.

관아공원의 느티나무

충주세계무술박물관

충주 라이트월드의 루미나리에(사진: 충주 라이트월드 제공)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탄금대

마음으로 만나는 중원문화재

탄금대에서 내려와 남한강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본다. 남한강은 S자로 굽이치며 이곳 중앙탑면 탑평리(塔坪里)를 지난다. 중앙탑면이라는 면소재지 이름도 예사롭지 않은데 탑평리라는 마을 이름도 그렇다. 마을의 옛 이름은 ‘탑들’로 ‘탑이 있는 땅’이란 뜻이라고 한다. 탑평리 마을 한쪽에 드넓은 공원이 꾸며져 있다. 잔디밭에 각종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고 정자가 있고 수목이 자라고 벤치가 있고 그 옆으로 푸른 탄금호가 펼쳐져 있다.
공원 한복판에 서 있는 칠층석탑, 크기와 높이가 시선을 압도한다. 탑평리칠층석탑, 일명 중앙탑(中央塔, 국보 제6호)이다. 통일신라 원성왕 때 세운, 신라의 석탑 중 길이(7층, 14.5m)가 가장 긴 탑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탑 바로 옆에는 충주박물관과 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시대 무덤군인 누암리고분군(사적 제463호)도 가까이에 있다. 한강 유역을 점령한 진흥왕은 신라의 귀족을 충주로 이주시켜 살게 했다. 누암리고분군은 이들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탑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중앙탑면 용전리 입석마을에 있는 충주 고구려비(옛 중원고구려비, 국보 제205호)는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구려비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가 상당한 문화재다.
높이 203㎝, 너비 55㎝ 정도의 화강암 자연석에 예서 풍의 한자를 새겨놓았다. 충주 고구려비는 보존을 위해 옆에 들어선 ‘충주고구려비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충주와 입석마을의 역사, 지정학적 중요성, 고구려비 발견 과정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충주고구려비 전시관 뒤편은 장미산성으로 오르는 잣고개(잔미마을) 들머리다. 여기서 조붓한 등산로를 따라 1㎞쯤 오르면 고구려, 백제, 신라 군사들이 밀고 당겼던 장미산성에 닿는다.
충주 고구려비에서 남한강을 따라 원주 방면으로 가다보면 목계교가 나타난다. 목계교 앞은 먼 옛날 목계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강이 으레 그렇듯이 남한강도 수많은 물고기들의 터전이다. 목계나루 앞 남한강에 사는 올뱅이도 그 중의 하나.올뱅이로 끓인 해장국은 예부터 충주의 향토음식으로 대접받아왔다. 올뱅이는 다슬기의 충청권 사투리로 지역에 따라 올갱이로 부르기도 한다. 단단한 껍질 속에서 뽑아 낸 올뱅이 속살을 물에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아욱이나 부추, 대파, 마늘 등을 넣고 끓여내는데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올뱅이는 성인병 예방, 간 기능 보호, 빈혈 예방, 시력 회복, 숙취 해소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가까운 엄정면 괴동리에는 경종대왕 태실과 태실비가 있다. 숙종 15년(1689년), 경종대왕의 탄생을 알리고자 탯줄을 도자기에 담아 이곳에 안치했다. 소태면 청계산 중턱에 있는 청룡사지에도 들러보자. 보각국사의 자취가 어린 절터로 보각국사정혜원융탑(국보 제197호)과 보각국사정혜원융탑비(보물 제658호)는 그 기품이 예사롭지 않다. 두 유적지는 반경 5㎞ 내에 있어 연계해 둘러보는데 무리가 없다.
양평, 여주, 충주를 차례로 거슬러 내려온 남한강 물줄기는 충주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충주댐 근처에는 중원 지역의 선사시대(신석기∼청동기) 유물을 모아놓은 조동리 선사유적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출토된 빗살무늬토기와 간돌검, 돌도끼 등 많은 석기 유물은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더듬어보는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유려하고 단아한 중앙탑

충주고구려비전시관에 전시한 고구려비

충주호 유람선 여행과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

충주가 내륙 관광지로 각광받는 건 충주호가 있기 때문이다. 충주호는 군데군데 유람선 선착장(충주나루, 월악나루, 청풍나루, 장회나루)이 있어 호수의 비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겨울철에는 유람선이 안 뜨는 날이 잦아 미리 확인하고 가야 한다.
송계계곡~만수계곡을 잇는 597번 지방도로는 수안보온천으로 이어진다. 왕의 온천으로 불리는 수안보온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 용출 온천이다. 충주는 온천의 도시로 불릴 만큼 곳곳에서 온천이 솟아오른다. 앙성면 능암리와 돈산리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저온 탄산온천이 있다. 지하 700m에서 용출되는 탄산수는 25~28도를 항상 유지하는데 탕 안에 들어가면 기포가 방울방울 살갗에 달라붙어 신기하다.
충주호는 월악산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월악산은 그 웅장한 품에 아름다운 계곡을 만드니 송계계곡, 만수계곡, 용하구곡이 그것들이다. 만수계곡 위쪽에는 신라의 왕자, 마의태자의 전설이 묻혀 있는 미륵대원지가 있다. 이곳에는 5층석탑(보물 제95호),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6호)을 비롯해 석등(지방유형문화재 제19호), 3층석탑(지방문화재 제33호), 그리고 비석의 기단인 커다란 돌거북이 유적으로 남아 있다. 그 중 여러 조각의 커다란 화강석으로 이루어진 석조여래입상은 높이가 10.6m에 이르는데, 현재 보수 중으로 가림막이 쳐져 있다.
절터 뒤쪽으로는 경상도 문경 땅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 하늘재(국가명승 제49호)가 있다.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늘재(해발 525m)는 그다지 높지는 않다. 미륵리에서 30∼40분(2㎞) 정도 걸어 오르면 곧바로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연결된다. 길 중간 중간에는 역사자연 관찰로가 꾸며져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제격이니 방학을 맞은 자녀와 연말여행으로 찾아보면 어떨까

충주호 유람선이 출발하는 월악나루

충주와 문경 땅을 잇는 하늘재길

글·사진 김초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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