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 행복투어]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청정 여름 휴양지

테마법원

[감성충전 행복투어]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청정 여름 휴양지_김천

2018.07.04

산, 계곡, 강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여름에 찾아가는 경북 김천은 예부터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으로 불리고 있다. ‘삼산이수’란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을 가리키는데 이는 산과 물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빗대 표현한 것, 여기서 삼산(三山)은 황악산, 금오산, 대덕산이며, 이수(二水)는 바로, 감천과 직지천을 이른다. 올여름 조용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계획 중이라면 삼산이수를 체험하러 김천으로 떠나보자.

경상도와 충청도를 이어주는 고개

김천을 에워싼 저마다의 산은 험준한 고갯길이 열려 있고 고개마다에는 절절한 이야기가 전한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충북 영동에서 추풍령을 넘는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이어주는 고개다. 구름도 쉬어 넘고 바람도 자고 간다는 추풍령(해발 235m)에 접어드니 시원한 바람 한 자락이 몸을 휘감는다. 예부터 삼남지방(호남, 영남, 충청)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물산이 이곳(추풍령)으로 모여 들었으니 실핏줄처럼 뚫린 고갯길 덕택이다. 추풍령은 백두대간에서 가장 낮은 고개로 금강과 낙동강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공공기관이 새로 둥지를 튼 김천혁신도시로 내려간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로 근래 들어 스카이라인이 몰라보게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들어선 김천녹색미래과학관에 들러본다. 미래의 ‘그린에너지’와 미래과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기후변화관, 그린에너지관, 녹색미래관, 야외체험시설, 가상체험관 등 전시관 구성이 알차다. 최첨단 풀돔형 4D영상관에 들어가면 별자리 탐험, 우주여행 등 기초과학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4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혁신도시에서 10분 거리에는 금오산을 병풍처럼 두른 오봉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수상스키를 비롯해 낚시, 캠핑, 트레킹을 두루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저수지를 빙 둘러가며 놓인 나무데크길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재미가 그만이다.

오봉저수지 캠핑장. 오봉저수지.

김천녹색미래과학관

싱그러운 여름 산사와 입맛 돋우는 흑돼지구이

시내 서쪽에는 천년고찰 직지사(대항면 운수리)가 있다. 조각 작품과 시비, 야외공연장, 원형음악분수, 전통담장, 도자기박물관, 백수문학관 등이 들어서 있는 직지문화공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서둘러 일주문을 들어선다.

직지사는 신라 불교의 발상지로 418년(신라 눌지왕 2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직지사(直指寺)라는 절 이름은 고려 때의 능여대사(能如大師)가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터를 쟀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란 설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구전일 뿐 직지(直指)의 본래 뜻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 즉 ‘사람이 갖고 있는 참된 마음을 직관하면 부처의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대양문, 금강문, 사천왕문을 차례로 들어서니 가지런히 배치된 건물들이 두 눈에 가득 들어온다. 경내에 자리잡은 대웅전, 비로전, 관음전, 응진전, 3층석탑, 만세루 등 부속 건물들은 어느 것 하나 모나지 않고 은근한 멋으로 다가온다. 특히 비로전(일명 천불전)에는 천 개의 불상과 함께 동자상 하나가 있는데 잔잔한 미소로 길손을 맞아준다. 절 옆으로 황악산 등산로가 나 있다. 정상까지는 제법 가파르다. 더구나 여름 산은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먹을거리와 상비약, 등산 장비는 필수이고 가급적 동행자와 함께 오르길 권한다. 정상인 비로봉에 서면 사방으로 백운봉, 신선봉, 운수봉 등 훤칠한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하다.

직지사 옆으로 뚫린 903번 지방도를 따라 구성면 쪽으로 한참 올라가면 ‘방초정’이란 아름다운 정자가 나온다. 나무들이 둘러선 연못과 어우러진 모습이 참 아름답다. 방초정은 2층 누각 중앙에 온돌방을 둔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1층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2층 온돌방으로 열기가 올라온다. 특히 2층은 문을 올리면 마루가 되고 내리면 방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정자 앞 연못 중앙에 있는 두 개의 섬은 정자를 아름답고 품격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정자 처마에 걸린 당대의 유명한 문장가와 시인 묵객들이 남긴 시와 글도 눈길을 끈다.

독특한 구조로 돼 있는 방초정, 방초정의 2층은 온돌방과 문으로 나뉘어 있다.

독립운동가 여환옥(1896~1963) 선생의 생가인 ‘성산여씨 하회댁’에서 가까운 지례면은 토종 흑돼지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면소재지 주변으로 흑돼지 구이를 파는 전문식당 골목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지례 흑돼지는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 구워내는데 삼겹살 맛이 고소하고 쫀득쫀득하다. 흑돼지구이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식당에서도 맛볼 수 있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이 빚은 절경

김천 중에서도 증산면은 자연 환경이 빼어나다. 이 여름에 찾아가면 푸른 계곡과 산, 그리고 농촌체험마을이 기다린다. 산 깊숙이 숨어 있는 절집(청암사, 수도암)이며 수도산을 따라가며 펼쳐진 아홉 가지 절경(무흘구곡)은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천년고찰 수도암과 청암사는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앉아 있다. 두 절집으로 가기 전, 우리네 고향마을 같은 옛날솜씨마을에 들러보자.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농촌 체험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집집마다 가족사진과 함께 문패가 걸려있는데 집을 소개하는 문구가 참 재밌고 정겹다. 마을 뒷길을 따라가면 물소리 시원한 수도계곡이 이어진다. 솜씨마을에선 연중 짚풀공예, 두부 만들기, 옥수수 따기, 고구마 캐기, 천연 염색하기, 줄넘기, 곡식 빻기, 떡 만들기, 투호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몇몇 집에선 민박도 함께 운영한다. 이곳에서 체험을 하려면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예약 문의: 054-437-0455)

옛날솜씨마을의 문패가 정겹다

청암사 대웅전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을 쌓고 있는 청암사는 마을에서 3㎞쯤 떨어져 있다. 불령산(佛靈山)에 둘러싸인 이 절집은 신라 헌안왕 3년(85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경내에는 다층석탑을 비롯해 인현왕후가 묵었다는 극락전, 단청이 아름다운 대웅전 등 눈길을 끄는 건물들이 많다. 청암사에서 나와 반대편 수도암 쪽으로 올라간다. 높푸른 하늘과 청신한 숲을 바라보며 쉬엄쉬엄 계곡을 따라 얼마나 올랐을까. 갑자기 절경 하나가 나타난다. 달빛이 연못에 꽉 찬다는 만월담(滿月潭)이다. 만월담 위에는 용이 누워있는 것 같다는 와룡암이 있는데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조선 중기 학자 한강(寒岡) 정구 선생은 성주군 수륜면에서 이곳 증산면 수도리에 걸쳐 있는 계곡의 절승에 반해 ‘무흘구곡(武屹九曲)’이란 이름을 붙여두었으니 1곡부터 5곡은 성주에, 6곡부터 9곡은 이곳 수도계곡 일대에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다. 소(沼)에 용이 살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용소폭포는 수도계곡 최대 비경이다. 용소폭포에서 자동차로 10여 분쯤 올라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수도리 마을이 나온다. 마을에서 수도암을 거쳐 김천의 남쪽 끝인 황점리로 가는 길은 인현왕후가 걷던 길이라 해서 인현왕후길로 불린다. 수도암은 통일신라시대인 서기 859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옛날 도선이 절터가 마음에 들어 7일간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전한다. 법당(대적광전) 앞마당에 서면 연꽃을 닮은 가야산 상왕봉이 우뚝한데 동서로 반듯하게 서 있는 두 기의 삼층석탑(보물 제297호)은 주변 산세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인근에 있는 수도산 자연휴양림은 산막, 숲속수련관, 삼림욕장, 탐방로, 물놀이장, 세미나실 등을 갖춰 피서객들에게 최적의 쉼터를 제공한다. (이용 문의: 054-435-5128)

글·사진 김초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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