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 코너] 무심코 틀리기 쉬운 접두사와 접미사

조사심의관 코너

2022.12.07

조사심의관 코너

글 손광진 조사심의관(법원도서관)

무심코 틀리기 쉬운 접두사와 접미사

어느덧 2022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많은 분들께서 올해를 시작하며 세웠던 계획들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는 올 한 해를 뒤돌아보는 의미에서 다양한 교정 작업에서 발견하였던 무심코 틀리기 쉬운 접두사와 접미사의 사용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 / 본- / 총-

먼저 근로관계 등에 관한 사안에서 현재의 소속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원소속 기관’, ‘원소속 회사’ 등과 같이 ‘원소속’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이때의 ‘원-’은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접두사이므로 ‘원 소속’이 아니라 ‘원소속’으로 써야 합니다.

원- (元/原) 「접사」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본래의’ 또는 ‘바탕이 되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 원그림, 원바닥, 원자재

또 많이 쓰이는 다른 접두사로 ‘원-’과 비슷하게 ‘바탕이 된다’는 뜻을 가진 ‘본-’이 있습니다. 판결문에서는 주로 ‘본계약’, ‘본등기’ 등과 같이 쓰입니다.

본- (本) 「접사」
(일부 명사 앞에 붙어)
1. ‌‘바탕이 되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 본계약, 본줄기
2. ‌‘애초부터 바탕이 되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 본뜻, 본고장

그런데 ‘본 계약서에 표시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업계의 관행에 따르기로 한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때의 ‘본’은 앞서 본 접두사 ‘본-’과는 의미와 사용법이 다릅니다.

본 (本) 「관형사」
어떤 대상이 말하는 이와 직접 관련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말
ex) 본 협회, 본 법정, 본 변호인

이처럼 어떤 화자가 자신이 관련된 대상을 말하는 경우의 ‘본’은 관형사이기 때문에 앞서 본 문장에서처럼 계약 당사자들이 해당 계약서를 지칭할 때는 ‘본 계약서’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법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인 ‘본 법정’, ‘본 재판부’ 등도 비슷한 예입니다.

그렇다면 화자가 자기 자신을 칭하면서 ‘본 인’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역시 ‘본인’은 그 자체로 한 단어이므로 ‘본 인’이 아니라 ‘본인’으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본인 (本人)
1. 「명사」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해당되는 사람
ex) 본인의 의사를 묻다.
ex) ‌투표는 투표권자인 본인이 직접 해야만 한다.
2. 「대명사」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를 문어적으로 이르는 말
ex) ‌여러분께서도 본인의 의견을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ex) ‌두 분 동지께서 반대하신다면 본인도 단독 행동을 취할 용기는 없다는 사실을 믿어 주십시오. ≪김동리, 밀다원 시대≫

또한 어떤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이라는 뜻을 말할 때 쓰는 ‘본건’ 역시 ‘본인’과 같이 한 단어이므로 ‘본 건’이 아니라 ‘본건’이 맞는 표현입니다.

본건 (本件) 「명사」
1. 이 사건 또는 이 안건
ex) ‌박치우의 연설은…현세에 적절한 여론으로 인정되니 이 대회에서 본건에 관한 결의를 하자. ≪이병주, 지리산≫
2. 바탕이 되는 안건이나 용건
ex) ‌심찬수는 박도선을 뒤꼍으로 불러낸 본건을 서둘러 꺼냈다. ≪김원일, 불의 제전≫

일부 명사와 결합하여 전체의 합을 뜻할 때 쓰는 ‘총-’도 접두사입니다. 따라서 ‘총 비용’, ‘총 합계’가 아니라 뒤에 따라오는 명사와 붙여서 ‘총비용’, ‘총합계’와 같이 써야 합니다.

총- (總) 「접사」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전체를 아우르는’ 또는 ‘전체를 합한’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
ex) 총감독, 총결산, 총공격

다만 비슷한 의미이더라도 숫자와 결합하여 쓰이는 ‘총’은 관형사이기 때문에 ‘총-’과 달리 띄어서 쓴다는 점을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사에 지출된 총비용은 100,000,000원이다.’ 또는 ‘공사에 총 100,000,000원의 비용이 지출되었다.’와 같이 구별하여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총 (總) 「관형사」
(수사, 단위성 의존 명사 앞에 쓰여) 모두 합하여 몇임을 나타내는 말
ex) ‌이번 행사에는 총 백여 명의 작가들이 참가하였다.
ex) ‌신문은 총 16면이었는데 삼십 호 특집 때문이라고 오만준이 설명했다.
≪최인호, 무서운 복수≫

-당하다

판결문 등에서는 어떤 행위의 상대방이 되었다는 피동의 의미로 ‘-당하다’라는 표현이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사용되는 경우의 ‘-당하다’는 접미사이기 때문에 앞 단어와 붙여서 써야 합니다.

-당하다 (當하다) 「접사」
(주로 행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ex) 거절당하다, 무시당하다, 이용당하다

실제로 교정 과정에서는 ‘거절 당하다’, ‘거절 당하여’ 등과 같이 쓴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위에서 본 것처럼 ‘거절당하다’, ‘거절당하여’와 같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한편 ‘당하다’가 동사로서는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다.’, ‘어떤 사람에게 부당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겪거나 입다.’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당하다 (當하다)
「동사」
【…에/에게】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다.
ex) 사기꾼에게 당하다.
【…을】
좋지 않은 일 따위를 직접 겪거나 입다.
ex) 사고를 당하다.
ex) 화를 당하다.

그렇다면 위 예문의 ‘사고를 당하다.’를 ‘사고당하다.’와 같이 쓰는 것은 가능할까요? ‘피동’의 의미를 강조한다면 그렇게 쓰는 것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접미사 ‘-당하다’ 앞에 오는 명사는 행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사고(事故)’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나 ‘사람에게 해를 입혔거나 말썽을 일으킨 나쁜 짓’과 같은 의미로서 행위성이 있는 명사로 보기 어렵습니다. 덧붙여 접미사의 결합 대상이 되는 명사와 같이 그 의미에 동작성이 있는 경우에는 반대로 접미사 ‘-하다’를 붙여도 그 의미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사고(事故)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여러모로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고(事故)’에 접미사 ‘-당하다’를 붙여서 ‘사고당하다’의 형태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경 / -쯤 / 즈음 / 무렵

끝으로 ‘2022. 12.경’과 같이 시점이나 시간 뒤에 자주 쓰이는 ‘-경’도 접미사입니다.

-경 (頃) 「접사」
(시간이나 날짜 따위를 나타내는 대다수 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 시간 또는 날짜에 가까운 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ex) 오전 9시경, 16세기경, 월말경, 9월 초순경

‘-경’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들은 어떨까요. 먼저 ‘-쯤’ 역시 접미사이므로 ‘내일쯤’, ‘중간쯤’과 같이 앞 단어에 붙여서 사용하여야 합니다. 반면 ‘-쯤’과 비슷한 ‘즈음’의 경우 보통 어미 ‘-을’ 뒤에 쓰여 ‘일이 어찌 될 무렵’을 뜻하는 의존 명사이므로 ‘기차가 도착할 즈음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와 같이 사용하여야 합니다. 또한 ‘대략 어떤 시기와 일치하는 즈음’을 뜻하는 ‘무렵’ 역시 의존 명사이므로 ‘오후 다섯 시 무렵부터 사람들이 집에 몰려왔다.’와 같이 사용하여야 합니다.

-쯤
「접사」
(일부 명사 또는 명사구 뒤에 붙어) ‘알맞은 한도, 그만큼가량’을 더하는 접미사
즈음
「의존 명사」
(주로 어미 ‘-을’ 뒤에 쓰여) 일이 어찌 될 무렵
무렵
「의존 명사」
(일부 명사나 관형사 ‘이’, ‘그’ 따위, 어미 ‘-은’, ‘-는’, ‘-을’, ‘-던’ 뒤에 쓰여) 대략 어떤 시기와 일치하는 즈음

우리말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접두사와 접미사를 모두 지면에 담지는 못하였지만, 그동안 여러 교정 과정에서 자주 보이던 것들을 소개해드려 보았습니다. 이러한 접두사와 접미사는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정확히 사용된다면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 만큼 이번 조사심의관 코너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의 글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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