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노천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_대전지방법원 ·가정법원 공주지원 인근 여행지

테마법원

2017.11.03

공주 나들이는 타임머신을 탄 듯 떨림이 가득하다.백제에서 출발해 선사 시대, 현대미술관을 아우르는 이채로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계룡산 갑사, 무령왕릉, 공산성 등 노천 박물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적은 공주에서의 가을 여정을 설렘으로 채운다.

옛것의 흔적은 공주의 길목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늦가을의 한적한 거리만 서성거려도 선현들의 따스한 온기가 발끝에 전해진다. 공주 여행의 필수 코스는 공산성을 오르는 것이다.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백제가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왕도를 지켰다. 성곽을 걷다 보면 공주의 옛 도심과 금강 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조선 인조의 사연이 서린 쌍수정, 임진왜란 때 승병의 훈련 장소로 사용된 영은사 등이 산성 길을 따라 자취를 드러낸다.

백제의 혼이 묻어나는 유적들
공주의 걷고 싶은 길인 고마나루 명승길은 가을 산책을 하기에 좋다. 고마나루 명승길은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공주박물관, 한옥마을 등을 아우르는 백제의 혼이 묻어나는 길이다. 명승길에서 만나는 유물들은 백제의 흔적이 가지런하게 깃들어 있다.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백제 웅진 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유적이다. 송산 자락에 위치한 7기의 고분군에는 왕과 왕비의 무덤 총 7기가 들어서 있다. 그중 하나인 무령왕릉에서는 웅진 시대의 융성했던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현재 무령왕릉 등 일부 고분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영구 폐쇄됐다. 그렇지만 기존 왕릉을 동일한 크기로 재현한 모형관에서 무덤 내부와 출토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무덤 입구를 지켰던 석수 등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실제 주요 보물들은 인근 국립공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왕릉에서 국립공주박물관까지는 선현의 호흡을 되새기는 탐방로가 호젓하게 이어진다. 공주를 상징하는 박물관에서는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4,000여 점의 출토품 외에도 마한, 백제, 통일신라로 이어진 공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왕과 왕비의 금제 관식 등은 빼어난 면모를 자랑한다.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만나는 석장리 박물관은 공주 유적 중 가장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공간이다. 금강변 금벽로에 들어선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박물관으로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을 발굴해 전시하고 있다. 강변 옆에 조성된 선사 시대 인물 모형과 움막집을 배경으로 한 선사시대 체험도 흥미진진하다.

공산성

공주의 옛 도심에는 역사적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공산성은 백제의 수도가 부여로 옮겨갈 때까지 왕도를 지켰다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계룡산 갑사의 경내 풍경

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박물관인 석장리 박물관

계룡산 자락, 갑사로 가는 길
계룡산 방향으로 접어들면 시간 여행은 반전으로 무르익는다. 계룡산을 등지고 자리한 임립미술관은 충청남도 사립 미술관 1호로 1997년에 문을 열었다. 임립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 조각 작품 전시 외에도 다채로운 체험과 자연 속 산책이 곁들여진다. 조각상이 들어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작은 호수가 이어지며 호수 옆의 작품 놀이터를 갖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한낮에 감상했던 그림을 꿈꾸며 하룻밤을 청할 수 있다.
불교 유물이 가득한 계룡산 갑사로의 여정은 가을 상념을 돕는다. 통일신라 화엄종 10대 사찰 중 하나인 갑사는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삼신불괘불탱화 등 국보 외에도 철당간, 동종 등의 보물이 담겨 있다.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갑사구곡 길은 낙엽지는 정취 속에 더욱 담백한 빛을 발한다.
공주 시간여행은 산성시장과 한옥마을에서 마무리 짓는다. 산성시장은 1937년에 문을 연 공주 유일의 전통시장으로 서민들의 근대사를 함께한 공간이다. 전국의 약재상이 몰려들던 공주 약령시의 전신이 산성시장으로, 매 끝자리 1, 6일이면 5일장이 들어선다. 공주한옥마을은 옛 한옥의 정취를 고스란히 재현한 도심 속 공간으로 뜨끈한 구들에서 가을밤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TiP 먹거리

공주의 가을을
고소하게 채우는 ‘밤 요리’

공주의 가을 맛을 얘기할 때면 밤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공주 일대는 밤 풍년이다. 차령산맥의 산비탈에서 수확한 공주 밤은 속이 단단한 것이 수분이 많은 남쪽의 밤과는 또 다르다.

공주의 맛집들은 공산성 앞에 밀집해 있다. 밤된장찌개, 밤묵밥, 밤만두, 밤묵 잡채 등 밤을 테마로 한 별미들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식당에서는 국수나 두부 요리에 밤가루를 넣는다. 또 된장찌개, 잡채에는 밤을 묵으로 만든 뒤 말린 밤묵 말랭이를 고명처럼 올린다. 날이 쌀쌀해지면서 최근에는 따끈한 밤묵밥이나 밤만두가 단연 인기가 높다. 밤묵밥은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찰기 가득한 밤묵이 앙상블을 이룬다.

산성시장 뒷문과 이어지는 맛골목에서는 칼국수가 명성이 높다. 따끈한 칼국수를 맵게 비벼먹는 비빔 칼국수는 공주 여행 때 도전해볼 추천 메뉴로 통한다. 공주의 칼국수집들은 독특한 메뉴가 흥미롭다. 칼국수를 수육과 함께 내놓기도 하고, 뽀얀 칼국수 대신 매운 양념을 듬뿍 넣어 쓱쓱 비벼먹는 비빔 칼국수로 얼을 빼놓기도 한다. 40여 년 전통의 ‘초가집’ 등은 공주 칼국수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갑사로 가는 길인 금강변 초입에는 장어 골목이 형성돼 있다. 반포면 마암리 일대에 장어촌이 형성된 것은 30년 가까이 된다. 나루터가 있던 자리에 장어 식당들이 들어섰는데, 숯불로 굽는 이곳 장어는 살이 두둑하고 잡냄새가 없어 고소하다. 양념도 강하지 않아 본연의 장어 맛을 잘 살려낸다. 여기에 민물 새우 등을 넣어 끓여내는 매운탕 수제비는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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