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박물관과 절경이 공존하는 고을

테마법원

[TOUR] 박물관과 절경이 공존하는 고을_영월지원 인근 여행지

2017.03.02

영월지원 인근 여행지

영월에는 20여 개의 박물관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민화, 사진, 지리, 미술, 천문 등 테마도 제각각이다. 2000년대 초반 박물관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완연한 ‘노천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박물관특구 이전의 영월이라고 모양새가 빠지는 것도 아니다. 동강, 한반도 지형, 선돌, 청령포, 장릉 등 수려한 자연과 유적이 공존하는 고을이 영월이다. 박물관 한 곳 둘러보고, 더불어 경치까지 살피는 아기자기한 여행이 영월에서는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다.

민화, 사진 등 이채로운 박물관
영월 박물관의 ‘맏형’ 격인 공간이 조선민화박물관이다. 김삿갓 계곡 깊숙이 자리한 조선민화박물관은 영월 박물관의 단초를 마련한 곳이다. 2000년 개관 당시만 해도 비포장도로로 이어진 외진 곳에 들어서 있던 민화박물관은 이제 영월 박물관의 역사를 묵묵히 이끈 명소가 됐다.
국내 최초의 민화 전문 박물관에는 3,000여 점의 조선시대 민화가 소장돼 있다. 그중 200여 점과 현대 민화 100여 점을 상설 전시 중이다. 진열된 민화를 살펴보면 소박한 서민들의 정서가 강하게 묻어난다. 익살맞은 표정의 호랑이 위에 올라앉은 까치를 그린 ‘작호도’, 십장생을 그림으로 엮어낸 ‘십장생도’, 글자를 그림으로 화폭에 옮긴 ‘문자도’ 등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호기심을 쏟아낼 듯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민화1

민화2

조선민화박물관에는 서민들의 소박한 정서가 묻어나는 민화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주천 방향으로 향하면 박물관의 테마는 더욱 풍성해진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인도미술박물관이다. 관장 부부가 1981년부터 인도에서 살고 여행하며 30여 년간 수집한 현지인들의 투박하면서도 알토란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호야지리박물관에서는 빛바랜 고지도 등을 볼 수 있으며, 아프리카박물관, 세계악기박물관에서는 낯선 공간,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상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월 읍내권에서는 별자리 관측과 천문 체험이 어우러진 별마로천문대, 국내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동강 사진과 사진작품 1,500여 점이 전시된 동강사진박물관이 위용을 뽐낸다. 별마로천문대와 읍내 서부시장은 영월 배경의 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별마로

영월 '선돌'과 <라디오스타>의 배경이 된 별마로천문대

물길 따라, 한반도 지형과 요선정
전시 공간과 어우러진 풍광은 영월 봄나들이를 재촉한다. 길목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는 따뜻한 동행이 된다. 영월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구석구석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국토와 쏙 빼닮았다.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으며 백두산과 호미곶과 비슷한 지형도 지녔다.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지형은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기 전 강물이 크게 휘돌면서 조성된 것이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회양목군락지와 쉼터도 마련돼 있어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법흥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요선정은 말뜻 그대로 ‘신선이 놀던 정자’의 풍취를 지녔다. 정자에 올라서면 법흥계곡의 수려한 물길이 아득히 펼쳐진다. 조선 전기 문필가인 양사원은 그 경관에 반해 ‘요선’이라는 글귀를 새겨넣었다. 숙종이 하사한 어제시도 걸려 있고 석탑과 바위에 암각된 마애불상도 운치를 더한다. 요선정 앞 요선암의 돌개구멍은 하천의 하식 기능을 보여주는 특이 지형으로 천연기념물로도 등재됐다.
영월은 단종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단종의 능인 장릉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다. 영월에 유배된 단종은 17세에 죽임을 당한 후 이곳 장릉 지역에 매장됐다고 한다.
고택들은 산골 마을 영월의 향기를 더한다. 주천면의 조견당이나 남면의 우구정 가옥은 뜨끈한 아랫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다. 향수 머금은 100년 넘은 한옥의 장독대 위로는 따사로운 봄볕이 내려앉는다.

우구정

100년이 넘은 한옥 고택인 우구정 가옥

국내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인 동강사진박물관

먹거리
TiP
시골 향취 가득한 ‘자연의 맛’
- 보리밥, 묵밥, 꼴두국수 -
영월은 산과 들이 많은 고장이다. 영월의 맛에서는 시골 외가의 향취가 풍겨난다. 강원도 산골의 정성이 담긴 보리밥, 묵밥, 꼴두국수 등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구수한 맛을 선사한다.

먹거리1
흔한 음식들도 영월의 자연이 담기면 맛이 넉넉해진다. 영월읍 장릉 일대에서는 색다른 보리밥이 길손을 반긴다. 이곳 보리밥에는 독특하게 감자가 들어간다. 보리와 쌀, 감자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헛돌지 않고 찰기 가득한 고슬고슬한 밥을 상에 올린다. 여기에 10여 가지로 푸짐한 영월의 제철 나물이 곁들여진다. 밥을 비빌 때는 고추장, 된장 대신 막장으로 맛을 더한다. 보리밥, 막장, 각종 나물이 어우러진 밥 한 숟가락을 상추에 싸 먹으면 자연의 향미가 입안 가득 채워진다.

먹거리2
주천 일대에서는 도토리묵으로 만든 채묵밥이 명성이 높다. 묵밥으로 알려진 곳으로는 영주 순흥, 대전 등이 있지만 이곳 묵밥은 조금 더 시골스럽다. 도토리묵을 듬직하게 썰어 신김치에 말아 먹는데, 묵을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푹푹 떠먹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김과 다진 고추를 넣어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낸다. 채묵밥을 먹을 때는 처음부터 뜨거운 밥을 말기보다 먼저 묵을 맛본 다음에 국물이 자작자작 남았을 때 말아 먹는 게 요령이다.

그림3
영월의 산골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 꼴두국수다. 영월의 손칼국수인 꼴두국수는 주재료가 강원도 산골에서 흔하게 나는 메밀이다. 메밀을 손으로 반죽한 뒤 두툼하게 칼로 썰어내 면을 만든다. 꼴두국수에는 ‘지겹게 먹어 이제 꼴도(두) 보기 싫다’는 괴팍하고 서민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꼴두국수는 무, 다시마, 멸치, 당근, 양파가 들어간 육수에 메밀면을 끓여낸 뒤 듬성듬성 썬 감자가 곁들여진다. 완성된 꼴두국수는 손으로 반죽한 면의 쫄깃한 맛이 혀에 먼저 느껴진다. 국수와 함께 먹는 육수 역시 텁텁하지 않고 시원하다.

글·사진_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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