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 코너] 토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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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심의관 코너] 토씨 하나?!

2023.06.07

조사심의관 코너

글 민희진 조사심의관(법원도서관)

토씨 하나?!

어느 날씨 좋은 주말,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나오던 두 친구의 대화입니다.
(친구 1) “오늘 야구 경기 어땠어? 경기장 분위기도 좋고,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역전승을 해서 아이마냥 기뻤어.”
(친구 2) “맞아. 지고 있을 때는 넋 나간 사람마냥 침울했는데, 9회 말에 반전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위 대화에서 ‘마냥’이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오시죠?
두 친구는 ‘마냥’을 ‘처럼’과 같은 의미의 조사로 사용하였는데, 조사 ‘마냥’은 ‘처럼’의 비표준어입니다. ‘마냥’은 ‘마냥 걸었다.’, ‘마냥 좋기만 하다.’ 등의 부사로 사용할 수 있고, 조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마냥’이 아닌 ‘아이처럼’이 옳은 표현이고, ‘사람마냥’이 아닌 ‘사람처럼’이 옳은 표현입니다.

‘토씨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토씨는 조사의 순우리말이고, 조사는 체언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로서(표준국어대사전 인용), ‘이/가, 을/를, 은/는, 와/과’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토씨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말은 체언이나 부사는 물론 조사 하나까지 정성 들여 문장을 작성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글을 쓰면서 글의 내용, 짜임, 문장 형식 등에 치중하다 보면, 조사까지 세밀하게 신경 쓸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조사 사용이 익숙하고, 조사가 생략되거나 바뀌어도 낭패를 당하는 일이 흔치 않아 퇴고 과정에서도 조사의 오류를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조사는 글에 미묘한 차이를 가져오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글의 품격을 높여 주기도 하고, 잘못 사용하면 글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또한 조사 하나 때문에 말이나 글이 더욱 다채롭고 맛깔나게 변하기도 하고, 논란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조사 사용에 조금이나마 참고하실 수 있도록 헷갈리는 조사 몇 가지를 모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에/에게

가.피고는 소외 회사에게 건물을 매도하였다. (X)
▶소외 회사에 (O)
나. 피고는 소외인에게 건물을 매도하였다. (O)

∴‘에’와 ‘에게’가 어떤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내는 격 조사로 쓰일 때, ‘에게’는 ‘감정을 나타내는 사람이나 동물’ 등을 가리키는 유정 명사 뒤에 쓸 수 있고,
‘에’는 ‘감정을 나타내지 못하는 식물이나 무생물’을 가리키는 무정 명사(법인, 기관, 단체 등) 뒤에 쓸 수 있습니다.

∴‘원고, 피고가 법인이나 기관, 단체 등이라도, 원고, 피고라는 말 자체에서 자연인인지, 법인이나 단체인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원고에게’, ‘피고에게’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원고나 피고라는 말 뒤에 ‘법인’, ‘회사’ 등을 쓰는 경우에는 ‘원고 법인에’, ‘피고 회사에’를 써야 합니다.

2. 라고/고 (직접 인용 vs. 간접 인용)

가. 그는 “내가 가겠다.”고 말했다. (X)
▶ “내가 가겠다.”라고 (O)
나. 그는 자기가 가겠다고 말했다. (O)

∴‘‘라고’(‘이라고’)는 앞말이 ‘직접 인용’ 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고, ‘고’는 앞말이 ‘간접 인용’ 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입니다.

∴‘직접 인용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큰따옴표(“ ”)로 묶고, 뒤에 오는 조사로 ‘라고’를 써야 합니다. 간접 인용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요약하거나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어 옮긴 것으로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고, 뒤에 오는 조사로 ‘고’를 씁니다(간접 인용절에서 어미 '-라'에 격 조사 '고'가 결합한 ‘-라고’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

3. 로서/로써

가. 그는 선생님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나. 그들은 대화로써 갈등을 해결하였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 모음’에 꼭 들어가는 조사 ‘로서/로써’입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조사라고 하니, 다시 한번 ‘로서/로써’에 관해 짚어 보겠습니다.
∴‘‘로서’는 ‘지위, 신분, 자격’을 나타내거나, ‘어떤 동작이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고, ‘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 원료,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 시간을 셈할 때 셈에 넣는 한계나 어떤 일의 기준이 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격 조사입니다.

∴‘‘로서’나 ‘로써’ 구별을 위해 아래 방법들을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①‘로서’나 ‘로써’가 들어가는 자리에 ‘을(를) 가지고’, 또는 ‘을(를) 사용해서’를 넣어서 어색하면 ‘로서’가 옳을 가능성이 높고, 어색하지 않으면 ‘로써’가 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다만 시간을 세는 문장 등은 예외입니다).
가.(위 예문 중) 그는 선생님으로서
→그는 선생님을 가지고 (어색하므로 ‘로서’! )
나.그들은 대화로써→ 그들은 대화를 사용해서
(어색하지 않으므로 ‘로써’!)

②‘로서’나 ‘로써’가 들어가는 자리에 ‘이다’를 넣었을 때 어색하지 않으면 ‘로서’를 붙이는 것이 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다만 원인이나 이유, 기한 등의뜻으로 ‘로서’나 ‘로써’가 쓰였을 때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 그는 선생님으로서 →그는 선생님이다.
(어색하지 않으므로 '로서'!)
나. 그들은 대화로써 →그들은 대화이다.
(어색하므로 '로써'!)

4. 헷갈리는 띄어쓰기Ⅰ(조사와 의존 명사)

◎만큼
가. 그대만큼 훌륭한 사람을 본 일이 없다. (O)
나. 그녀는 할 만큼 했어. (O)

◎뿐
가. 너뿐이야. (O)
나. 그는 웃고만 있을 뿐이다. (O)

◎대로
가. 약속대로 하겠습니다. (O)
나.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O)

◎만
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O)
나. 나는 두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O)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는데(한글 맞춤법 제2항), 조사는 자립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의존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그 앞말에 붙여 씁니다(한글 맞춤법 제41항). 의존 명사는 그 앞에 반드시 꾸며 주는 말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의존적인 말이지만, 자립 명사와 같은 명사 기능을 하며, 앞말과 띄어 씁니다(한글 맞춤법 제42항).
∴그런데 많은 조사가 의존 명사와 같은 모양,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어 의존 명사인 줄 알고 띄어 썼다가 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와 의존 명사를 구분할 때는 뜻보다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주로 조사는 체언 뒤에 사용되고, 의존 명사는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사용됩니다(다만 예시와 같이 예외도 있습니다).
∴‘만큼’이 체언 뒤에 붙어 ‘앞말과 비슷한 정도로’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어미 ‘-은, -는’ 등의 뒤에 쓰여 앞의 내용에 상당한 수량이나 정도임을 나타내거나, 뒤에 나오는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가 됨을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씁니다.
∴‘뿐’이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어미 ‘-을’ 뒤에 쓰여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씁니다.
∴‘대로’가 체언 뒤에 붙어 ‘그와 같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어미 ‘-는’ 등의 뒤에 쓰여 ‘어떤 상태나 행동이 나타나는 그 즉시’,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 등으로 쓰일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씁니다.
∴‘만’이 한정, 강조 또는 비교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시간의 경과나 횟수 등을 나타낼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씁니다.

5. 헷갈리는 띄어쓰기Ⅱ (커녕, 따라, 야말로, 마저, 같이)

가. 밥은 커녕 죽도 못 먹는다. (X) → 밥은커녕 (O)
나. 그날 따라 이상한 점이 많았다. (X)
        → 그날따라 (O)
다. 저야 말로 감사합니다. (X) → 저야말로 (O)
라. 어린이들 마저 떠난 운동장 (X)
         → 어린이들마저 (O)
마. 꽃 같이 아름답다. (X) → 꽃같이 (O)
        매일 같이 나갔다. (X) → 매일같이 (O)

∴‘커녕’은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덜하거나 못한 것까지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앞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또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은/는커녕'도 조사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따라’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 경우에만 공교롭게’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앞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따르다’의 활용형인 ‘따라’(예: 그를 따라 학교에 갔다.)와 구분됩니다.

∴‘야말로’는 강조하여 확인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앞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조사 ‘마저’는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하나 남은 마지막임을 나타냅니다. ‘남김없이 모두’라는 뜻의 부사 ‘마저’(예: 물을 마저 마시다.)와 구분됩니다.

∴조사 ‘같이’는 ‘앞말이 보이는 전형적인 어떤 특징처럼’의 뜻을 나타내거나 앞말이 나타내는 그때를 강조하는 격 조사로,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함께’,
‘어떤 상황이나 행동 따위와 다름이 없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부사 ‘같이’(예: 모두 같이 갑시다.)와 구분됩니다.

6. 헷갈리는 띄어쓰기Ⅲ(조사의 연속 사용)

가. 법원에서 만이라도 (X) → 법원에서만이라도 (O)
나. 말하면서 까지도 (X) → 말하면서까지도 (O)
다. 같이 가세 그려. (X) → 같이 가세그려. (O)
라. 여기에서부터 만이라도 (X)
→ 여기에서부터만이라도 (O)

∴조사는 앞의 단어가 아무리 길어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조사가 연속적으로 사용될 때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어미 뒤에 조사가 사용될 때도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마치며

어법에 따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글을 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다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https://stdict.korean.go.kr)을 즐겨찾기에 등록해 두고, 맞춤법이 궁금할 때마다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를 통해 많은 분들의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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