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심의관코너] 아이 발이 첫발입니다

조사심의관 코너

2020.10.07

아이발이첫발입니다

아이 발이 첫발입니다

글. 남기정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안녕하세요,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남기정 판사입니다. 이번 여름,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 잘 이겨내셨나요? 어느덧 여러분께 5번째 지면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코너에서 준비한 주제는 여러분이 종종 접하셨을 “일본어 투 순화”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이나 판결서에는 아직도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땡깡”이라는 말, 들어보거나 사용하신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왠지 일본어에서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 분도 있을 텐데, 네 맞습니다. “땡깡”은 일본어 ‘tenkan[癲癎]’에서 온 것이고, tenkan[癲癎]은 ‘뇌전증’을 뜻하는 의학용어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땡깡” 대신 순화한 용어 “생떼”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도 종종 사용했던 말이어서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 잔재하고 있는 일본어 투를 순화하는 것은 우리 개개인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일상생활이나 판결서에서의 단어 하나하나에 일본어 투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작은 노력이 모여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발이 첫발입니다.” 비록 시작은 서투르더라도 후에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 법원 가족들도 오늘부터 일본어 투 순화 노력을 시작하시면 언젠가 다들 경지에 오르실 것입니다!!
그럼 함께 일본어 투 순화, 구체적인 표현들로 한 발씩 내딛어 보실까요?

● 선해(善解)하다
이 표현을 안 써보신 분, 특히 판사님이 혹시 계실까요? 저도 자주 사용했던 표현인데,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이고,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등에도 나오지 않는 표현이며,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단어라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니, 일본 자료에는 ‘善解’를 ‘よく理解する’, 즉 ‘좋게 해석하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1)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향후 판결서에서는 ‘선해하다’를 ‘선의로 해석하다’, ‘이해하다’, ‘좋게 해석하다’ 등으로 문맥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교정 전	교정 후
제10조 제1항에 따른 금지 청구, 제11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고 선해하였다.	제10조 제1항에 따른 금지 청구, 제11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고 해석하였다.

● 불상경(不詳頃, ふしょうごろ)
‘불상경’은 과거 사법연수원 교재의 기재례에서 처음 본 이후 실무에서 꽤 자주 보아온 표현인데, 이 또한 일본어 투의 잔재였습니다.
아래는 “불상”에 관한 일본어 사전의 내용입니다.
ふしょう [不詳] 불상; 자세하게 알지 못함; 미상(未詳)
身元不詳[みもとふしょう] 신원미상
일본어 투 한자어인 ‘시간불상경, 일자불상경’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알지 못하는) 시간에,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알지 못하는) 일자에’ 등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정 전	교정 후
피고인은 2016. 2.~3. 사이 일자불상경 밀양시 (주소 생략)에 있는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피해자를 강제추행할 마음을 먹고, …	피고인은 2016. 2.~3. 사이 정확히 기억하지(알지) 못하는 일자에 밀양시 (주소 생략)에 있는 ☆☆노래방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피해자를 강제추행할 마음을 먹고, …

● 부동의(不同意)하다
‘부동의’도 기록이나 판결서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표현인데, 명사 ‘부동의(不同意)’ 혹은 동사 ‘부동의(不同意)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어휘가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어 사전에 ‘부동의(不同意, ふどうい)’가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보입니다.
따라서 ‘부동의(하다)’ 대신에 ‘동의하지 않음’, ‘동의하지 않다’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정 전	교정 후
이 사건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피고인이 부동의하자 공소외 3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이 사건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자 공소외 3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다만 법률 문장에서 ‘부동의’를 ‘동의하지 않음’이라는 긴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경우 대체어로는 ① 비동의(非同意,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하지 않음), ② 미동의(未同意, 아직 다른 사람의 행위를 승인하거나 시인하지 아니함) 등을 적절하게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비동의’, ‘미동의’ 모두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등록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 일응(一應)
그러나 ‘일응(一應)’은 일본어입니다(아래는 일본어 사전의 내용입니다).
일응 (一?, いちおう) 우선; 어떻든; 일단; 한차례.
いちおうそう結論[けつろん]できる
일단 그렇게 결론지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어 부사어인 ‘일단’, ‘우선’ 등으로 문맥에 맞게 바꾸어 사용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교정 전	교정 후
특약에 관한 양수인의 선의․악의와 상관없이 채권양도는 일응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채권은 언제나 양수인에게 귀속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	특약에 관한 양수인의 선의․악의와 상관없이 채권양도는 일단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채권은 언제나 양수인에게 귀속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

● 망(亡)
지금까지 판결서에서 ‘사망한 사람’임을 표시할 때에는 거의 예외를 찾을 수 없이 “망”을 사용하여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망(亡)’은 한국어에서 (홀로 자립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어근의 지위에 있어서 ‘亡人, 亡子’와 같이 단어를 형성할 때 단어의 일부로서 참여할 수는 있으나, 단독으로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사로서의 용법은 없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어에서는 ‘망(亡)’을 대신하여 ‘고(故)’가 그 역할을 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고(故)’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입니다.
고(故): (죽은 사람의 성명 앞에 쓰여) 이미 세상을 떠난
한편 일본어에도 한국어와 유사한 ‘고(故)’의 용법이 있습니다. 아래는 ‘고(故)’에 대한 일본어 사전의 내용입니다.
こ- [故] 이미 죽은 사람임을 나타냄.
故田村氏[こたむらし] 고 다무라씨.
그런데 위와 같은 ‘고(故)’의 용법이 있음에도 일본 판결서 등에는 “망”을 사용하여 사망한 사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治安維持法の施行下で、神奈川県警特高が、亡Ａ及び亡Ｂを含む多数の関係者を同法違反の嫌疑で検挙し、...”[東京高等裁判所平成３１年（ム）第３０号令和０２年０２月２０日 사건개요 요약]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사망한 사람을 표시할 때 “망”을 사용하는 것은 일본 판결서 등에서 사용하던 용법 그대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정 전	교정 후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원고	고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원고
망 소외 1(원고 4, 원고 5, 원고 6이 공동상속하였다),	고 소외 1(원고 4, 원고 5, 원고 6이 공동상속하였다),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원고	고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원고

● 화체(化体, 化體)되다

특허 사건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화체하다/되다’는 일본어 투 한자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어휘가 아닙니다.

아래는 ‘화체(化体)’에 대한 일본어 사전의 내용입니다.

かたい [化体] 화체; 기술·아이디어·역사 등을 현실적인 형태로 나타냄

技術[ぎじゅつ]を化体[かたい]した装置[そうち]

기술을 구체화시킨 장치
따라서 이는 ‘구체화되다’, ‘실현되다’ 정도로 문맥에 맞게 순화하여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교정 전	교정 후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로) 구체화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상당(相當)하다
판결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라고 함(봄)이 상당하다’입니다. 위와 같은 용법에서 ‘상당하다’는 ‘타당하다, 합리적이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입니다.
그런데 ‘상당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이기는 하나, 위와 같은 의미 용법은 없습니다. 즉 한국어에서는 ‘상당하다’를 ‘타당하다, 합리적이다’라는 의미로 쓸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반면 일본 판결서에서는 ‘상당하다’를 위와 같은 용법으로 자주 쓰고 있습니다.

“取締役が善管注意義務に違反したものと解するのが相当である”[東京地方裁判所平成26年（ワ）第12621号平成30年03月01日]
따라서 ‘상당(相當)하다’는 ‘보아야 한다, 타당하다, 합리적이다’ 등으로 적절하게 바꾸어 쓰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교정 전	교정 후
남편과 출생한 자녀 사이에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함이 상당하다.	남편과 출생한 자녀 사이에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업무처리 시기, 방법, 비용 등은 별도의 협의를 하기로 유보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구체적인 업무처리 시기, 방법, 비용 등은 별도의 협의를 하기로 유보한 것으로 봄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 교부(交付)하다
‘교부하다’는 ‘내어 주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이기는 하나, 국립국어원에서는 ‘교부(交付)하다’를 순화 대상 일본식 한자어로 선정하여 ‘내(어) 주다, 건네다, 건네주다’ 등으로 순화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행정 용어 순화 편람(1993년 2월 12일)].
따라서 ‘교부(하다)’ 또한 문맥에 맞게 적절하게 순화하여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교정 전	교정 후
공소외 1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교부하여 필로폰을 매매하였다.	공소외 1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건네어 매매하였다.
19억 원을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공소외 3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자금 교부를 요구받기도 하였다.	19억 원을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공소외 3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법원행정처 재판사무국에 근무하시는 국어자문관 서경숙 님의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아래는 추가로 알려드리는 순화 대상 일본어 투 용어입니다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2006. 2. 7. 국립국어원) 참조]

교정 전	사용례	교정 후
가계약[假契約, かりけいやく]	헌법 소원 등 영향으로 9월 이후에는 거의 계약이 끊겼지만 헌재 결정 이후 급속히 미분양 물량에 대한 가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임시 계약
가납[假納, かのう]	마감 날짜가 임박하여 임시로 기성회비를 가납하였다.	임시 납부
사양서[←仕樣書, しようがき]	제품을 샀을 땐 사양서를 잘 보고 사용해야 한다.	설명서, 시방서
와쿠[枠, わく]	창문 와쿠가 뒤틀려서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틀
왔다리 갔다리[←いったりきたり]	저 고양이가 왔다리갔다리 해서 정신없다.	왔다 갔다
언도[言渡, いいわたし]	그 죄수는 존속 살해죄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선고
연면적[延面積, のべめんせき]	도서관 연면적은 꽤 넓다.	총면적
육교[陸橋, りっきょう]	육교는 횡단보도에 비해 도로 교통에는 도움을 주지만 보행자 입장에선 매우 불편한 시설이다.	구름다리
입회[立會, ←立ち會い(たちあい)]	클럽에 입회하려면 회비를 내야 합니다.	참여, 참관
잔고[殘高, ざんだか]	예금 잔고가 바닥나서 빚을 내야 할 판이다.	잔액, 나머지
지참[持參, じさん]	필기도구를 지참해야 제대로 견학할 수 있다.	지니고 옴
함바[←飯場, はんば]	공사장 인부들이 밥을 먹기 위해 함바로 모여들었다.	현장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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